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21) <br>– 번아웃 극복하기 2

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21)
– 번아웃 극복하기 2

  • 592호
  • 기사입력 2026.07.27
  • 편집 성유진 기자
  • 조회수 132

글: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최근 UAE(United Arab Emirates)에서 중요한 손님이 우리 연구실을 방문했다. UAE 칼리파대학교(Khalifa University) 화학공학과의 Zhixing Lin 교수님이다. 중국인인 Lin 교수님은 호주 멜버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젊고 뛰어난 학자인 Lin 교수님은 중국 대학에서도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연봉과 연구 여건, 복지가 좋은 UAE 칼리파대학교를 선택했다고 한다.
Lin 교수님은 칼리파대학교의 해외 대학 교류 프로그램의 하나로 성균관대학교 우리 연구실을 찾았고,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었다. 이번 방문에서는 대학원생 지도와 연구실 운영에 대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알아차렸겠지만, 나는 지난해 호주 멜버른대학교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Lin 교수님이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할 때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해외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것이 처음이었던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올 무렵에는 Lin 교수님의 임용 소식을 듣고 함께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짧은 영어로 연구실을 어떻게 세팅하면 좋을지, 홈페이지는 어떻게 만들고 학생은 어떻게 모집해야 하는지, 연구과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대화가 Lin 교수님에게 생각보다 인상 깊게 남았던 모양이다. 방문 기간 동안 연구와 학생 지도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학생 지도와 연구실 운영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좋은 연구실을 만드는 일은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것뿐 아니라 학생들이 지치지 않고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돌아갈 때는 성균웹진을 소개해 주었다. 요즘은 웹페이지도 영어로 자동 번역되니 학생들에게 추천해달라고 말했는데, 반응은 무척 좋았다.

지난 글에서는 번아웃과 기력, 슬럼프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번아웃이 찾아오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또한 자신이 현재 슬럼프 상태인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나눠보고자 한다.


지난 글의 도표를 살펴보면, 연구를 진행하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슬럼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연구는 원래 잘되지 않는 것을 되게 만드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연구는 아직 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남들이 아직 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1. 그 내용을 몰라서
  2. 그 내용이 어려워서


당연히 모르는 일을 하려니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려니 또 힘들다. 연구는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자신의 적성에 맞을 수는 있지만,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연구가 쉽다고 느껴진다면 본인이 매우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거나, 지도교수님의 지도가 무척 명확한 경우일 수 있다. 교수님께서 정확한 연구 방향을 알려주시고, 연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까지 제시해 주셔서 어려움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연구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누구나 슬럼프를 겪을 수 있고, 이를 적절히 극복하지 못하면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작은 성공이든 큰 성공이든 연구의 성공을 한두 번 경험하고 나면, 이번 연구도 잘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가보지 않은 길에서 마주하는 시행착오와 어려움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연구는 내 적성이 아닌가?’, ‘내가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었나?’라는 자책이 생기기도 한다. 반대로 ‘왜 교수님은 내 연구가 이렇게 막히는데도 해결책을 제시해 주시지 못하지?’, ‘저 선배는 내 사수이면서 왜 내 연구에는 신경도 쓰지 않을까?’라는 원망이 생기기도 한다.


당연히 연구실에 슬럼프나 번아웃을 겪는 사람이 있으면 주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명만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어도 연구실 분위기는 생각보다 쉽게 가라앉는다. 부정적인 감정은 의외로 전염성이 빠르다. 옆에서 함께 지내는 연구실원들까지 덩달아 기분이 가라앉고, 연구할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주변을 위해서라도 이 상태에서 가능한 한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1. 슬럼프의 이유를 구체화해 보기

슬럼프가 오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꼭 연구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연구실원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일 수도 있다. 먼저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무기력해졌는지 차분히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 때문인지, 인간관계 때문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일 때문인지 문제의 범위를 좁혀보자. 물론 처음에는 정확한 이유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러한 감정과 상황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 내가 느끼는 힘듦과 어려움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어느 정도 좁혀놓으면, 조금 더 구체적인 해결책에 가까워질 수 있다. 문제의 정체를 알아야 그에 맞는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가장 먼저 찾을 사람, “교수님, 저 너무 힘들어요…”

내가 슬럼프나 번아웃을 겪고 있는 것 같거나, 기력이 지나치게 떨어져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면 주변 사람들과의 상담도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지도교수님께 상담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연구와 연구실 운영에 관한 실제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경우,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바로 지도교수님이기 때문이다.
교수님과의 상담을 통해 막혀 있던 연구의 해결책을 얻을 수도 있고, 심리적인 안정이나 휴식을 권유받을 수도 있다. 혼자 진행하기 버거운 프로젝트나 연구가 원인이라면, 자신의 어려움과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좋다. 상황에 따라 새로운 연구팀을 구성하거나 업무와 연구 방향을 조정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슬럼프가 올 수도 있다. 금전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가족의 문제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연애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인생 경험이 더 많은 교수님이라면 학생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학생이 어떻게 되든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교수님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교수님께 바로 말씀드리는 것이 어렵다면, 연구실장이나 신뢰하는 선배에게 먼저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상담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럼에도 “우리 교수님은 저를 전혀 신경 써주시지 않는다”고 확신이 든다면, ‘우.왜.대’ 16화를 다시 읽어보는 것도….


3. 이곳저곳에 SOS 보내기

연구의 어려움으로 발생하는 슬럼프는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더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가 지금까지 연구를 하면서 얻은 결론 중 하나는, 훌륭한 연구일수록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이론이나 시뮬레이션 연구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뛰어난 연구를 단독저자로 좋은 저널에 게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실험연구를 주로 하는 나의 입장에서 보면, 혼자서 실험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수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다못해 외부기관에 시료를 보내 측정을 의뢰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그렇기에 지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면 선배와 동기, 때로는 후배에게도 SOS를 보내보자. 생각보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내가 박사과정 때 겪었던 일이다. 처음 다루는 장비를 배울 방법이 도저히 없어 다른 연구실 선배님을 무작정 찾아갔다.
“선배님, 제가 ○○ 교수님 연구실 학생인데 이 장비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배울 곳이 없습니다. 사용 방법을 조금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 선배님은 장비의 기본 이론부터 실제 사용 방법까지 무척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그 도움 덕분에 실험 조건을 설정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 선배님은 지금 다른 대학의 교수님이 되어, 학회에서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드리고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일이 아니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 역시 연구자에게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다.


4. 일상의 여유 찾기

멘탈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때 꼭 크고 강렬한 자극이나 특별한 보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 창밖을 바라보며 마시는 연한 디카페인 커피 한 잔, 점심을 먹고 연구실원들과 걷는 학교 교정, 늦은 밤 친구들과 즐기는 게임 한 판, 토요일 저녁의 풋살 경기, 일요일 오후에 보는 드라마나 영화처럼 소소한 행복을 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기력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사람마다 회복하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누군가는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회복한다. 또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좋은 휴식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회복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연구는 마라톤과 같기 때문에,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과 기력을 회복하는 방법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이렇게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한 네 가지 방법을 살펴보았다. 중요한 것은 번아웃이 절대로 오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번아웃이 찾아왔을 때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연구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제 연구 내용을 어느 정도 정리하여 교수님께 보고할 단계가 되었을 것이다. 연구실 미팅 자료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은지 함께 알아보자.


▲ 미국 Waikiki 해변의 일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