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17)
– 연구주제 정하기 1

  • 584호
  • 기사입력 2026.03.27
  • 편집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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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개강을 맞아 바빠진 학생들의 발걸음을 보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학기의 분위기를 느낀다. 교수라는 직업의 장점 중 하나는 에너지 넘치는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강의를 들으러 오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새 학기에 대한 설렘과 함께 학점에 대한 긴장감, 그리고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이제는 AI 없이 생활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전문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종종 <성균웹진>에 연재 중인 글을 소개하곤 한다.


지금까지 ‘우왜대(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시리즈를 따라오며 학부연구생 생활을 시작했다면, 연구실에서 ‘열심히 하는 학생’, 혹은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으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어색했던 적응의 시간을 지나, 본격적으로 대학원 생활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결국 대학원에 온 목적은 ‘연구’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연구 주제를 어떻게 정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연구주제를 정하기 전에 먼저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1) 지도교수님의 지도 스타일 – 연구과제 기반형, 자율형

2) 지원하는 과정 – 석사, 석박사 과정

이 두 가지는 연구주제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지도교수님의 스타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연구과제 기반형이고, 다른 하나는 자율형이다. 이 차이는 연구주제를 정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연구과제 기반형은 이미 수행 중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형태이다. 즉, 연구의 목적과 방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며, 학생은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연구과제는 크게 정부 연구과제와 기업 공동연구 또는 용역과제로 나눌 수 있다.

정부 연구과제는 국가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세계적인 연구 흐름을 따라가거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된다. 연구의 결과는 연구보고서, 논문, 특허, 시작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반면 기업과의 공동연구는 보다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다. 기업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제품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이며, 연구실이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현실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 연구실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쉽다. 기존에 검출하기 어려웠던 환경독성 물질인 PFOA(과불화옥탄산)를 고감도로 검출하는 센서를 개발하는 것은 정부연구과제에 해당하고, 기업에서 개발 중인 센서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연구는 기업과제에 해당한다. 이처럼 연구의 목적과 방향이 명확한 경우에는 연구주제를 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지도교수님과 논의한 후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연구가 시작된다.

반대로 자율형 연구실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연구주제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스타일은 해외 연구 환경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개인의 호기심과 문제 정의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경우에는 연구주제를 잘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연구를 충분히 이해해야 하고, 선배들의 연구와 어떤 차별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흥미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연구로 확장 가능한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지도 스타일에 대해서는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연구실을 선택할 때 해당 연구실의 방향을 어느 정도 알고 들어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안에서 나의 관심과 연구실의 방향이 만나는 지점을 찾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내가 지원하는 과정이다.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은 연구주제를 정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석사과정은 일반적으로 2년이다. 하지만 실제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첫 학기는 연구실에 적응하고 수업을 듣다 보면 빠르게 지나가고, 본격적인 연구는 이후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에는 논문 작성과 취업 준비가 동시에 진행된다. 결국 실제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기간은 약 1년 남짓이다.

그동안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현실적인 연구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 하기보다는, 정해진 기간 안에 결과를 낼 수 있는 주제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박사과정은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그만큼 요구되는 수준이 높다. 단순히 기존 연구를 반복하거나 조금 변형하는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연구 간의 연결성과 방향성이 필요하며, 결국에는 나만의 연구를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운 결과를 제시하는 것이 박사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요구되는 수준이 높은 만큼, 그 과정에서 얻는 성장과 성취 또한 훨씬 크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연구주제를 정하기 전에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지도교수님의 스타일과 내가 수행하게 될 과정이다. 이 두 가지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제를 정하려 하면 방향을 잃기 쉽다.

다음 글에서는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연구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 Wilsons Promontory의 캥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