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캠퍼스 시즌 6 현장스케치

  • 500호
  • 기사입력 2022.10.11
  • 취재 윤지민, 이채은, 이서윤, 최윤아, 이윤서, 정예원, 성서현, 김민경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4361

우리 대학 ‘ExCampus’가 6회를 맞이했다. ExCampus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대학 교수와 동문뿐만 아니라 세계적 석학의 지식과 경험을 엿볼 수 있는 강연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우리 학교가 물리적 학습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리딩 대학으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전공 공부에만 매진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상의 문제를 접하면서 지식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Excampus 시즌6, 그 현장으로 들어가보자.


9월 20일, 이정은(행정학 15) 연사는 “판례의 행간: 결과의 과정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진행했다. 고등학교 때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연사는 법이나 제도를 바꾸는 형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야기했다. 그러나 학업과 시험 준비를 병행했기에 해당 시험에 낙방하게 되었고, 다른 시험에 응시하다 9급 공무원에 합격했다. 자신이 꿈으로 가졌던 길의 마침표를 실패로 찍어야 했고, 생각지도 못한 길에 서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연사에게 좌절감을 안겼다고 한다.


그렇게 샌디에이고 연수 길에 오른 연사는 미국에서도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를 하기 위해, 국외부재자 신고를 했었다며 본격적으로 헌법 소취를 하게 된 이야기의 운을 뗐다. 코로나19의 발발은 미국에 투표소를 설치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연사는 투표를 하지 못한 채 한국으로 귀국하게 된다. 그러나 귀국한 뒤, 이미 국외부재자 신고를 했기에 투표권을 갖지 못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연사는 헌법 소취를 했으며,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연사는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당시, 2018년도에 헌법 수업을 열의를 갖고 공부한 덕분에, 그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연사는 만일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사무관 시험에 합격했거나 코로나19가 발발했음에도 미국에 남아있었다면 이러한 판례는 없었을 것이라며, 실패라 여기는 일들에 좌절하지 말고, 실패는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기 위해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하라는 말로 강연을 끝마쳤다.

이후 질의응답에서는 연사의 ‘성공’의 자세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정은 연사는 자신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신념을 지키는 것이 본인의 ‘성공의 방정식’이라 밝혔다. 만일 본인이 정한 성공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좌절했을 때 극복한 방법이 있냐는 질문에는 ‘한 가지 방법만으로 (좌절을) 극복하기는 어렵기에, 여러 가지 방식이 필요하다는 답을 전했다. 본인은 글쓰기로 이를 극복했으며, 매체와 방법에 무관하게 글을 쓰며 좌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다른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연사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적, 사회적 제반 환경에 상관없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나 법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 이정은(행정학 15) 연사


9월 21일, 생명과학과 배용수 교수는 ‘바이러스 팬데믹’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배용수 교수는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했으나, 3학년까지 전공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고시 공부를 했다. 대학교 3학년 시절 바이러스학 전공 교수님의 연구를 우연히 도와주면서 박사과정까지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했다. 배용수 교수는 당시 만났던 전공 교수님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이어가고 바이러스학에 대한 연구를 했으며, 교수님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고, 이후 현재까지 바이러스와 면역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강연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천연두바이러스, 에이즈 등의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 중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팬데믹인 천연두 바이러스는 에드워드 제너라는 영국의 의학자가 우두(소 고름)을 8세 아이에게 접종하는 도전적 시도로 퇴치할 수 있었다. 반대하는 세력과 유언비어가 있었음에도 한 사람의 노력과 수고로 인류 최악의 팬데믹을 종식시킨 것이다.


배용수 교수는 에드워드 제너가 가진 ‘세렌디피티(Serendipity)적 사고’를 강조했다. 세렌디피티란 우연히 새로운, 좋은 것을 발견했을 때 쓰는 말이다. 배용수 교수는 이것을 새롭게 해석했다. 팬데믹의 퇴치는 우연적인 것이 아니며, 무언가를 간절히 소망한 사람들이 우연 속에서 필연적으로 만들어낸 성과라는 것이다. 배용수 교수는 팬데믹과 같은 우연적 상황을 기회로 보고, 새롭게 극복한 사람들의 세렌디피티적 시각을 본받기를 학생들에게 당부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 생명과학과 배용수 교수


9월 22일, 윤민향 교수는 동양 고전과 성찰적 리더십을 주제로 ‘사람의 그릇, 사랑의 크기’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윤민향 교수는 자신이 중심이 되고 자신을 돌보는 것, 즉 수신을 언급하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토대가 되어야 주변 사람들도 사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본인이 무언가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과 호학을 강조했던 공자의 격언을 이야기했다.


윤민향 교수는 리더십을 자기 자신, 그리고 관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라고 정의 내렸다. 리더십은 특정 지위에 올랐을 때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쌓아서 추후 그러한 자리에 위치하게 되면 자연스레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좌, 활인심방, 심광체반을 언급하며 지키는 것이 있는 삶을 영위해야 하고, 이는 바람직한 리더로 거듭나도록 이끌어준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윤민향 교수는 현실에서 리더십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성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증진에 힘을 쓰며 리더십을 키워나가는 것을 강조했다. 나 자신을 지키며 타인을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우선 자신의 감정 상태를 먼저 파악하며 시간을 갖되, 문제 상황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윤민향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각자 사랑의 크기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  윤민향 교수


9월 23일,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소극장에서 디자인과 이진민 교수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이진민 교수는 ‘예술은 어떻게 움직이게 되었나’라는 제목으로 예술과 기술이 결합하여 움직임을 표현하게 된 역사를 설명했다. 특히 해당 강연은 20일부터 4일간 진행된 ExCampus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진민 교수는 재작년 서울 삼성동 건물 외벽에 설치되었던 퍼블릭 미디어 아트 ‘Wave’를 보여주며 강연의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쾌감을 안겨준 해당 영상이 예술과 기술의 콜라보가 얼마나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언급했다. 이와 달리 인류 초기 역사부터 근대 이전까지의 회화나 조각은 박제된 듯한 느낌을 주며 대상의 움직임을 완전하게 표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움직임은 이전과 이후라는 시간적 흐름이 존재해서 예술만으로 이를 작품에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진민 교수는 근대 이후 예술과 기술이 각자의 경계를 뛰어넘어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다양한 예술의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의 결합이 만든 의외의 결과. 이러한 예술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각자의 틀에서 벗어나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라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 후 이루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이진민 교수는 강연을 통해 일상 속 수많은 예술을 경험하지만 그것을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우리가 삶에서 예술을 많이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미디어아트 작품이나 상업성이 가미된 작품들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그러한 메타버스 속 예술에 대해서도 앞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상업적인 작품이라도 그것에서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예술이라 할 수 있다며, 순수 예술에 대한 환상만을 가지기보다는 현대 예술 작품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