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18)
– 연구주제 정하기 2
- 586호
- 기사입력 2026.04.27
- 편집 성유진 기자
- 조회수 613
글: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바야흐로 따스한 봄을 맞이하며 학회 시즌이 시작되었다. 예전에는 여러 학회에서 맡은 일이 많지 않아 드문드문 참석하곤 했는데, 연차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실무를 맡게 되었고, 덕분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최근 제주와 부산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는데, 길가에 피어 있던 유채꽃과 벚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뒤에 차디찬 겨울을 견디는 시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인생에도 그러한 순간이 오기를 응원해 본다.
지난 글에서는 연구주제를 정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요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어떤 연구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사실 연구주제를 선정하는 방식은 지도교수님마다 매우 다르다. 한 가지 주제를 오랜 시간 깊게 파고드는 연구실도 있고, 하나의 연구실에서 진행한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연구실도 있다. 결국 연구주제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지도교수님과 학생 사이의 연구 스타일이 얼마나 잘 맞는가이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답을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 연구실(NBES 연구실)에서 연구주제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공유한다면, 연구를 시작하는 데 작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연구주제를 설정한다.
첫째, 재미있는 연구를 하자.
둘째, 필요한 연구를 하자.
이번 글에서는 첫 번째 기준인 ‘재미있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연구의 주체는 결국 연구를 수행하는 본인이다. 물론 지도교수님의 방향성과 연구실의 큰 틀 역시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주제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는 단기간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 몰입해야 하는 과정이다. 하루이틀 집중한다고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꾸준함이 성과를 좌우한다. 그런데 그 꾸준함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흥미’이다.
흥미가 없다면, 연구는 해야 하는 일이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된다. 반대로 흥미를 느끼는 주제라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게 된다. 같은 시간을 들이더라도 결과의 차이는 결국 여기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머릿속으로 다양한 상상을 한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생각이든,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이든, 그 생각을 실제로 구현해 보고 싶다는 욕구를 갖는다. 그리고 그 상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 연구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만족감을 느낀다. 이 과정이 바로 연구가 주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컴퓨터 게임이나 콘솔 게임을 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게임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적인 보상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는, 그 과정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연구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재미를 느끼는 순간, 사람은 스스로 몰입하게 된다.
우리 연구실에서 진행했던 연구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겠다.
(링크) '콜라 넘치지 않게 따르는 방법'? 김빠지는 연구의 숨겨진 반전! | SBS스페셜 [빵 터지는 노벨상 EP.02] (SBS 방송) (12분 37초부터)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흥미로운 주제라고 해서 그 과정이 항상 즐거운 것은 아니다. 이 연구 역시 완성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복적인 실험,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마주해야 했다.
즉, 재미있는 주제라고 해서 쉬운 연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수록 어려움은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연구 자체에 대한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렇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연구에서 흥미까지 없다면 어떨까. 아마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연구를 포기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연구주제를 선택할 때,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주제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 성과는 흥미롭고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연구는 대부분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주제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연구는 재미로 시작할 수 있지만, 의미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흥미로운 주제에서 출발했더라도, 결국에는 과학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해야 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흥미로 관심을 가지지만, 마지막에는 “그래서 이 연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연구로서 가치를 갖게 된다.
나 역시 이 점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연구였지만, 그 안에 의미를 부여하고 과학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었다. 그 과정에는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했고, 지금도 계속 배워가고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흥미가 있기 때문에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지속이 결국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두 번째 기준인 ‘필요한 연구’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 제주 산방산 유채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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