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리더인가?

당신은 리더인가?

  • 357호
  • 기사입력 2016.10.12
  • 편집 김규현 기자
  • 조회수 5937

성균관대학교 박물관(관장 조환)은 오는 5일(수)부터 ‘얼굴, 맞서다’라는 주제로 제34회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진정한 리더의 부재라는 현시대의 상황을 생각하여 ‘2016년 현재 리더의 롤모델’을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 이 전시에서 염두에 두는 리더는 지배적으로 군림하는 자가 아닌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집단의 등대 같았던 인물을 말한다. 따라서 이회영, 김구, 신채호, 백남준 등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지도자를 아우르는 폭넓은 리더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전시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어떤 역사적 위인을 예술 작품으로 만난다는 것은 예술가와 위인,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다.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위인의 일대기를 머리 속에서 그림과 동시에 예술가의 표현을 나만의 해석으로 새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자기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적 변화나 지적 변화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지금의 내가 내리는 해석과 미래의 내가 내리는 해석이 크게 다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역사란 아(我)와 비아(非我)의 끊임없는 다툼으로 역사를 보존한 박물관은 자기 자신 사이의 다툼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얼굴, 맞서다’展에서는 작품 몇 점을 소개하는 동시에 그 작품을 보며 내린 나만의 해석을 당신의 해석과 비교하기 위해 공유하고자 한다. 신-구세대를 아우른 이 시대의 대표 작가 이철주, 황재형 등 13인이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진정한 리더라고 부를 수 있는 10인의 인물을 재해석 해낸 작품들을 600주년 기념관 지하 1층 박물관에서 2016년 10월 5일부터 12월 27일까지 만날 수 있다.


“성인이 글을 읽고도 성인이 세상을 구제한 뜻을 깨닫지 못하면, 그는 가짜 선비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이따위 가짜 선비들을 제거해야만 비로소 치국평천하의 도를 논하는 데에 참여할 수가 있을 것이다.” 

심산 자서전 중 일부

한국의 마지막 유림 계열 지도자 심산 김창숙 선생, 반(反)분단 통일정부수립을 꿈꾸며 반(反)독재 민주투쟁의 삶을 살아온 그는 무엇을 위해 편한 길을 포기하고 어려운 길만을 고집했나. 자기 스스로만 살아남으려는 타락한 선비들의 부정(不正)속에서도, 올바른 길을 추구하고 정진하는 전국의 유림들이 그를 따르고 있기 때문 아니었을까. 그의 서글픈 눈길 사이로 구해달라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망국의 절규만이 절절하게 들려온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절망에 쓰러질 것만 같은 두 다리를 지팡이에 유일하게 의지하며, 구하겠노라, 살리겠노라 되새기는 그의 모습 앞에선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성균관대학교를 설립함은 국가를 망국의 길, 파멸의 길을 이끌었던 가짜 선비를 몰아낼 진정한 선비를 만들려 했음은 아니었을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신채호

여기 일제 앞에 고개를 숙일 수 없다며, 고개를 든 채로 세수했던 한 남자가 있다. 오랜 감옥 생활과 망명 생활, 그리고 혹독한 추위로 건강을 잃어 간 그에게 형무소 당국은 병보석 출감을 가족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병보석 출감을 위해 필요한 것은 부유한 사람의 보증. 그의 가족은 친척 중 부자인 친일파 한 명을 설득했으나 그는 단칼에 거절한다. 자신의 목숨을 친일파에게 맡기지 않겠다며.

"여기에 화기라고는 조금도 없고, 시멘트 바닥에 다다미 몇 장, 홑이불 정도 밖에 안 되는 얄팍한 이부자리 속에 아버지가 누워 계셨다." 

신채호 선생의 아들 신수범 저서 중

민족의 얼을 바로 잡고 민족 사관의 기틀을 세웠던 사학자 신채호는 그렇게 1936년 세상을 떠났다. 자랑스러운 죄수복을 입은 그의 얼굴에서 그의 절개는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무거운 우울함만이 보이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위대한 독립투사들을 우리가 하나 둘 서서히 잊어가고 있으매 통탄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시상대에는 손기정 선수보다 더 높은 자리는 없었다. 그것도 일제가 주구장창 주장했던 ‘우수한’ 일본인이 아닌, ‘열등’하다고 세뇌시킨 조선인이. 그의 표정은 죄인마냥 어두웠다. 애국가 대신 일본의 국가를 시상대 위에서 들어야했던 그는 누구보다도 부끄러움을 감추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몽양 여운형 선생이 사장으로 있던 조선중앙일보에서는 손기정 선수의 복장에 달려있는 일장기를 완전히 말소하여 신문에 게재한다. 사인 요청을 받으면 일본식 이름 대신 ‘손긔졍’이란 한글 이름 옆에 Son Korean이라 쓰고, 그 옆에 한반도를 그렸던 스물 네 살의 자랑스러운 조선 청년을 위해서.


“때려눕히는 자는 힘이 세지만 일어서는 자는 더 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 억센 풀대는 거센 바람 앞에서 알아본다.”

여운형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이자 통일운동가인 몽양(夢陽) 여운형은 일제의 거센 바람 앞에서, 이념 다툼의 거센 바람 앞에서 언젠가 다시 일어설 날 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그의 조국이 일제의 거센 바람을 헤치고 좌우합작의 더 거센 바람을 이겨내는 것을 보지 못하고 암살당했다. 하지만, 그의 조국이 거센 바람을 헤쳐 나가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면서도 그림처럼 미소를 유지했던 것은 이념의 다툼을 마치고 통일되어 모든 백성들이 서로 얼싸안는 꿈, 즉 몽양(夢陽)을 죽어가면서 꾸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과 사는 다 같이 인생의 일면인데 사를 두려워해 가지고 무슨 일을 하겠는가. 이루고 못 이루고는 하늘에 맡기고 사명과 의무를 다하려다가 죽는 것이 얼마나 떳떳하고 가치 있는가.” 

이회영

우당 이회영의 가문은 대대로 높은 벼슬을 했고 그의 아버지는 이조판서를 지냈다. 부귀영화를 누리려 했다면 그럴 수 있었고, 높은 권력을 얻으려 했다면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기했다. 일주일에 3번 밥을 하면 운수 대통하다 하였을 정도로 배고팠고, 그의 형제인 이석영은 굶어죽었을 정도로 비참한 삶을 지냈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한의 독립을 이루기 위해. 그의 눈빛에선 이런 질문을 내게 던지는 것만 같다. 너는 너의 소중한 것을 위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느냐고.




 당신은 누구입니까? 


‘얼굴 맞서다’展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리더인가, 어떤 리더를 원하는가? 한번 그 질문의 대답을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서 찾아보자. 보다 넓은 세계로의 계몽이 열릴 가능성을 꿈꾸며.

취재,편집: 22기 김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