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20)
– 번아웃 극복하기 1
- 590호
- 기사입력 2026.06.29
- 편집 성유진 기자
- 조회수 691
글: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학기 말이 다가오자, 어김없이 감기가 찾아왔다. 매년 학기의 끝이 다가오면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한 번씩 감기에 호되게 걸리곤 한다. 교수 임용 초반에는 새로운 수업을 준비하고, 학과 일과 학과 학생들을 챙기고, 연구실을 셋업 하느라 일이 첩첩산중에 있어 아프나 했는데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이렇게 아픈 걸 보니, 아직도 페이스 조절이 부족한가 보다.
예전의 나는 대학만 가면, 졸업만 하면, 학위만 취득하면, 임용만 되면, 승진만 하면… 이렇게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런데 막상 하나씩 지나고 보니, 생각보다 앞으로 새롭게 경험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우리 독자분들도 ‘최선을 다해 달리되, 한 번씩 뭉게구름이 흩뿌려진 하늘을 보고, 햇빛이 스쳐 지나가는 나뭇잎 사이를 거닐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연구와 공부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지난 글에서는 연구주제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척 중요한 내용이지만,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대학원 생활에서 한 번쯤 찾아오는 ‘번아웃’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나눠보고자 한다.
일단, ‘번아웃’이란 무엇인가?
번아웃은 ‘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 과도한 훈련에 의하거나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쌓인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하여 심리적ㆍ생리적으로 지친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파생된 ‘번아웃 증후군’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기력이 소진되어 무기력증, 우울증 따위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번아웃은 단순히 피곤한 상태가 아니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모두 바닥나서, 이전에는 할 수 있었던 일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상태에 가깝다.
번아웃 증후군은 요즘 대학생들에게도 많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학원생이라면 한 번쯤 겪고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번아웃 증후군이 나타나기 전에 전조처럼 찾아오는 상태가 있다. 바로 ‘슬럼프’이다.
슬럼프는 ‘심신의 상태 또는 작업이나 사업 따위가 일시적으로 부진한 상태’를 말한다.
관련 내용에 앞서, 나 스스로와 선후배, 우리 연구실 학생들, 그리고 타 대학원생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점을 먼저 말해보자면, 번아웃은 대부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찾아온다는 점이다. 즉 연구실에 처음 오자마자 번아웃이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다수의 학생은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아직 기력이 남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기력’이다. 기력이란 사람이 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정신과 육체의 힘이다. 이러한 기력은 회복되거나 강화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진되기도 한다. 만약 기력이 소진되지 않는다면 번아웃 증후군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번아웃이 온 상황은 내 기력이 소진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력이 소진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 매우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슬럼프이다.
여기서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해 온 논문을 찾고, 공부하고, 주제를 잡고, 연구를 시작하는 과정과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기한이 짧은 석사과정은 연구실마다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명확한 연구주제를 잡아야 2년 안에 졸업할 수 있다. 그래서 장기적인 슬럼프에 빠져 있을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그렇다고 석사과정에서 슬럼프나 번아웃이 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짧은 기간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다른 형태의 부담이 찾아올 수 있다. 다만 학업 기간이 긴 석박사과정이나 박사과정에서는 슬럼프가 더 오래 지속되거나 더 깊게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번아웃까지의 과정을 순서화해 보면 다음과 같다.
▲ GPT AI 생성 일러스트
물론 모든 학생이 이 과정을 그대로 겪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구가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망의 대상이 자신이 되거나 주변이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슬럼프를 단순히 ‘요즘 연구가 잘 안된다’는 정도로만 넘기지 않고, 내 마음과 몸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상황은 무엇일까? 연구 결과가 어느 순간 잘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성취감과 열정이 다시 생기면서, 재미없어 보이던 실험이 다시 흥미롭게 느껴지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하루 종일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슬럼프의 고리를 끊는 것, 더 나아가 슬럼프 상태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자신이 지금 슬럼프 상태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 번아웃 증후군에 가까운 상태인지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미 알아차렸을 때는 시간이 많이 지났거나, 건강까지 잃은 경우도 여러 차례 볼 수 있다. 그래서 지도교수와 연구실 분위기, 그리고 연구실 구성원들이 중요하다.
제자들을 사랑하는 지도교수라면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적절한 조언과 방향성을 제시하며,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 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지도학생이 많거나 바쁜 일정이 많은 경우에는 세세한 케어가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 연구실 안에서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선후배와 동기들이 있다면 큰 힘이 된다.
오늘 글에서는 번아웃의 원인이 되는 슬럼프와 그것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한 조금 더 적극적인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 미국 Waimanalo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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