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핵심인재 양성 프로그램(EEP) 3

동아시아 핵심인재 양성 프로그램(EEP) 3

  • 321호
  • 기사입력 2015.04.11
  • 편집 김진호 기자
  • 조회수 9211

글 : 배은찬 글로벌경영학과 10


성균관대학에는 개교 이래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선배님들께서 많이 계십니다. 그 중 안동 김씨 집안의 김옥균 선배가 계신데요. 김옥균 선배는 성균관에 입학하여 스물 두 살에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하였습니다. 과거 시험장에서 고종 임금의 ‘쇄국을 할 것이냐, 개방을 할 것이냐’에 대한 물음에 조선은 개방을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김옥균 선배가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건너가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후쿠자와유키치의 가르침을 받았던 일화는 매우 유명한데요. 김옥균 선배가 일으킨 갑신정변이 무위로 돌아가고 상하이에서 암살을 당하자 후쿠자와유키치는‘나는 조선에 배신당했다.’라고 할 정도로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소망, 김옥균 선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였다고 합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한국과 일본은 모두 근대국가가 되었습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 동아시아의 한국, 일본, 중국은 EU, ASEAN이 지정학적,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처럼 공동의 발전을 위하여 힘을 합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한국, 일본, 중국간의 관계는 동아시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는 누가 풀어야 할까요?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협력해야 하겠지만,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 갈 대학생이 가장 잘 문제를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따라서 동아시아의 공동 발전과 그 속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고민하기 위하여 성균관대학에서 선발된 다양한 전공의 25명의 학생들이 동경대학, 게이오대학, 와세다대학에서 경제, 정치,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교육을 8박 9일동안 받았습니다. 본 기행문에서는 8박 9일간의 동아시아 핵심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및 느낀 점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월 18일.
글로벌경영, 글로벌리더, 무역학과에서부터 화학과, 의상학과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선발된 25명의 학생들은 일본 연수에 앞서 사전교육을 2주간 받았습니다. 전 일본 삼성 대표님의 “일본기업문화의 이해”, 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의 “일본과 한국의 민법 비교연구”, 현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교수님의 “독도문제와 한일관계” 수업 등 일본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18일 오전이 출국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일 새벽까지 사전 교육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수업의 강도도 굉장히 높았습니다. 밤을 새고 동경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학생들의 몸은 피곤했으나 비행기에서 보이는 후지산에 모두들 일본에 온 것을 실감했습니다. 동경에 도착 후 202m의 동경도청 전망대에서 동경을 한 눈에 바라보며 다음날 본격적으로 진행 될 프로그램에 대해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았습니다.



1월 19일.
오전에는 노동경제학 교수님과 역사학을 가르치시는 교수님들의 수업을 받았습니다. 노동경제학 시간에는 와세다대학 교수님이신 Drew Griffin 교수님의 일본의 저출산문제, 여성의 일자리문제, 자살문제 등 한국과 관련 깊은 주제에 대한 수업을 들었습니다. 역사시간에는 와다 하루키 선생님의 일본의 역사문제에 대해 수업을 들었습니다. 특히 위안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 노력하신 선생님으로 ‘비록 내 의견은 주류는 아니지만…’이라고 하시지만 일본에도 위안부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알려주셨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잊지 말아야 할 한일의 역사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일깨울 수 있었습니다.

바쁜 오전 스케줄을 마치고 오후에는 메이지신궁을 견학과 주일대사관을 방문하였습니다. 주일대사관에서는 참사관님께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하여 강연을 해 주셨습니다. 최근 한국이 중국 일방향으로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하여 경계를 하시며 적어도 대학생이라면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참고로 2015년 주일대사관의 목표는 ‘한국과 일본의 정상회담 성사’라고 하셨습니다. 주일대사관 주최 저녁만찬도 있었는데 대학생들에게 정말로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1월 20일.
오전에 도자이선을 타고 와세다대학에 등교하였습니다. 동경은 땅값이 매우 비싸 국립대학인 동경대학과 사립대학인 와세다대학을 제외하고는 캠퍼스를 유지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와세다대학의 명성이 일본 내에서 높다고 하는데, 마침 제가 여행길에 들고 간 책이 무라카미하루키의‘해변의 카프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균관대 학생들의 연수 기간이 마침 일본의 기말고사기간과 겹쳐서 학교에는 많은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가서는 경제와 문학 수업을 받았습니다. 경제 시간에는 타가세고우이치 교수님의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내용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의 관계를 설명하시면서 중국은 일본으로부터 아직도 ODA를 받고 있다며 재치 있는 농담으로 ‘중국은 받을 것은 다 받고 주는 것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문학 시간에는 한국 근대 문학과 일본의 관련양상을 배웠습니다. 식민지 이전의 소설부터 춘원 이광수를 거쳐 광복 후의 시기까지 일본문학과의 연계양상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경제 수업 후 중간 점심시간에는 와세다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학교 캠퍼스 투어를 하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와세다대학에는 서문에 유명한 라멘집이 많았는데요. 그 유명한 한 곳에서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정말 맛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한번 방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1월 21일.
본 일본 연수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일본 민주당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전에는 일본의 정치시스템 및 일본의 전후 보상 문제에 대하여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업을 마친 후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하여 국회의사당 견학을 하였습니다. 오래된 국회의사당 건물이니만큼 역사적 상징물도 많았고 특히 이토히로부미의 모습을 조각해 놓은 조각상도 국회의사당 중앙에 서 있었습니다. 일본의 민주주의를 크게 발전시킨 인물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일본 민주당 국회의원들과의 간담은 국회의사당 견학이 마치고 진행되었습니다. 총 세분의 국회의원들께서 참석해 주셨고, 먼저 국회의원들의 소개 후 한국 학생들과의 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사회, 정치 그리고 역사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특히 민간차원에서 진행되었던 일본의 전후보상처리에 대한 이야기, 아베정권의고노담화 계승 문제 등과 관련하여 민감한 이슈까지 다룰 정도로 분위기가 뜨거웠습니다. 두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 아쉬웠습니다.



