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 University of Basque Country
- 544호
- 기사입력 2024.07.27
- 편집 장수연 기자
- 조회수 9580
글: 박소연 경영학과 (20)
※ 2024년 1월 7일 출국, 1월 22일 학기 시작, 5월 30일 학기 종료
◈ 비자 신청 절차
비자 인터뷰를 잡는 게 까다롭다고 해서 학교가 발표 나자마자 인터뷰 날짜를 예약했습니다. 서류 준비하는 것도 까다롭긴 하지만 꼼꼼하게 하라는 대로만 하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공증 아포스티유 받을 땐 마음 편하게 집에서 번역본을 만들어가세요. 재정보증서는 부모님 두 분이면 두 분의 인감증명서와 인감이 필요하고, 신분증은 달라고 안 하셨습니다. 비자 인터뷰 시 저는 인터뷰라 할 것도 없이 스페인 어느 지역으로 가는지만 확인하시더니 바로 처리해 주셨어요. 비자 발급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사례별로 다를 것 같은데 저는 6일 만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 항공권 정보
출국은 카타르 항공에서 65만 원에, 귀국은 에어차이나에서 50만 원에 구매했습니다. 귀국 일정은 유동적으로 정하고 싶어서 출발할 땐 출국 비행기만 구입했고 빌바오로 연결되는 항공권은 너무 비싸서 출국과 귀국 모두 마드리드 인아웃으로 했습니다.
비자가 나온 후 출국 한 달 전 표를 샀습니다. 카타르 항공에서 student club으로 표를 할인된 값에 살 수 있고, 무료 짐 추가도 10kg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만 경유를 한다면 연결되는 항공편이 모두 카타르 항공이어야 짐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도하에서 경유했는데 연결되는 항공편이 카타르 항공이 아니었고 이걸 뒤늦게 알아서 떠나기 일주일 전에 부랴부랴 짐을 줄였습니다. 꼭 확인하세요! 또 student club이면 1회 일정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스페인에서 방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들어서 개강 한 달 전 표를 샀었는데, 알고 보니 12월 말부터 1월 초가 holiday 기간이라 오히려 집주인들과 연락이 잘 안될 것 같아 개강 2주 전 표로 출국일을 미뤘습니다. 대략적인 공휴일을 알아보고 표를 끊으세요.
◈ 출국 전 준비 사항
저는 짐 부치지 않고 29인치 캐리어와 배낭에 각각 25kg, 7kg씩 담아갔습니다.
| 추천 준비물
- 선글라스: 유럽은 날 좋을 땐 눈 뜨고 다니기 힘들 정도로 햇빛이 강렬합니다. 없다면 출국 날 공항에서 꼭 하나 사세요!
- 전기장판: 빌바오는 스페인이지만 춥고 비가 많이 옵니다. 저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지내는 5개월 내내 전기장판을 끄고 잔 적이 없었습니다. 2학기 날씨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상반기 교환학생은 무조건 가져오세요.
- 미니 밥솥: 한국에서 요리를 잘 안 해 먹었더라도 유럽은 외식비가 비싸고 한국처럼 간단히 사 먹을 것들도 잘 돼있지 않아 무조건 요리를 하게 됩니다. 쌀은 한국 쌀과 비슷한 쌀을 마트에도 파니 밥솥은 꼭 가져오세요. 저는 챙기지 못해서 스짱 카페에서 교환학생분께 미니 밥솥을 중고로 샀습니다. 밥솥 없이 지내던 한 달 동안 폴폴 날리는 스페인 냉동 밥으로 버티는 게 힘들었습니다.
