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핵심인재 양성 프로그램(EEP)

동아시아 핵심인재 양성 프로그램(EEP)

  • 319호
  • 기사입력 2015.03.10
  • 편집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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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재명 성균관대학교대학원 한문학과


'동아시아 핵심인재 양성 프로그램(EEP)' 제5기 연수생으로 선발되어 8박 9일(1월 18일 ~ 1월 26일) 동안 일본 동경을 견학했다. EEP는 성균관대학교 무역연구소에서 주최하는 한 달 연수 과정으로, 현지 연수 이전에 학교 내에서 2주 간(1월 5일 ~ 1월 16일)의 사전 수업 진행이 포함되었다. 개인적으로, 사전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현지 연수를 통해 일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완성할 수 있는 최고의 연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현지 연수 9일 동안의 여정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째 날, 김포 공항에서 집결한 뒤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출발 전 교수님께서 비행기 왼쪽 편 창가에 앉으면 후지산을 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운이 좋게도 왼쪽 편 창가에 앉아 후지산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일본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도착 후 처음으로 견학한 장소는 '도쿄도청'이었다. 도쿄도청은 마치 미래 도시를 연상하게 만드는 화려한 건축물이었다. 실내에는 도쿄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무료로 개방함으로써 관공서가 하나의 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견학을 마친 뒤 숙소인 '국립 올림픽 기념 청소년센터'로 이동해 간단한 일정 설명을 듣고, 앞으로 8일 동안 진행될 연수에 대한 설렘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둘째 날, 아침에 수업을 듣고 조원들과 매점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음식점에서 먹는 라면처럼 국물 맛이 얼큰한 점과 면이 쫄깃하다는 점에 감탄했다. 일본의 컵라면은 우리나라가 따라할 수 없는 기술 중 하나가 아닐까하는 사견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일본 사람들이 산책 코스로 즐겨가는 '요요기 공원'과 '메이지 신궁'을 견학하였다. 요요기 공원은 넓고 평지인데다 오래된 나무가 많아서 산책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지 신궁은 도심 속에 위치한 절과 비슷한 느낌으로, 번잡한 도심 속에서 여유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었다. 다시 도심으로 내려와 향한 곳은 '주일 대한민국 대사관'이었다. 이곳에서 21세기 국제질서의 변화와 현재 한일관계의 문제점 그리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한일관계 및 후속 세대로서 우리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셋째 날, 수업을 듣기 위해 일본의 명문대학교 중 하나인 '와세다 대학교'로 갔다. 와세다 대학교 학생과 조별로 캠퍼스 투어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우리나라 대학교처럼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깨끗하고 시설이 좋았다. 와세다 대학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학생식당이었다. 가격은 굉장히 저렴하지만 맛은 최고였기 때문이다. 캠퍼스 투어를 통해 학생식당의 높은 품질을 몸소 체험하고, 일본 학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와세다 대학교에서 일정을 마치고 조원들과 동경의 번화가인 '오모테산도'와 '시부야'를 구경했다. 오모테산도는 우리나라의 청담동 명품거리와 유사했다. 시부야는 대표적인 중심 번화가 중 하나로, 우리나라 번화가 2곳 정도를 합친 것처럼 넓고 유동 인구 또한 많았다. 여기서 저녁을 먹기 위해 라멘 가게를 갔는데, 모두 1인을 위한 좌석으로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는 인테리어가 인상 깊었다. 싱글족의 증가와 그들을 위한 공간 마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넷째 날, 오전에 수업을 듣고 나서 '국회의사당'을 방문했다. 17년에 걸쳐 완공한 만큼 정교한 건물이었고, 건물 내부의 인테리어가 유럽의 건물처럼 고풍스러웠다는 점이 특이했다. 참의원 본회의장과 천황 휴게실을 견학하며 오전에 배운 일본의 정치체제에 대해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이후 국회의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여러 분야의 질문에 대해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기존에 갖고 있던 일본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없앨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간담회가 끝난 뒤, 조원들과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신주쿠'로 향했다. 90분 동안 마음껏 리필이 가능한 샤브샤브 가게에 가서 일본 샤브샤브를 음미했다. 특히 날계란을 풀어 소스로 찍어먹는 스키야키 육수 샤브샤브는 단연 최고였다.

