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고하노라

2017 고하노라

  • 382호
  • 기사입력 2017.10.22
  • 편집 주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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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3일, 성균관대학교 학생지원처 소속 학생단체 ‘청랑’(이하 청랑)이 주관한 '2017 고하노라'가 진행되었다. 본교 재학생 250명 가량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성균관 명륜당에서 시작해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끝났다. 619년이라는 학교의 깊은 역사를 재학생 입장에서 부담 없이 재미있게 즐기며 경험할 기회였던 2017 고하노라를 성균웹진에서 만나보았다.

과거 조선 성균관에서는 ‘유생들이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라는 뜻의 ‘유소’가 행해졌다. 국가와 유생 간의 소통, 유생들의 국가 정책 지향점 제시라는 의미를 담은 ‘유소’는 당대 왕족 조차도 막을 수 없는 조선의 공식 행사였다. 고하노라는 우리 학교의 문화 자산인 ‘유소’를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페스티벌 형식으로 재현한 행사다.

성균관 명륜당에서 진행된 첫 과정 ‘대의사’는 상소의 주제를 발표하고 유소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과정이다. 학생처장이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대의사’는 타 과정에 비해 공식적인 역사적 재현이라는 의미에 가장 충실하다. 마치 참가자가 실제로 성균관 유생이 된듯한 느낌을 주었다. 상소 주제를 과거에는 성균관 임원들이 선정했지만 올해는 이 과정이 대한민국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2017 정책 상소 공모전으로 대체되었다. ‘유소’의 본질적 의미인 ‘청년이 꿈꾸는 사회 제시’를 현대적으로 담아냈다.

소행은 임금에게 상소를 전하러 행진하는 과정이다. 소행은 성균관 명륜당에서 시작해 대학로, 창경궁 – 창덕궁, 인사동, 청계천을 거쳐 종로구청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광화문에서 끝났다. 소행은 성대생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퍼레이드’형식이다. 다양한 노래와 율동, 구호에 소행 NPC들의 활약이 더해져 풍성한 퍼레이드가 이루어졌다. 학우들은 유생 전통 복장인 청금복을 입고 가을 고궁에서 수많은 ‘인생샷’을 남겼다. 인사동에서는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평소에는 걸을수 없었던 청계천과 대학로 대로변을 이날 행사로 걸어본 학우는 값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진행되는 소반은 성균관 유생들이 청년 대표로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는 것이다. 이번에는 광화문 무대에서 도승지와 유생들의 연극으로 구성되었다. 유소 행렬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교내 동아리인 ‘대동악회 다스름’과 ‘초패’, 그리고 ‘청랑’의 문화 공연이 펼쳐졌다. 행진유생(행사 참가자)들 역시 행사의 진정한 주인공으로서 ‘공연유생’으로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기회를 가졌다. 뒤이어 진행된 비답 의례는 공모전에서 선정된 유생의 대표인 소두와 대표 공직자(종로구청장)가 ‘청년들이 바라는 사회’에 대해 논하고 이에 대해 종로구청장의 진솔한 이야기와 함께 진행되었다. 2017 고하노라는 노래 ‘선비의 길’을 200명 행진유생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합창하며 마무리되었다. 200명의 행진 유생이 서울 중심에서 하나가 되어 합창하는 모습은 2017 가을의 푸르른 추억으로 모두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우리 학교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最古)의 역사를 지닌 대학이다. 이를 모르는 학우는 없음에도 우리가 이를 드러내놓고 자랑하기 어색한것은 이를 실재로 느낄 활동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17 고하노라는 종로구청과 연계해 진행되면서 무형문화재로부터 강강술래를 전수받아 서울시민 3,000명과 함께했다. 행사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종로구청장을 초청해 공직자와의 대화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양적 질적 성장을 거두었다. 전년도에 지적되었던 스피커 등의 문제들 역시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아직 3회차밖에 되지 않은 행사라 미래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학생들이 우리 학교의 역사를 더욱 가치 있게 느끼게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성균관 유생들만의 의복을 입고 서울을 누비고, 명륜캠퍼스와 율전캠퍼스의 학우가 서로 가까워지고, 성균관이란 이름과 역사로 하나가 되는 경험을 가능케 했다. 앞으로 수많은 고하노라가 성균관에 푸른 물결을 일으키리라는 청랑 장의 박보연(국문 16)학우의 말처럼 성균관대학교를 대표할 행사로, 나아가 대한민국 대학 문화를 대표할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길 기원해본다.

취재기자: 이현규

(사진: 성균과대학교 청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