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23)
– 연구실 미팅준비하기 2

  • 596호
  • 기사입력 2026.10.01
  • 편집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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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벌써 개강을 하였다. 여름방학 기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방학이 지나갔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했는데, 필름 시공 및 제거, 실리콘 제거, 전구 설치 등 다양한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나름 손재주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일에 전문가가 있는 이유가 있다는 진리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필름지 시공이 기억에 남는다. 필름지를 붙일 때 처음에 똑바로 붙이지 못하면 나중에는 한쪽이 모자라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그 일을 겪으면서 처음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고, 누군가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학원 생활만큼은 내 글이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지난 글에서는 첫 발표의 긴장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연구실 미팅 자료를 어떻게 구성하면 좋은지 이야기해 보자.


2. 발표 자료는 구성이 중요하다.

연구실 미팅의 목적은 내가 진행한 연구를 연구 책임자인 교수님께 정말! 잘! 알맞게! 보고하는 데 있다. 연구실 미팅은 학회나 세미나, 공동연구자에게 연구를 소개하는 발표와는 목적이 조금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연속성이다.

학회나 세미나 발표에서는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 연구를 소개해야 하기 때문에, 이 연구를 왜 했는지 또는 왜 중요한지에 대한 배경부터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연구실 미팅의 경우에는 지도교수님과 이미 연구의 큰 방향과 중요성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연구를 시작할 때 충분한 논의를 거쳤을 가능성도 크다.

물론 새로운 연구 주제를 처음 제안하는 경우라면 연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연구의 연장선에서 진행하는 미팅이라면 이러한 내용은 생략하거나, 주제가 크게 바뀌었을 때 한두 장 정도로 정리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무언가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연구실 미팅 자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지난번에는 어디까지 했고, 이번에는 무엇을 했으며,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하나의 흐름으로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본인 스스로도 연구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그 흐름을 지도교수님께 알맞게 설명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연구실마다 미팅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매주 진행하는 연구실 미팅을 기준으로 했을 때 내가 추천하는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이번 주 동안 진행한 연구를 포함한 여러 내용 요약

2) 지난주에 보고드린 내용 또는 지금까지의 연구 흐름 요약

3) 이번 주에 진행한 연구 내용 정리

4) 다음 주에 진행할 연구 계획


1)의 경우 아주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말 그대로 한 주 동안 진행한 연구와 그 외의 여러 일들을 한눈에 보여주는 ‘주간 요약’이다. 예를 들면,

“이번 주 OO 실험 진행, OO 학회 발표 준비, OO 특허 및 자료 조사”

정도로 간략하게 정리하면 된다.


그 이후 2)로 넘어가, 이번 주의 연구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지난주에 진행한 내용이나 지금까지의 연구 흐름을 간략히 정리한다. 1)이 이번 주에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주간 요약’이라면, 2)는 현재 연구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다시 연결해 주는 ‘연구 흐름 복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말씀드린 내용을 다시 미팅 자료로 준비한다는 것이 ‘괜히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교수님은 생각보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내가 전반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까지 모두 기억하지 못하고 놓치고 있을 때도 있다.

내가 호주 멜버른대학교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을 때, 그 연구실은 30명이 넘는 대형 연구실이었다. 매주 미팅을 진행했지만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학생 한 명이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자신의 연구에 대해 지도교수님께 소개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정도 간격이라면 지도교수님이 모든 세부 내용을 기억하고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인원이 많은 연구실일수록 자신의 연구가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짧게라도 정리해 상기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3)으로 넘어가 실제로 이번 주에 진행한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매주 미팅을 진행하다 보면 결과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실험 두세 개를 진행했을 수도 있고, 반복 실험만 했을 수도 있으며, 시뮬레이션이나 계산이 아직 진행 중일 수도 있다.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연구를 놓지 않고 연속성을 가지고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좋은 결과만 골라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판단에 필요한 자료는 충분히 가져오는 것이 좋다.

연구를 하다 보면 내가 보기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결과, 노이즈, 혹은 단순한 에러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새로운 발견이 이런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따라서 연구실 미팅은 좋은 결과만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 노이즈, 실패한 실험도 다음 연구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결과를 무시하거나 숨기기보다는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왜 이렇게 나왔는지 모르겠다면 그대로 “아직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부족함을 드러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지점부터 지도교수님이나 연구실원들과 함께 이유를 찾고 다음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물론 연구가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재료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거나, 장비가 고장 났거나,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거나, 건강이 좋지 않았거나,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인적으로 솔직하게 현재 상황을 지도교수님께 공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동안 어떤 일을 진행했는지를 함께 보여준다면 대부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것 자체보다, 왜 진행되지 않았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이후 계획도 없는 상황이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지막 4)는 앞으로 진행할 방향을 짧게 제시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어떤 실험이나 분석을 진행할 예정인지 이야기하면, 지도교수님은 그 방향이 적절한지 코멘트를 줄 수 있다. 더 좋은 방향이 있거나,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조언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연구실 미팅은 지난 연구를 보고하는 것으로 끝나는 자리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몇 가지 더 추천할 내용을 정리해 본다.

발표 자료를 정성 들여 꾸미는 것은 당연히 좋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연구실 대표 PPT 템플릿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없다면 자기만의 템플릿을 만들어 계속 사용하는 것도 좋다. 자료의 형식이 일관되면 본인도 편하고, 발표를 듣는 사람도 내용을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하다.

또한 글 위주로 작성하기보다는 간단한 그림이나 도식이라도 넣는 것을 추천한다. 연구 과정이나 실험 조건, 결과의 흐름을 그림으로 보여주면 설명과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연구실 미팅 자료는 화려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알게 되었으며, 무엇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연구실 미팅을 하다 보면 가장 난감한 순간이 있다. 분명 일주일 동안 열심히 연구했는데, 막상 보여줄 만한 결과가 하나도 없을 때다. 다음 글에서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연구실 미팅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 연구미팅 자료 구성(Chat GPT 생성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