다섯째 날, 아침 수업을 마치고 '일본 은행'으로 이동했다. 일본 은행의 외관은 오래된 건축물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견학을 위해 안으로 들어가 일본 은행의 역할에 대한 동영상을 시청했다. 물가 안정과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청이 끝나고 일본 은행에서 사용했던 금고와 현재 은행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안내해 주시는 분께서 일본 은행에는 고객이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알려주셨는데 이 점이 인상 깊었다. 은행 견학 후 우리 조는 '긴자'로 갔다. 유라쿠초역 근처 소바 가게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의자 없이 선 채로 먹는 음식점이었다. 공간 활용을 높이기 위한 이유도 있겠지만, 앉아서 먹을 시간조차 없는 바쁜 현대인의 삶의 볼 수 있는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바 가게에서 나와 명품 상점이 즐비한 긴자의 거리를 구경했다. 건물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 설계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여섯째 날, '게이오 대학'에 가서 오전 수업을 들었다. 일본의 명문대학교 중 하나인 게이오 대학은 캠퍼스가 정말 작지만, 건물은 와세다 대학과 마찬가지로 깨끗했다. 여기서도 학생 식당에 가서 카레를 먹었는데, 맛이 나쁘지 않았다. 게이오 대학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조원들과 '야스쿠니 신사'에 갔다. 현지 수업을 들으면서 야스쿠니 신사가 우리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지만, 일본 사람들에게는 그저 데이트 장소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웠던 적이 있었다. 직접 가서 보니 연인들이 많았지만 데이트를 할 만큼 전경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후 '도쿄역'으로 이동해 도쿄역의 야경을 구경했는데, 우리나라의 서울역과 유사한 모습이 신기했다.

일곱째 날, 수업을 듣기 위해 한 번 더 와세다 대학으로 출발했다. 일본 현지에서의 마지막 수업을 듣고 점심은 맥도날드에서 해결했다. 일본에만 있는 돈가스 햄버거를 주문했는데, 돈가스의 식감이 살아있어 정말 맛있게 먹었다. 컵라면 이후, 패스트푸드인 햄버거의 고정관념을 깨 준 획기적인 음식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교수님 그리고 다른 연수생들과 함께 일본의 1순위 대학인 '도쿄 대학교'를 견학했다. 도쿄 대학교의 건물들은 예전에 지은 건물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는데,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된 건물임에도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건축 양식이라는 점 또한 주목할 만 했다. 도쿄 대학교에서 나와 '우에노 공원'으로 이동했다. 일본 최초의 공원이자 최대 규모의 공원이 어떤 곳인지 보고나서, '아사쿠사'로 갔다. 이곳은 7년 전에 가봤는데, 쉬는 날 방문했던 그 때와는 다르게 번잡하고 활기 넘치는 상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덟째 날, 자유견학을 위해 '츠키지 수산 시장'으로 향했다. 북적대는 사람들로 인해 시장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고, 입에서 살살 녹는 스시를 맛보며 행복함에 빠졌다. 여기서 일본어로 안녕 또는 미안해 등의 말을 하면, 그 말에 따라 인사를 하거나 텀블링을 하는 종이 로봇을 봤는데 정말 신기했다. 조만간 우리나라에 보급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귀여운 로봇이었다. 이후 현지 연수 과정 중 처음으로 혼자 도쿄 시내를 돌아다녔다. 시부야로 이동해 거리를 구경하고 스타벅스에 갔다. 일본에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스타벅스 밖에 없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인지 백화점 명품 매장처럼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빈 좌석이 생기면 직원이 직접 자리로 안내해주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일본에만 있는 초콜렛 오렌지 모카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혼자만의 휴식시간을 가졌다. 휴식을 마치고 나서 도쿄에 오면 한 번 쯤은 가 볼 만 한 곳이 '도쿄 타워'라는 생각이 들어 도쿄 타워로 발길을 옮겼다. 야경과 함께 어우러져 빛을 내는 도쿄타워는 정말 아름다웠다. 도쿄 타워 화장실에 보면 손 세정, 비누, 손 건조가 올인원으로 갖추어진 세면대가 있는데,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도쿄타워를 눈에 담고 Farewell party를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8일 동안의 현지 연수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을 정리하고, 함께 일본 맥주를 마시며 한국으로 돌아가는 아쉬움을 위로했다.

마지막 날, 국립 올림픽 기념 청소년센터를 떠나 '오다이바'로 갔다. 후지 티비 건물을 견학하고 다른 건물로 넘어가 상점 구경 및 휴식 시간을 가졌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정든 사람들과 아쉬움을 안고 헤어졌다.


EEP는 학부 시절 조선과 일본의 통신사 관련 논문을 작성하면서 일본 연구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나에게 좋은 배움의 기회를 준 연수 과정이다. 일본의 역사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경영, 법, 교육 그리고 한일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폭넓게 배울 수 있어서 보람 있고 뿌듯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인연을 만나 타지에서 함께 행복한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는 점은 나의 인생에서 다시 경험하기 힘든 소중한 추억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달 남짓 지난 지금도 함께 했던 사랑하는 우리 조원들과 다른 연수생들 그리고 많은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들이 그립다. 일본에서의 값진 배움을 통해 앞으로도 발전하는 제5기 EEP 연수생이 되길 바라며, 2015년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