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UT Austin 박병태 전자전기공학부 (19)
교환학생 꼭 도전해 보세요

  • 549호
  • 기사입력 2024.10.12
  • 편집 장수연 기자
  • 조회수 7988

글: 박병태 전자전기공학부 (19)


※ 2023년 8월 10일 출국, 8월 21일 학기 시작, 12월 11일 학기 종료



◈ 항공권 정보

출국: 인천 -> LA [KE017] | 귀국: 보스턴 -> 인천 [KE092]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로 예매했습니다. 작년부터 여행과 유학이 활발해지면서 미주 출국편 항공권이 크게 비싸졌습니다. 그러므로 합격한 후 빠른 시일 내 예매하는 것이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법이며, 마일리지가 있다면 보너스 좌석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 출국 전 준비 사항

텍사스의 날씨는 매우 더워서 겨울옷은 크게 필요 없지만, 실내외 온도 차와 일교차가 크고 학기 후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으니 가을 겨울 옷도 챙겨가세요. 유용했던 물품으로는 선글라스(햇빛이 매우 강합니다. 나무젓가락과 수저 세트, 수영복, 돌돌이(옷 먼지 제거기), 겨울 코트, 국제면허증, 우산(양산) 등이 있습니다.

텍사스의 40도 넘는 햇볕에 우산을 양산처럼 쓰고 다니는 학생들이 캠퍼스에 꽤 보이는데, 한번 겪어보면 그들이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을 겁니다.



◈ 수강 신청

ECE(Electrical & Computer Engineering) 담당 선생님이 메일로 수업 목록, 선수 과목(prerequisite), 수업 계획서 확인 방법을 안내해 줍니다. 이후 survey를 하나 보내주시는데, 이때 원하는 ECE 과목 2~3가지를 선 배정받을 기회가 주어집니다. 다만, 자리가 남아야만 배정되니 원하는 모든 과목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양 수업은 개강 하루 이틀 전에 열리는 정규 수강 신청 기간에 신청합니다. 저는 골프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높은 경쟁률에 실패했습니다. 흔히 '빌넣'이 잘 통한다는 말도 있지만, 여기 교수님들은 메일조차 잘 읽지 않으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시도는 꼭 해보세요!



◈ 수업 진행 및 평가 방식

•  Beginning Swimming I

버디와 함께 수영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초반에는 버디와 함께 수영 기초를 배우고, 후반에는 다같이 여러 게임을 하며 즐겼습니다. '수영 1'이라 그런지 실력 평가보다는 출석과 다양한 과제로 성적이 매겨집니다. 전형적인 미국 대학교의 낭만 넘치는 교양수업이라 부담 없이 즐겼습니다.


•  Introduction to Astronomy

평소 천문학에 관심이 있어 수강했지만, 학문 중심이라 수업이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학교의 '현대천문학개론'과 비슷한 내용일 것으로 보입니다. 물리와 지구과학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수강할 수 있을 것입니다.


•  Digital Signal Processing

성균관대에서 ‘디지털신호처리’ 과목으로 인정되는 수업입니다. 초반에는 신호 및 시스템 내용을 복습하고, Z 변환과 DFT 같은 내용을 배워 나갑니다. 문제 풀이와 Python 프로그래밍 과제가 종종 주어지며, 평가는 과제와 중간고사 2번 기말고사로 이루어집니다. 꼭 신호처리에 관심이 없더라도, 전기전자 전공생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수강할 수 있을 듯합니다.


•  Solid-state Electronic Devices

성균관대에서 ‘반도체공학’ 과목으로 인정되는 수업입니다. 우리 식대로 표현 하자면  꿀강이었습니다. 교수님이 기출문제와 해설을 직접 올려주셔서 시험 준비에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우리 학교의 반도체공학 수업을 들어보진 않았지만, 초반에는 물리전자 내용과 많이 겹쳤고 후반부에는 MOSFET에 치중해 반도체 관련 내용을 다뤘습니다.


•  Quantum Theory Electronic Materials

성균관대에서 ‘반도체전자재료’ 과목으로 인정되는 수업입니다. 석박 연계 과목으로 소수의 학생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불확정성 원리를 수식으로 풀어나가는 주제였고, 양자론의 심오한 모멘텀 내용까지 다뤘습니다. 치팅 페이퍼도 허용되지 않아서 시험 준비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학문적 고난을 느낄 수 있지만 그래도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 기숙사/숙소

