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19)
– 연구주제 정하기 3

  • 588호
  • 기사입력 2026.05.26
  • 편집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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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올해도 스승의 날이 찾아왔다.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학생들과 우리 연구실원들도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었다. 이번 스승의 날에는 특별한 일이 있었는데,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회사나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졸업생들이 연구실을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첫 제자들을 만났을 때 내 나이는 30대 초반이었는데, 어느덧 제자들이 결혼을 하고 30대 중반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연구실을 처음 셋업하며 힘들었던 시간들과 작은 성공에도 기뻐했던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며, 선생으로서 올바른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동시에 큰 보람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난 글에서는 연구주제를 정하는 두 가지 기준 중 ‘재미있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또 다른 기준인 ‘필요한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대다수의 연구는 결국 ‘필요한 연구’에 관심을 가진다. 필요하다는 것은 곧 수요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흥미를 느끼는 것을 넘어, 사회와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대학 연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필요한 연구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는데, 바로 사전조사이다. 쉽게 말해, 현재 과학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해 있는지 공부하고 파악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보자.

“암을 빨리 발견하고 대처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문장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공통적인 필요성을 느낀다.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서도 암이라는 질병이 가지는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주변 지인이나 언론을 통해 암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쯤 접하게 되는 만큼, 그 필요성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해보자. 그런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암만 해도 간암, 폐암, 위암, 대장암 등 매우 다양하다. 어떤 암을 연구할지 정하는 것만 해도 쉽지 않다.

또한 조기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 기술도 매우 다양하다. MRI 같은 영상장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혈액이나 소변을 이용한 바이오센서 방식도 있으며, PCR과 같은 분자진단 기술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 기술이 실제 병원에서 사용 중인 기술인지,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기술인지, 혹은 아직 연구실 수준의 아이디어 단계인지를 구분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연구 분야와 방법은 매우 다양하고,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들이 동시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조사는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전조사가 왜 중요할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연구를 이미 다른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연구에는 시간과 자본, 그리고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오랜 시간 힘들게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미 누군가 같은 연구를 먼저 수행한 상태라면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물론 그 과정에서도 배울 점과 차별성은 분명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바로 자신이 속한 연구실이다.

연구실은 현재 관심 있는 분야에서 어떤 기술이 최첨단(State of the art)인지, 어떤 기술이 실제 상용화 단계까지 발전했는지, 그리고 세계적인 연구 흐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도교수님과 선배들이 먼저 그 길을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실 역시 다양한 센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특히 라만 기반 광학센서와 전기화학센서를 이용한 바이오·환경 센서 분야에서 어떤 기술이 최첨단 연구인지, 어떤 기술이 실제 산업으로 연결되고 있는지 꾸준히 논문과 학회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따라서 필요한 연구를 연구주제로 설정하기 위한 방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내가 생각하는 가장 필요한 연구는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어떤 기술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이 연구를 통해 세상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보자.


2. 내가 속한 연구실에서 실제로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한다. 선배들의 논문을 읽어보고, 선배들과 커피 한잔하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자.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사람들의 경험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3. 주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면, 최근 논문들을 조사해본다. 내가 관심 있는 연구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지, 어떤 부분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4. 이후 지도교수님과 연구주제에 대한 상담을 진행해보자. 이때 단순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간단한 파워포인트 자료로 정리해가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연구의 필요성 1장, 관련 연구 1~2장, 본인의 아이디어 1장 정도만 준비해도 충분하다. 단순히 “이런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학생과, 스스로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서 설명하는 학생은 교수 입장에서 매우 다르게 보인다. 가능하다면 간단한 사전 테스트(Pretest) 결과까지 준비해간다면 더 좋은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5. 만약 본인이 관심 있는 연구주제가 연구실에서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분야라면, 연구실에서 실제로 수행 가능한지도 함께 조사해보자. 실험연구의 경우 필요한 장비가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때 장비 견적이나 공동기기실 사용 가능 여부 등을 함께 조사해간다면, 본인의 열정과 준비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이렇게 연구주제를 찾는 두 가지 방향 중 ‘필요한 연구’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결국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 중 하나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연구주제는 대학원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나 역시 대학원에 입학한 이후 지금까지 센서 연구를 이어오면서, 연구주제를 잘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해서 느끼고 있다. 독자 여러분도 오랫동안 즐겁게 지속할 수 있는 연구주제를 찾기를 응원한다.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 다음 글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대학원 생활 속 번아웃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 부산 온천천공원의 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