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프랑스어문학과 원어연극 :
작지만 울림 있는 꿈

  • 512호
  • 기사입력 2023.03.30
  • 취재 최윤아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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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경영관 지하 소극장에서 제45회 프랑스어문학과 원어 연극이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에서는 1690년 마담 윌리크가 집필한 고전 희극 「광기의 경매」가 상연작으로 선정되어 16일부터 18일까지 3일 동안 총 4회차 상연됐다. 우리 대학 프랑스어문학과 원어 연극은 1963년부터 이어져 온 활동으로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프랑스어 숙련과 더불어 프랑스의 문학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는 학생들의 포부와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다. 약 45명의 학생이 모여 연극의 기획부터 연출, 연기, 홍보, 무대 제작, 한국어 자막 번역까지 책임져 하나의 연극을 완성했다. 다음은 이번 연극에 참여한 학생들의 인터뷰다.


Q.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 기획 김송희 : 저작권 문제로 상연작 변경을 결정했을 때였습니다. 상연작이 변경됨에 따라 학과 지원금 예산안을 재조정해야 했는데, 학교 회계 마감이 정해져 있는 터라 시간이 몹시 부족했어요. 몇백만 원에 달하는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며칠 내내 엑셀 파일만 들여다봤고, 연극에 필요한 물품들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인터넷부터 오프라인 매장까지 이곳저곳을 탐색하고 다녔습니다. 일주일 안에 새롭게 바뀐 작품의 대본을 번역하고, 늘어난 배역에 따라 배우를 다시 구하고, 새로운 디자인 레퍼런스를 제작해야 하는 업무가 동시에 진행되어서 더욱 바쁘고 힘들었습니다.


선배님들께 우리 연극을 소개하는 전화를 드리고 홍보하는 일도 내향적인 제겐 꽤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학과 지원금 이외에 후원금으로 연극 예산을 충당해야 했는데 후원금은 기획 능력에 따라 많이 모으는 경우도 전혀 모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어서 심적 부담이 컸습니다. 갓 학교를 졸업한 선배님부터 61학번 대선배님까지, 부모뻘에 가까운 선배님들께 인사드리고 우리 연극을 소개해 드리는 일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선배님들을 만나 뵙고 프랑스어문학과 원어 연극의 옛 모습이나 성균관대의 과거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선배님이 먼저 개척하신 길을 뒤따라가는 제 모습이 점점 뿌듯했습니다. 그래서 기획의 역할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게 되었습니다.


- 배우 김태영 : 가장 힘들었던 것은 프랑스어 대사를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익숙지 않은 외국어다 보니까 내용을 이해하는 것부터 어려웠어요. 대사를 완벽하게 암기했다 싶다 가도 소리를 크게 내고 동작을 추가하면서 연기하려고 하면 다시 까먹기 일쑤였습니다. 캐릭터 성격이 원래 제 성격과 너무 달랐던 것도 힘들었습니다. 극 중에서 메를랭은 모든 계략을 짜고 진두지휘하는 성격인데 저는 완전히 반대거든요. 이렇게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어에 대한 애정으로 열심히 연습했어요. 극에 몰입해서 완전히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해본 경험이 새롭고 재밌었습니다.


- 무대 황장호 : 무대 외벽으로 쓸 합판에 페인트 칠을 하던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작업 특성상 야외에서 진행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며 외벽을 제작했습니다. 그래도 무대 팀원들 모두 묵묵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른 팀 친구들도 와서 도와준 덕분에 무사히 멋진 외벽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연극 팀원들과 돈독해질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배우 김태영 : 대사를 틀렸던 아찔한 기억이 있어요. 리허설이나 본상연 때 모두 대사를 틀려도 안 틀린 척 능청스럽게 넘어 가야 했어요. "식사는 잘했죠. (j'ai bien dinné)" 라는 대사를 순간적으로 "전달은 잘했죠. (j'ai bien donné)"라고 말할 때도 있었어요. 속으로는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느라 힘들었습니다. 극 중에서 제가 앙젤리크에게 헤드록을 걸고 끌고 가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도 어색하더라고요. 다른 배우들과 접촉이 있는 장면마다 상대를 다치게 할까봐 걱정돼서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수십번은 넘게 연습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해도 어색해 보인다고 해서 힘들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상연 당일에는 자연스럽게 보였다고 하네요.


- 배우 김재욱 : 모든 순간들이 기억에 남지만 아무래도 첫 상연날 제가 등장하는 첫 씬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두 달 간 매일매일 준비해 온 것을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순간이라 떨리면서도 설렜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의 심장박동을 지금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씬을 실수 없이 마친 후 그 다음 씬들도 또 남은 모든 연극 상연 일정도 무사히 끝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Q. 제45회 원어연극을 끝마친 소감이 궁금해요.


- 영상, 홍보 정태건 : 올해 연극 팀에서 여러 업무를 맡으면서 원어연극의 많은 부분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무대, 음향, 조명, 대본 등 다른 팀이 하는 활동들을 옆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게 없고 노력 없이 가능한 부분이 없었어요. 연극이 잘 끝났다는 것은 그만큼 팀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 무대 황장호 : 사실 무대 제작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무대 팀장을 맡게 되어 처음에는 걱정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연극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다른 팀원들을 보면서 저도 더 자극받고 열심히 했습니다. 연극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도 좋지만, 그 연극을 위해서 모두 열심히 노력했던 과정들이 너무 예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광기의 경매」 팀원들 3개월 동안 고생 많았고 수고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번 연극이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길 바라요. À bientôt! (안녕!)


- 기획 김송희 : 솔직히 말하면, “이게 되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개월이라는 짧다면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저에게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었거든요. 국내에 번역은 물론 소개된 적조차 없던 「La Folle Enchère (광기의 경매)」 라는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해 무대에 올리고, 연극 초보인 팀원들과(저도 초보였지만) 서툰 목공 작업으로 그럴듯한 무대 세트를 완성하고, 무엇보다 적자를 내거나 운영진의 사비 지출 없이 하나의 연극을 성공시켰다는 것에 감사해요. 연극의 막을 내린다는 것은 4개월 내내 꿈꾸던 일이었지만 제대로 될지 매일매일 노심초사했던 터라 큰 사고 없이 잘 끝났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 힘든 과정을 함께해준 45명의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연극은 끝났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라 믿습니다. 모두모두 고생 많았고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