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박물관 제34회 기획전 개최

학교 박물관 제34회 기획전 개최

  • 356호
  • 기사입력 2016.09.30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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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숙-심산 편지(간찰)

우리 시대의 진정한 리더는 어떠한 인물일까?

우리 학교 박물관은 오는 10월 5일(수)부터 '얼굴, 맞서다'라는 주제로 제34회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진정한 리더의 부재라는 현시대의 상황을 생각하여 '2016년 현재 리더의 롤모델'을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 이 전시에서 염두에 두는 리더는 지배적으로 군림하는 자가 아닌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집단의 등대 같았던 인물을 말한다. 따라서 이회영, 김구, 신채호, 백남준 등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지도자를 아우르는 폭넓은 리더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전시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백범 김구, 몽양 여운형의 데스마스크가 한 자리에

이번 전시에서는 백범 김구와 몽양 여운형의 데스마스크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데스마스크는 인물이 사망한 직후 석고 등의 재료를 사용해 얼굴의 본을 그대로 떠서 만든 안면상(顔面像)으로, 고인의 생전 모습을 생생히 기록한 유물이다. 이번 전시는 책으로만 접해왔던 우리나라의 대표적 위인인 백범과 몽양의 얼굴을 함께 비교하며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심산 김창숙, 단재 신채호 유물 최초 공개

일반에 최초 공개하는 유물들 또한 눈길을 끈다. 심산 김창숙의 미공개 편지(간찰) 2점과 단재 신채호의 『무애산고(無涯散稿)』, 『동국거걸최도통전(東國巨傑崔都統傳)』 필사본이 바로 그것이다. 심산의 편지 2점은 각각 21세(1899), 26세(1904)에 쓰인 것으로 심산의 초년 모습과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단재의 저작 모음집인 『무애산고(無涯散稿)』는 1915년 제작되었으며, 일제강점기 초기 신채호의 저작들은 금서(禁書)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안동지역에서 몰래 등사판으로 제작해 교재로 사용하거나 돌려봤던 도서 중 하나로 추정된다.

또 다른 저작 『동국거걸최도통전(東國巨傑崔都統傳)』 필사본은 고려장군 최영의 전기로, 대한매일신보에 1909년 12월 5일부터 1910년 5월 27일까지 연재된 것을 필사했다. 이는 신채호의 중국 망명, 대한매일신보의 친일기관지화 등으로 인해 완결을 보지 못하고 상편 연재로 마감되었다. 심산의 편지와 단재의 저작 모두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실물로 최초 공개되며, 관련 연구자들의 연구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시대 '인물화' 대표작가 망라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신-구세대를 아우른 이 시대의 대표 작가 이철주, 황재형, 공성훈, 신영훈 등 13인이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진정한 리더라고 부를 수 있는 10인의 인물을 재해석 해낸 작품들이다. 이를 위해 박물관의 전문 학예 인력들이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물 조사 및 고증에 매달렸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한 작가들의 신작이 일반에 전시되는 것이다. 일반 미술전시에서는 인물에 대한 나열식 전시를 주로 보여준다면, 박물관에서의 미술전시는 인물과 관련된 유물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각 인물에 맞는 정체성을 새롭게 구현하고 부여한다는 점이 다르다. 조환 관장은 이 전시에 대해 "감상자들에게 인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여 전시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동시에 그들 나름의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박물관에서의 미술전시가 가진 장점"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바라는 리더는 누구인가?

이번 '얼굴, 맞서다'展은 지금은 잊혀진 과거의 인물들을 오늘의 리더로 새롭게 요청하였으며, 관람객들은 그들의 얼굴에 담긴 삶을 좇으며 각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양방향의 소통을 꿈꾼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이 박물관 속의 작은 미술관을 탐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대학 박물관의 전시가 가진 한계를 넓혀가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전시는 2016년 10월 5일부터 12월 27일까지 약 3개월 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