- 쇠젓가락: 저는 플라스틱 젓가락을 가져갔는데, 집에서나 여행 다닐 때나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다만 마지막쯤에 라면 끓이다가 젓가락이 휘어져서 버리게 되어서 쇠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시안마트에 젓가락을 팔긴 하지만 막상 한국에 널린 거 그 돈 주고 사려면 아까워서 쉽사리 사지지 않습니다. 공간 차지도 별로 안 하는데 그냥 하나 가져오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 클렌징폼: 은근히 한국에서 쓰는 클렌징폼을 잘 보지 못했습니다. 집에서 쓸 사이즈 하나와 여행용 사이즈 2개 정도 챙겨오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 돗자리: 방수가 되고 손바닥만 한 크기로 접히는 방수 돗자리 챙겨오면 좋습니다. 일상에서나 여행을 다닐 때 공원이나 바닷가에서 돗자리 펼 일이 종종 생깁니다. 저는 현지에서 살 생각으로 안 챙겼는데 돗자리 파는 걸 잘 보지 못했습니다.
- 책: 여행 다니면서 여유를 즐길 때 책만큼 좋은 게 없었습니다. 햇살 좋은 공원에 돗자리 깔고 읽어도 좋고 여행 중 일정이 틀어져 속상한 마음으로 멍때려야 할 때 읽어도 좋습니다. 없어도 아무 문제 없겠지만 챙겨오면 삶의 질, 여행의 질이 달라집니다. 특히 한국어로 된 책은 유럽에서 절대 찾을 수 없으니 얇고 가벼운 책 두세 권이라도 꼭 챙겨오세요.
- 참기름: 빌바오 아시안마트에는 고추장, 된장, 쌈장은 있지만 참기름이 없습니다. 볶음밥이나 간장계란밥을 해 먹을 때 참기름을 챙겨온 스스로가 너무 대견할 정도로 그 존재가 소중했습니다. 자주 쓰게 되니 참기름을 꼭 챙겨오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외에 롤빗, 멀티탭, 빨래망, 드라이기도 챙겨서 잘 썼습니다. 이런 건 현지에도 팔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가져가면 덜 수고롭습니다. 여행 다닐 때 숙소에서 쓸 슬리퍼, 방에서 쓸 스탠드, 고데기는 빌바오 시내에는 비싸게 팔아서 알리에서 샀습니다. 이런 물건들은 공간이 남으면 가져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현지 언어
저는 스페인어를 전혀 못 해서 출국 3개월 전부터 듀오링고로 하루에 5분 정도 스페인어를 공부했습니다. 기초적인 것들을 익히게 되는데, 그 기초가 정착 초반에 자신감이 됩니다. 마트에 갔을 때 재료들이 뭔지 대충 파악할 수 있고, 스페인어 수업을 들을 때도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들은 스페인어 수업 교수님은 수업을 아예 스페인어로 진행하셔서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수업이 막막했을 것 같습니다. 기초를 아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장벽이 많이 낮아지니 각 잡고 배울 상황이 안된다면 듀오링고를 쓰세요. 어렵지 않고 재밌게 할 수 있습니다. 전 너무 좋아서 주변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추천하고 다녔습니다. 광고 아닙니다. 유료 이용권이 있긴 한데 저는 그냥 무료로 학습했습니다. 스페인어로 알파벳을 읽는 방법도 익혀오시면 좋습니다. 영어와 발음법이 달라서 모르면 초반에 간판을 읽거나 사람들 말을 알아들을 때 이해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 국제 학생증 발급
ISIC 국제 학생증으로 여러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무료로 발급해 주는 기간에 발급받으세요. 스페인에서 여행하면 alsa버스를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ISIC 카드가 있으면 할인도 받고 날짜와 시간을 무료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여러 미술관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관광지 입장료도 할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기숙사 신청
6개월 교환학생은 기숙사를 제공받지 못합니다. 학교 자체 사이트나 Idealista 등의 사이트를 통해 자취방을 구해야 합니다. 사설 기숙사도 있지만 많이 비싸서 (대강 월 1,000유로가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그냥 월세방 발품 팔아 구했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집을 봐두고 왓츠앱으로 집주인들에게 연락을 해도 되지만, 연락했을 때와 직접 집을 보러갈 때의 기간이 길다면 어차피 그사이에 방들이 나갈 확률이 높습니다. 빌바오에 도착 후 당장/언제든 방을 보러갈 수 있다며 왓츠앱이나 전화로 연락하면 오히려 답장이 잘 오니 한국에서는 그냥 사이트를 둘러보며 동태를 파악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이트에 언어가 대부분 스페인어로 되어있으니 luz(전기세), agua(수도세) 등의 용어와 어떤 동네가 좋을지 대강 알아보세요. san francisco 지역은 위험하니 절대 피하세요! 저는 빌바오 도착 후 본격적으로 방을 구했습니다. 방을 보러 다니며 묵을 호스텔은 일주일 정도 미리 예약해뒀습니다. (제가 묵은 호스텔은 Latroupe La Granja였는데 시내인 Abando에 위치하고 굉장히 깔끔하고 안전했습니다. 부킹닷컴 어플로 1박에 26유로 정도에 예약했습니다.)