• 기숙사 이름: Dobie21, 위치: 교내, 비용: $5,800, 평가: 좋음

저는 Dobie21에서 생활했으며, 이곳에 대한 후기는 많지 않아 정보를 공유해 드리려고 합니다. Dobie21은 on-campus에 속하는 기숙사입니다. 1층에는 전용 수영장, 체단실 등이 있으며, 지하에는 공차도 있고 한식당 등 작은 식당들이 있습니다. 또 Target(마트)과 연결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방은 여러 옵션이 있는데, 저는 룸메이트보다 개인 공간에서 편하게 생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1인 1실에서 지냈습니다. 계약금(300$)을 먼저 낸 사람에게 방 선택의 우선권이 주어지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후에 룸메이트 선정과 방위치 선택까지 선착순으로 가능하니, 가능한 한 빨리 신청하세요. 다소 노후화된 경향이 없진 않았지만, 청결 상태는 양호했고 벌레나 냄새 문제도 전혀 없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Dobie21의 기숙사비는 5,800$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관리와 편의시설을 고려했을 때 터무니없는 편은 아닙니다. 저는 기숙사 신청 시 학교 내 다양한 식당에서 마음대로 식사할 수 있는 Unlimited 밀플랜을 약 2,300$ 정도 내고 선택했는데, 처음에는 맛있게 먹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좀 물리긴 했습니다. 그래서 쿠폰을 구매해 필요한 만큼만 충전하고, 나머지는 친구들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 문화 및 여가 활동

오스틴에는 좋은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학교 위치가 곧 오스틴의 중심부라서 어디든 접근성이 좋고, 학생증으로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이동이 편리합니다. 오스틴에 F1 그랑프리 경기가 열리는 ‘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 경기장이 있는데, 자동차를 좋아하면 경기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캠핑이나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다면, UT RecSports에서 어드벤처 트립을 다녀와 보세요. 저는 일식을 보고 텐트에서 하룻밤을 지낸 트래킹을 다녀왔는데, 학교에서 주관하는 거라 외국인들과 안전하고 재밌게 모험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텍사스의 고속도로 휴게소 'Bucee’s'는 한번 들러보세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고, 저보다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을 못 봤을 정도로 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오스틴은 지리적으로 미국 중부에 위치해 북아메리카 어디든 비행기로 3시간 안쪽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학교에서 공항까지는 우버로 약 20~30분이면 도착하는 것도 이점입니다.



기억에 남는 여행


• 멕시코시티, 과나후아토-산미겔, 칸쿤: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그동안 못 가본 색다른 매력이 넘치는 여행지였습니다. 물가도 저렴하고, 도시 마을의 아름다움과 화창한 날씨까지 모두 끝내줬습니다.


• 워싱턴DC 백악관 투어: 상원의원을 통해 백악관 내부 투어를 할 수 있었는데, 시기랑 조건이 맞아야 가능했던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언제 또 제 이름과 바이든 대통령 서명이 적힌 전자 레터를 받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캐나다 퀘벡, 밴프: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된 퀘벡은, 매일이 크리스마스 같고 로맨틱한 도시였습니다. 로키산맥에 있는 밴프의 자연도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예뻐서, 꼭 다시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 플로리다 올랜도: 케이프 커네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를 갔습니다. 미국의 우주 국방력을 체감할 수 있는 최고의 테마파크 장소였으며, 일론 머스크의 SpaceX 로켓 발사도 직관할 예정이었지만 아쉽게도 전날 연기되었습니다.


• 뉴욕 맨해튼에서의 신년 맞이: 시간이 늦어져 볼 드랍을 직관하진 못했지만, 센트럴 파크에서 불꽃놀이를 보며 맞이했던 잊지 못할 신년 맞이였습니다.


• 오스틴 근교에 뷰캐넌 호숫가에 위치한 친구 별장에 놀러 간 기억이 생생합니다. 같이 발리볼 하고, 캠프파이어를 하며 마시멜로를 구워 먹고, 별을 보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좋았습니다.



◈ 총평

뭔가 대학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하나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한 후 교환학생을 준비했습니다. 그 당시엔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 시간과 돈 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시기가 한창 진로에 신경 쓸 26살이었기에 갈까말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도착해 치폴레 한입을 먹는 순간,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행복한 아메리칸 라이프가 시작되었습니다. "언제 미국의 좋은 대학에서 공부하며 살아보겠냐"라는 생각이 들면서, 막판에는 하루하루가 진짜 아쉽기만 했습니다. 외롭거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들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진짜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즐겨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오히려 지금 생각해 보면, 교환학생 경험은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보고 내적으로도 성장한 귀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남들의 시선이나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주체가 되어 살았던, 꿈만 같았던 5개월이었습니다. 지금 열심히 바쁘게 살고 있는 와중에도 오스틴 아침의 풍경과 버디랑 같이 수영했던 기억이 눈에 선하고, 가끔 힘이 되어 주기도 하네요.

교환학생에 고민중이시라면, 일단 걱정을 제쳐두고 꼭 도전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