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뱅크를 이야기하다

월드뱅크를 이야기하다

  • 360호
  • 기사입력 2016.11.23
  • 편집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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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4일 대학교육혁신센터가 국제관 90104호에서 글로벌창의올림피아드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월드뱅크(세계은행) 한국사무소 관계자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다. 강연회는 월드뱅크 한국사무소 김아연(경제학과 03) 스태프의 월드뱅크 소개 프레젠테이션 및 월드뱅크 한국인 직원협회 이장용 협회장과 한국 월드뱅크 프로그램 매니저 김완섭 본부장의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다. 월드뱅크 관계자들의 생생한 강연을 통해 월드뱅크의 자세한 이야기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월드뱅크 (세계은행: World Bank)

월드뱅크 한국사무소는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있다. IBRD, GEF, IFC, MIGA 등의 부서로 나누어져 있으며 한국인 19명과 외국인 3명 등 22명의 직원들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Q. 월드뱅크의 빈곤문제 지원사업 진행과정 

A. 각 나라의 정부가 해당 월드뱅크 사무소에 지원 요청을 하면 월드뱅크는 자금 사정이나 사전의 계획을 고려하여 해당 나라의 상황이 이에 부합하는지 판단한 뒤 내부 예산이나 해당 분야에 맞는 신탁 기금을 통해 지원사업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환경이나 사회문제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합니다. 지원사업은 무상 또는 유상 원조로 진행되는데요. 유상 원조일 경우 각 분야의 신탁 기금을 이용하여 지원사업을 마친 뒤 해당 정부가 특정 기간 내에 빚을 차근차근 갚게 됩니다. 이를 통해 월드뱅크는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자금을 얻습니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통해 빈곤 지원사업이 진행됩니다.

Q. 월드뱅크 채용과정

A. 월드뱅크의 채용과정은 매우 다양합니다. 월드뱅크는 일반 기업과 같은 ‘공채’가 아닌 수시채용을 통해 대부분의 직원을 선발합니다. 월드뱅크의 채용은 인사과가 아닌, 각 부서가 주관한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월드뱅크의 인사과는 정보 공유와 공고, On-Boarding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채용은 각 부서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YP(Young Professional)는 월드뱅크 내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신입사원 채용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서는 대부분 석사나 박사 과정을 거친 32살 미만의 신입사원을 채용합니다. 한편 JPO(Junior Professional Office)는 한국 정부에서 직원을 선발하는 채용 프로그램입니다. 경쟁자가 모두 한국인들이라 상대적으로 국내에서의 경쟁만으로 입사가 가능한 방법입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JPO를 통해 월드뱅크에 입사한 분들은 10명으로 매년 2-3명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 채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채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부분은 컨설턴트로, 계약직 사원인데요. 조금 불안정하긴 하지만 나중에 월드뱅크 정식 스태프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 있습니다. IFC나 MIGA의 업무는 민간 투자 부문 중심이므로 월드뱅크보다는 덜 학술적이라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는 직장 경력이 많은 분들이 중도 채용으로 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드뱅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 요구되는 언어능력 및 전공

A. 국제기구 공용어를 사용하면 좋지만, 한국사무소의 대부분 한국인 직원들은 한국어와 영어만 구사합니다. 영어와 한국어만 구사할 수 있어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아프리카나 중남미와 관련한 업무에 있어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등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아랍어 또한 수요는 많지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 경쟁력이 있습니다. 한국인 직원들의 학교에서의 전공들도 매우 다양한데요. 경제와 관련된 업무를 주로 하다 보니 경제학 전공자들이 가장 많지만, 국제관계학, 정치학 등을 전공한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도 있습니다.

Q. 학사학위 소지자의 국제기구 입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지 궁금합니다.

A. 월드뱅크 한국사무소의 직원 중 학사학위 소지자들은 매우 소수입니다. 대부분 직원들이 석사학위를 소지하고 있고, 박사학위도 29% 가량 됩니다. 학위와 입사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학사 학위 소지자들의 비율이 매우 낮다고 봐야겠죠. 저는 석사학위 취득 후 민간이나 공공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뒤 월드뱅크에 입사하기를 추천합니다. 이때 꼭 해외 경력을 쌓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의 경험도 아주 소중합니다. 간혹 월드뱅크와 국제기구라는 이름에 현혹되어 미국 등에서 유학을 마친 뒤 실무경험 없이 계약직으로 월드뱅크에 입사하기를 희망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봤을때 자신의 캐리어 개발에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무 경력이 없이 인턴등으로 들어와서 후에 스태프로 전환될 수는 있겠지만 자신만의 전문성이 없이 월드뱅크에 입사하는 것은 직원 개인의 성장에도 그다지 도움이 안 됩니다. 월드뱅크는 스킬을 개발하는 곳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스킬을 국제사회의 빈곤 퇴치라는 업무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곳이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많은 곳에서 경험과 스킬을 쌓은 뒤 월드뱅크에 입사 지원하기를 추천합니다. 이렇게 하시는 게 입사 확률도 높이고, 확실한 국제기구 경험을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1, 2,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빈부격차는 점점 심화되어 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AI가 도입되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또 다시 실업과 빈부격차로 인한 각종 사회 문제들이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월드뱅크와 같은 국제금융기구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또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기대되는 국제기구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1, 2, 3차 산업 혁명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면 사람은 먹고 살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말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을 대신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산업이 발달하면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데, 사람들은 그에 발맞춰 자신의 능력을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나타났다고 해서 무서워할 게 아니라,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은행과 IMF는 하루에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세계 각지의 빈곤층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현재는 기술 자체가 국가 기반의 인프라가 되었고, 이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월드뱅크는 국가 인프라의 보급등을 통해 빈곤 퇴치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와 새로운 분야의 지원을 통해 세계의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공여국으로서 한국 월드뱅크 사무소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느냐는 아주 간단해 보이면서도 거대한 담론입니다. 저희 월드뱅크 한국 사무소 직원들은 한국, 그리고 세계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여국인데, 월드뱅크가 공여국에 사무소를 세우는 일반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공여국이 월드뱅크와 수여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겠죠. 특히 우리나라에 사무소를 세운 이유는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바뀐 경험이 월드뱅크의 여러 지원 사업과 개발도상국의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작 우리는 그 이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뭔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그 비밀이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죠. 우리가 여기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게 바로 한국 월드뱅크 사무소가 설립된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다양한 원조,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와 조치를 취해야 우리가 이 근본적인 설립 이유를 만족할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취재:22기 정혜인, 편집:22기 최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