UPV측에서 학교와 연계된 방들을 모아둔 사이트를 우선 확인해 보시면 좋습니다. 학교에서 보내준 이메일에 적힌 학교 사이트 ID와 비밀번호로 해당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학교 헬프 센터를 찾아갔을 때 뽑아주는 방 리스트가 해당 사이트에 있는 리스트와 같습니다. 저는 왓츠앱으로 집주인들에게 우선 연락을 돌렸고, 헬프 센터에 찾아갔을 때 직원분이 집주인과 대신 통화를 해주셨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비교하고 최종적으로 Idealista를 통해 연락한 집과 계약했습니다. 스페인, 특히 빌바오에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계약한 집주인도 영어를 전혀 못 해서 처음 전화할 땐 버디가 대신 전화해 주었습니다. 왓츠앱 답장이 잘 안 온다면 꼭 전화를 거세요.
◈ 수강 신청
학교 사이트를 보며 1차적으로 들을 과목들을 learning agreement 적어 보냅니다. 빌바오 도착 후 학과 사무실을 방문하면 여러 안내사항을 전해주며 수강 과목들을 수정해 주십니다. 개강하고 2주까지는 수강 정정 기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천천히 수강 과목들을 결정하면 됩니다. 수강 신청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USAC 과목을 들을 계획이었다면 개강이 한 주 이르니 유의하셔서 학과 사무실을 최대한 빨리 방문하는 게 안전합니다. Spanish course는 학교 사이트에서 따로 미리 신청을 해야 했고 따로 수업을 담당하는 캠퍼스에서 이메일로 안내 사항들을 전해주었습니다.
◈ 기타 유의 사항
경영학과라면 캠퍼스가 Elcano(저학년)와 Sarriko(고학년)로 나뉘는데, 제가 신청할 땐 교환학생은 Elcano에서만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어서 Elcano 캠퍼스로 지원했습니다. 대신 저학년 캠퍼스라 한국에서 이미 전공을 많이 듣고 온 고학년이라면 중복되는 과목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애초에 선택지가 많이 없고, 듣는 과목들이 한국에서 들었던 과목과 다른 과목으로 인정될지도 미지수라 전공 인정은 기대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Elcano 캠퍼스에 교환학생은 저뿐이었고 저를 제외한 모든 경영대 교환학생들은 Sarriko 캠퍼스에 있었습니다. Elcano에는 영어로 열리는 과목 중 들을 과목이 몇 없으니 학교에 Sarriko 캠퍼스에도 지원해도 괜찮을지 이메일 한번 넣어보시고 지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수업 진행 및 평가 방식
| Spanish Course
교재 없이 ppt로 설명하면서 프린트물로 활동을 진행합니다. 빈칸을 채우거나 서로 질문과 대화를 하고 교수님의 즉석 상황극에 응해야 하기도 합니다. 야외에서 행인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지역 미술관과 시장을 가기도 하는 활동적인 수업입니다. 다만 이 수업은 캠퍼스와 레벨마다 교수님이 달라 모두 다른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저는 San Mames 캠퍼스에서 Basic 레벨에 있었고 교수님 성함은 Nuria였습니다.
