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교육과 행묵서예전

한문교육과 행묵서예전

  • 380호
  • 기사입력 2017.09.26
  • 편집 한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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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평범한 대학생에게 서예는 친숙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아마 ‘서예’라는 두 글자가 우리에게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를 괴롭혀왔던 한자 급수 시험 속 어려운 한문이나, 고즈넉한 한옥에서 경륜을 갖춘 양반이 먹과 벼루를 옆에 두고 큰 붓으로 차분하게 글자를 쓰는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예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낯설고 어려운 건 서예에 대한 경험 자체가 교과서나 역사책으로 한정된 탓이 크다. 그렇다면, 서예를 우리 곁에서 친숙히 만나볼 기회가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우리 학교 학우들이 직접 쓴 글을 볼 기회라면?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한문교육과 서예부 행묵서예전>이 바로 그런 기회였다.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1층 성균갤러리에서 진행된 이번 <한문교육과 서예부 행묵서예전>은 우리 눈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총 16명의 학우들이 작품 전시에 참여했는데, 각 작품들은 ‘서알못(서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기자의 눈에도 제각기 다른 개성을 담은 하나의 완성도 있는 예술 작품으로 보였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17학번 부원들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서예를 배운 지 몇 달 되지 않은 학우들이 전시하기에 손색 없는 수준의 작품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서예란 연륜과 경륜이 쌓인 나이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을 없애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학생들이 쓴 글씨 뿐만 아니라 교수님께서 직접 쓴 글씨도 전시되어 있어 전문가 수준의 서예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채색을 가하지 않고 먹으로만 그려낸 그림인 수묵화도 전시되어 있어 보다 다채로운 감상도 가능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단순히 작품을 ‘바라만 보는’ 감상이 아니라 관람자가 ‘참여하는’ 감상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마음에 드는 작품 아래에 꽃이나 과자와 같은 소소한 선물을 남길 수도 있었으며 메모지가 전시실에 항시 비치되어 있어 작품에 대해 평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작품 옆에 붙여 해당 작품의 작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할 수도 있었다.

서예를 한자로 그대로 풀이하면 ‘글씨를 붓으로 쓰는 예술’이라는 뜻이다. 단순히 글자를 붓으로 쓴 것이 아니라 획, 필압, 장단 등을 모두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글자를 소재로 한 조형 예술이라는 것이다. 이번 <한문교육과 서예부 행묵서예전>은 서예 특유의 분위기와 예술적 가치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좋은 전시였다. 보다 많은 학우들이 한문교육과 서예부의 다음 전시를 통해 ‘서예’의 예술적 가치와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길 기원해본다.

취재기자: 이현규 / 최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