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지혜 : 일을 대하는 자세

  • 477호
  • 기사입력 2021.10.13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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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재석 유학대학 및 성균인문 동양학아카데미 주임교수


음식점이나 편의점에 가면 청년 대학생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공부에만 전념해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晝耕夜讀’처럼 일을 병행하는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실천에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학생들은 학교에서 조교로 근무하거나, 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쌓기도 하고, 벌써 취업을 하였거나 자기 사업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일을 왜 하는지 이유를 물어보면, 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할 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취업에 도움 되는 스펙을 갖추기 위해, 혹은 다른 도움 되는 것이 있어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일’은 우리 삶에서 없을 수 없다. 일을 대하는 자세는 어떡해야 할까, 또 일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동아시아 사상문화의 핵심을 담고 있는 고전 『論語』를 보면, “先事後得, 非崇德與.”라는 말이 나온다. 先은 ‘먼저’의 뜻으로, ‘먼저 행한다’는 의미이다. ‘근본으로 여긴다’는 ‘本’과 같은 의미 역시 함축하고 있다. 事는 일의 뜻으로, 하는 일이나 해야 할 일을 지칭한다. 後는 ‘뒤’의 뜻으로, 여기서는 ‘뒤로 미룬다’는 의미이다. ‘말단으로 여긴다’는 ‘末’의 의미 역시 함축하고 있다. 得은 얻을 것을 의미한다. “일을 먼저 행하고 얻을 것을 뒤로 미룬다면 덕을 높이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의미이다.


‘YOLO’가 유행하고 있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소비지향 생활방식을 지칭한다. 욜로족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내 집 마련이나 노후 대비를 하기 위해 일에 매진하기 보다는, 당장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소비한다.


청년실업 등의 불확실한 미래로 불안해하고 좌절하기보다, 자신을 위해 일을 줄여나가는 용기 있는 선택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일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일부 모습에 우려가 되기도 한다. 하고 있는 일이 삶의 중요한 목적이 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일은 부차적인 것이 되어, 일하는 과정이나 일의 결과는 자신의 삶과 무관하게 된다. 만일 오직 돈과 같은 얻을 것만을 위해 일을 한다고 하면, 일은 철저히 수단에 머물게 된다.


이익이 목적이므로, 돈 많이 버는 일이 ‘좋은 일’이다. 어떤 일이든 ‘좋은 일’은 기꺼이 하게 되고, 이익이 안 되는 ‘나쁜 일’은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일을 수단으로만 간주하면 잘못된 일도 서슴없이 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스스로를 필요할 때만 쓰다 버리는 부품처럼 일터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을 할 때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일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인지,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인지 신중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당연히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은 때론 대가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현실에서 대가 없이 어떤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급여나 처우 등이 일을 선택할 때 중요한 요인이 되곤 하는 것이다.  얻을 것을 우선하지 않고 일을 선택하는 것이 어려운 수준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얻을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되, 일단 맡은 일은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국 이익을 준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최고 단계는 일을 존중하고 일에 매진하며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공자는 ‘敬事’를 말하였다. 일을 할 때 그 일에 몰입하고 집중하여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이다.  


남들의 시선에는 하찮게 보이는 일일지라도, 자신이 선택한 일을 존중하고 사랑할 필요가 있다. 공자는 ‘어린 시절 가난하여 비루한 일을 잘했다[吾少也賤, 故多能鄙事.]’고 회상한다. 사마천은 공자가 노나라 계손씨 집안의 창고를 관리하는 委吏와 가축을 관리하는 乘田의 보잘것없는 직책을 역임하였음에도 철두철미하게 일을 하여 계산이 틀리지 않았고 가축도 번식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일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미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敬事의 자세는 나를 성장시킨다. 얻을 것을 우선하기보다 일을 존중하고 일에 매진하는 것이 ‘德’을 숭상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반문은, 나를 혁신 하고 성장시키는 방법이 일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의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며,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러면 일하는 과정에서 ‘참된 즐거움[眞樂]’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일 수도 있다.


물론 한때 ‘열정페이’를 강조하며 청년 대학생들의 열정을 회사에서 이용만한 경우도 있었다. 회사가 크고 작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재’이다. 일에 가치를 느끼며 최선을 다하는 인재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重用하여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좋은 인재를 몰라보고 도구로만 사용하니 안타깝다. 단물만 쏙 빼먹고 인재를 홀시하면, 회사에 단기적으로 이익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擧賢’이라 했다.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좋은 인재를 발탁하고 일을 맡길 줄 알아야 한다.


일을 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가치 있는 일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가슴 뛰는 일, 하면 할수록 즐거운 일은 삶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얻을 것은 말단이고, 가치 있는 일은 근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얻을 것을 위해 일을 하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이익에 도움 된다고 마음을 고쳐먹을 필요도 있다. 그렇지 않고 얻을 것만 우선하면, 스스로를 일터의 도구로 평가절하 시키는 셈이 된다. 일을 통해 내가 주인이 되는 삶, 그래서 일상이 즐거울 수 있는 삶이 이익보다 가치 있는 일을 중시하고 매진할 때 가능함을 고전 『논어』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