출석률 85% 이상, 과제들 제출 시 과제 40%, 참여도 10%, 기말고사 50%로 평가되고 출석률 85% 미만, 과제들 미제출 시에는 기말고사 100%로 평가됩니다. 과제는 자기소개 글 작성, 프린트물, 기습쪽지시험, 팀별로 캠퍼스 밖에서 사람들과 스페인어로 인터뷰 2회(이후 ppt 제출, 마지막 인터뷰는 발표까지) 등을 포함한 내용입니다. 기말고사는 Listening, Reading, Writing은 구글 폼으로 진행되고 Speaking은 교수님과 대화 형식으로 약 3분이 소요됩니다.
| Corporate Acounting
교재 없이 ppt로 진행하고 자료를 egela에 올려주십니다. 이론을 쭉 듣고 한 장이 끝나면 수업 시간에 교수님과 함께 문제 풀이를 진행합니다. 시험 100%(쪽지 시험 2회, 중간고사, 기말고사)로 평가됩니다.
◈ 기숙사/숙소
- 교외 숙소, 비용: 2,025유로 (월 450유로), 평가: 좋음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가 월세에 포함되는지, 캐리어를 실을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집에 사는 사람이 적은 게 좋긴 하지만 화장실 하나를 몇명이서 쓰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저 포함 3명이서 썼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혼자 쓰거나 둘이 쓰는 게 좋을 것 같고 4명부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집주인과 같이 살지 않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왓츠앱으로 집주인에게 연락을 돌릴 때 가능한 한 정성스럽게 써야 합니다. 스페인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가 어떤 사람인지 역으로 평가한다고 들어서 저는 조용하고 매너 있고 담배를 안 피고 깔끔한 사람이라고 어필해서 스페인어로 보냈습니다.
원하는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방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들을 만족한다면 후순위로 오는 조건들은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 합니다. 저는 최대한 여자들과 사는 집으로 구하려고 했는데, 동네 치안을 우선 고려하고, 그다음 월세, 그다음 플랫메이트들을 고려하다 보니 다섯 명의 남자 플랫메이트들과 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조금 걱정했지만 살다 보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플랫메이트 성별에 대한 걱정을 스페인 현지인들에게 얘기하니 다들 의아해했던 만큼 현지인들은 남녀가 같은 집에 사는 걸 문제 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 문화 및 여가 활동
교환학생 단체는 대표적으로 ESN과 Happy Erasmus가 있습니다. ESN은 무료 행사를 많이 하고 Happy Erasmus는 유료 행사를 많이 한다는 차이 정도만 알고 있었고 둘 중 어디에 가입할지 고민하다가 둘 다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가입하지 않아도 생각보다 해당 단체들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고, 저는 개인적으로 단체보단 혼자나 친구들끼리 자유롭게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큰 미련이 없었습니다. ESN에서는 학기 초에 하는 시티투어 한 번, 해피에라스무스에서는 여러 파티들을 갔습니다. 해피에라스무스 인스타에 왓츠앱 단체채팅방에 들어갈 수 있는 링크가 있고 해당 채팅방에 파티나 여행 티켓을 파는 공지가 올라옵니다.
◈ 입국 전 준비 사항
항공권은 입국 3주 전에 에어차이나에서 50만 원에 구입했습니다. 베이징에서 19시간 경유했고 다른 항공사들에서 학생 할인 받는 것보다 저렴했습니다. 무료 수화물을 위탁 23kg, 기내 7kg까지만 허용하지만 무게를 엄격히 재진 않습니다. 저는 위탁 추가금을 낼 생각으로 최대 허용량인 32kg에 맞춰갔는데 카운터 직원분이 그냥 넘어가 주셔서 돈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기내 수화물도 10kg이었는데 무게를 재지 않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수화물 규정이 있긴 하지만 빡빡하게 잡진 않는 것 같으니 여유롭게 가져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에어차이나는 경유 시간이 긴 탑승객에게 무료로 환승호텔을 제공해 줍니다. 저는 환승호텔에서 쉴 생각으로 일부러 경유 시간이 긴 비행으로 골랐고 호텔이 생각보다 너무 쾌적하고 좋아서 만족했습니다.
