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기자,PD,아나운서에게 듣는 <br> 미디어 환경과 방송사 입사

MBC기자,PD,아나운서에게 듣는
미디어 환경과 방송사 입사

  • 383호
  • 기사입력 2017.11.03
  • 편집 주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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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예필재가 주최한 ‘미디어 환경과 방송사 입사 대응전략’이라는 주제의 언론강연이 우리 학교에서 개최되었다. 강연 1부에서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그린 영화 ‘공범자들’이 상영되었다. 2부에서는 김범도 아나운서, 왕종명, 조국현, 김중섭, 이준범 기자, 최우용D, 권해봄 PD가 질의응답을 통해 언론사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Q. 선배 피디 입장에서 피디님이 원하는 후배는 어떤 후배인가요?

A. 최우용 라디오 PD: PD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방송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저는 제 후배들이 자신의 이름이 걸린 책임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PD라는 직업에는 정해진 업무량이나 퇴근 시간이 없습니다. 스스로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한 방송이 만들어질 때, PD의 업무는 비로소 끝 납니다. 실제로 신입 PD들은 입사 후 몇 달 동안 잠을 못 잘 정도의 부담과 책임감을 겪어 냅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적 요령이나 실무 능력보다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마음가짐이겠죠.

Q. 외주 프로덕션이 많아지는 추세로 피디 신입 공개 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나요?

A. 권해봄 예능 PD: 외주 프로덕션은 방송계에서 강세를 보인지 오래되었습니다. 특히 드라마는 반 이상이 외주 프로덕션 제작이며, 제작 과정에서 PD보다는 작가 입김이 센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외주 프로덕션 때문에 PD 공채가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기본적고 핵심적인 업무는 외주에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프로듀싱하는 능력은 오직 PD에게만 있습니다. 그래서 외주 프로덕션이 공채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프로그램 제작 과정이 복잡해지는 추세에 따라 PD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Q. 피디님에게 좋은 예능이란 어떤 예능인가요?

A. 권해봄 예능 PD: 제가 예능 PD의 꿈을 키우게 해 준 예능들은 ‘양심 냉장고’, ‘칭찬합시다’, ‘느낌표’ 와 같은 MBC의 공익적인 예능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처음 예능 PD가 됐을 때는 사회에 공익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예능이 좋은 예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그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때로는 공익적인 장면보다는 가학적인 장면이 예능에서 더 강력한 웃음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단적인 예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저와 김동현 선수가 스파링 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각종 웹 사이트에서 최다 조회 수를 기록했던 일을 들 수 있습니다. 요즘 새롭게 든 생각은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PD가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예능이 좋은 예능이라는 것입니다. 저만 해도 신선하고 재미있는 예능을 본 후에는 그 프로그램을 제작한 PD가 누구인지 찾아보게 됩니다.


Q. 기자 중 여성 비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기자를 희망하는 여성으로서 이를 극복할 방법이 있을까요?

A. 조국현 기자: 10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사에서 남성 기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여성 기자 비율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기자들은 현장에서 아주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남성 기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체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여 기사화 시키는 여성 기자들의 능력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인으로서 여성의 입지가 강화되었고, 뽑는 사람 입장에서도 여성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히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Q. 논술 시험에서 잘 쓴 글은 어떤 글인가요?

A. 왕종명 기자: 기자 시험을 준비할 때 가장 까다로운 부분을 뽑자면 논술 시험일 것입니다. 논술 시험에서 잘 쓴 글이란 그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거나, 욕을 하게 되거나, 둘 중 하나의 반응을 부르는 글입니다. 즉,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글에 완전히 동의하거나 완전히 반대하도록 확실한 주장이 있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주장 없이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식의 글은 이도저도 아닌 못 쓴 글이 됩니다. 기자가 되어서 기사를 작성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언론인은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Q. 언론인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왕종명 기자: 근무환경은 이전보다 확실히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술을 강권하는 등의 미개한 문화는 당연히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업무 강도도 많이 약해졌습니다. 흔히 신입 기자는 한 해에 가까운 기간은 경찰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오해를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사고가 날 수 있는 과거 퇴행적이고 야만적인 교육 시스템은 상당히 개선되었고, 신입 교육 기간 또한 굉장히 줄어들었습니다. 기자는 사생활이 없고 언제나 출동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말 그대로 편견입니다. 기자도 주말이 있습니다.


Q.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인가요?

A. 김범도 아나운서: 아나운서는 언론인이면서 동시에 방송인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아나운서 시험에는 카메라 테스트 항목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외모만 보고 아나운서를 뽑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에는 수려한 외모보다 중요한 것이 훨씬 많습니다. 이때문에 아나운서 선발은 단순히 카메라 테스트에서 끝나지 않고 4차에 거친 평가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MBC 아나운서의 가장 중요한 입사 기준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느냐’입니다. 외모보다는 진정한 언론인이 되기 위한 자신만의 이야기와 신념이 훨씬 중요합니다.

강연은 비겁하고 부끄러운 언론인이 되지 말고,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언론인이 되라는 당부로 끝이 났다. 이번 강연을 통해 언론사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평소 품어왔던 궁금증에 대한 시원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현직 기자, PD, 아나운서의 생생한 경험담은 학생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할 강한 동기부여가 돼주었다. 앞으로도 이런 강연들이 자주 개최되어 학생들이 많은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


 취재: 23기 구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