1월 22일.
전날 일본 민주당 국회의원들과의 뜨거웠던 간담회를 뒤로한 채, 오전 수업을 받았습니다. 일본경제 및 한일관계에 대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동경대의 Michal Fabinger 교수님의 일본경제 수업은 주로 아베노믹스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셨고, 또 동경대의 기미야 다다시 교수님께서는 한일관계에 대해 ‘한국어’로 수업을 해 주셨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류가 아닌, 혐한이라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바쁜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는 일본은행 견학을 위하여 이동하였습니다. 일본 돈이 만들어지는 과정 및 기초적인 경제지식을 배웠고, 또한 일본 지폐의 인물 변천사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예시로 일본의 최고액권인 1만엔에는 누가 있을까요? 김옥균의 스승 ‘후쿠자와유키치’입니다.


1월 23일.
6일차에는 게이오대학에 등교하였습니다. 게이오대학은 후쿠자와유키치가 세운 대학으로 역사가 깊지는 않지만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인물을 키운 학교라고 알려져있는 학교입니다. 참고로 메이지유신으로 일본의 연호가 게이오로 바뀌자 후쿠자와유키치는 이에 적극 동조하여 자신이 세운 학교 이름도 게이오대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게이오대학에서는 와카미야요시부시 및 니시노 준야 교수님의 정치 수업을 들었습니다. 와카미야요시부미 교수님은 일본 보수의 아시아관에 대하여 강의를 해 주셨는데 ‘일본의 우파와 한국의 우파가 예전에는 서로 궁합이 잘 맞았다면 최근에는 서로 원수가 되었다.’라고 말하셨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점심식사 후 니시노 준야 교수님은 한일관계에 대해 한국어로 강의를 해 주셨습니다. 아내가 한국인이라고 하셨던 교수님께서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아베 정부의 정치적 성향과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알기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1월 24일.
오전에는 와세다대학에 등교하여 일본의 금융 및 보험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 날에는 동아시아 핵심인재들과 글로벌보험대학원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받았습니다.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토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나카이데사토시 교수님의 금융시간에는 일본의 금융체계에 대하여 배웠습니다. 이홍무 교수님의 무역보험 시간에는 일본의 보험 발전 양상에 대하여 배웠습니다. 일본은 특히나 해상보험 등 보험 분야에 있어서는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 수업을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핵심인재들의 공식적인 수업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시원섭섭한 마음을 갖고 학생들은 홀가분하게 자유시간을 즐기러 떠났답니다. 일본에는 1월과 7월이 대규모 세일 기간이라고 하는데, 마침 저희가 연수를 받으러 간 기간이 일본 최대 쇼핑 기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친구들은 쇼핑을 즐기러 갔고, 또 다른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은 지브리 박물관, 일본 황궁, 일본국립박물관 등 다양한 기호에 맞추어 동경의 마지막 토요일을 즐겼습니다.



1월 25일.
일요일은 Full-time 자유시간이었습니다. 가장 기대한(?) 날이었으니만큼, 동아시아 핵심인재 친구들은 각자 개성에 맞게, 주어진 자유시간을 즐겼습니다. 각자의 자유시간을 즐긴 후에는 학교 주최로 공식 Farewell Party가 있었습니다. 각 학생들의 연수를 통해 얻은 점, 느낀 점 및 아쉬웠던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또 담당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동경타워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의 파티를 마지막으로 저희는 일본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1월 26일.
7박 8일간의 고된 일정을 마무리하고 9일차에 귀국하였습니다. 지치고 피곤한 기색의 학생들이었으나 돌아오는 귀국길에서 참된 ‘동아시아 인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의 답을 가지고 왔기에 그 피곤함은 뿌듯한 피곤함이었습니다.

성균관대학을 입학하며 서울대, 연세대가 아닌 성균관대학의 학생들이 가져야 할 본분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군자의 도리와 도덕을 배우고, 공자와 맹자의 위패가 모셔진 성균관 대학, 그리고 그 대학의 주인공인 우리… 적어도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라면 시대적 사명을 갖고 몸소 실천하였던 선배들의 유지를 받들어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동아시아 핵심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발전, 그리고 대한민국의 발전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