저는 짐을 부칠지 말지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부치지 않았습니다. 짐 추가 요금과 택배 부치는 값이 큰 차이가 없기도 했고, 짐이 분실되거나 다시 스페인으로 반송될 걱정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기약 없이 택배를 기다리기도 싫어서 그랬는데 짐이 너무 무겁다면 부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총평
교환학생을 갈지 말지 고민했었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정말 잘 갔다 왔다고 생각합니다. 갔다 오지 않았다면, 일단 <대학생 때만 해볼 수 있는 교환학생이라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는 걸 살면서 언젠가는 후회했을 것 같습니다. 이 후회를 남기지 않은 것 자체로도 다행스럽습니다. 갔다 오기 전과 비교해 보면, 모든 걸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며 결단력이 많이 는 것 같습니다. 어느 집에서 살지, 매주 남아도는 시간 동안 뭘 할지, 유럽의 수많은 도시 중 어디를 언제 여행해야 할지 등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걸 본인이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특히 가장 효율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하려는 강박이 커서 어떤 결정이든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는데, 6개월 동안 수많은 고민과 선택을 하다 보니 이젠 그 모든 과정이 전보다 확연히 빨라졌습니다.
이 선택지들에도 정답은 없고, 내가 한 선택에 대한 결과는 내가 책임만 지면 된다고 생각하니 그게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다고 한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결과든 좋았다면 좋은 추억으로, 나빴다면 배움으로 남으니까요. 생활력과 요리 실력도 늘었습니다. 마트에서 가격 비교를 하고 재료의 신선도를 따지며 장을 보는 게 일상이 되고 어떤 재료든 먹을 수만 있으면 요리해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선하고 저렴한 재료로 요리해 먹는 일상을 통해 요리에 대한 장벽이 낮아졌고, 이게 제 삶의 질을 많이 올려주었습니다.
성장적 측면에선 이런 점들이 가장 와닿는데 사실 거창한 배움들 이외에 해외에서 주민으로서 살아보는 경험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교환학생의 가장 큰 혜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라 관광객이 많지 않고 동양인도 별로 없습니다. 외지인 인게 너무 명확히 느껴지는 이 낯선 도시에 점점 적응해서 나중엔 여행 후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정감까지 들 때 기분이 묘하고 괜히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길거리 붕어빵 사먹듯 핀초를 사먹고 마트에서 신선한 재료를 값싸게 사는 것도 항상 즐거웠습니다. 자라도 집처럼 드나들었고 날 좋을 땐 그냥 거리를 걷기만 해도 행복했습니다.
빌바오는 장단점이 확실한 도시입니다. 스페인이지만 북부에 위치해서 날이 흐릴 때가 많고 동쪽으로 여행 갈 땐 주로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를 찍고 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식당이 없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빌바오가 좋았습니다. 특히 빌바오는 치안이 좋아서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도와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비교적 부유한 지역이라 은퇴한 노부부들이 많이 살고 동네 분위기가 잔잔하고 편안합니다. 도시가 작고 깨끗하고 사람들도 친절해서 항상 외출하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교환학생 생활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여행도 요리도 다 재밌었지만, 무언가 생산적인 걸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마음껏 뒹굴거리고 햇살과 바람을 느끼던 자유 자체가 소중했습니다. 심심하면 밖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마트에서 여러 식재료를 사보세요. 현지에서만 살 수 있는 여러 재료로 끼니마다 저렴하게 호화를 누려보세요. 남는 시간 동안 멍도 많이 때리고, 떠오르는 생각 가닥들을 잘 살펴보고, 여유도 많이 느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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