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진학에 대해

대학원 진학에 대해

  • 393호
  • 기사입력 2018.04.16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6725


◈ 대학원 진학에 대해 Ⅰ

글 : 류두진 경제학과 교수

소득은 높아지고, 사회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되어 가는데, 우리 대학생들은 점점 더 힘들다고 합니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지식은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은 높아진 세상이 되었기 때문 아닐까요? "첨단기술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대학에서 배운 학문의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전적이고 근본적인 학술지식은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확실하고 치열한 세상일수록,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 당장 실현"하는 것 보다, 스스로에 대한 "인적자원의 투자"를 더욱 많이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 아닐까요?

올림픽에 출전하는 엘리트 선수들이 훈련 때 빼놓지 않는 기본적인 트레이닝이 있습니다. 곡예에 가까운 자유형 스키선수도, 불가능해 보이는 공중 4회전을 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 것은, 탄탄한 기초훈련을 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응용력과 적응력은 기본에 대한 완벽하고 심도 있는 습득이 있을 때 나타납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학부 교육은 빡빡한 주입식 수업으로 충분합니다(그리고 가장 효율적입니다). 학문 분야에 따라 짧게는 지난 수십 년, 길게는 지난 수백 년간 인류사에 축적된 해당 전공의 기초적인 흐름을 따라잡으려면 4년간 열심히 읽고, 쓰고, 외우고, 풀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그동안 해온 공부처럼 말입니다. 재료가 많이 있어야 본인만의 창의적인 구조물을 쌓지 않겠어요?

대학원에서는 이렇게 습득한 "재료"를 바탕으로 본인의 track에 따라 이를 학문 세계 혹은 현실 세계에 응용하는 방법들을 공부하고 배우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세상에 없던 것과 안 보이던 것들을 작으나마 새롭게 규명하거나, 다양한 기존의 지식을 잘 정리해서 실전에서 활용 가능 한 것을 제안해야 하니까요.

이런 식의 훈련을 할 때 중요한 것이 "누구와 함께하느냐" 입니다. 재능이 넘쳐나는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 할 겁니다. 그러나 저 같은 사람들은 막힌 부분을 짚어 주거나,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며 배울 동지들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공과대학 학부 시절 전공 공부가 어려워서 잘 따라가지 못했던, 소위 말하는 loser였습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한 탓이 가장 컸지만, 학업과 연구지식을 잘 습득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mentor들을 그때 만났더라면, 저는 훌륭한 전자공학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전공을 바꿔 진학한 대학원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밥을 먹고, 같이 공부하고 운동하던 좋은 동료들과 한발 먼저 배운 것들을 잘 가르쳐 주던 선배들을 만난 것은 저에게 행운이었습니다.

학부 시절의 저처럼, 전공과목에 흥미가 없어서, 적당히 수업을 듣고 시험보다 보니 어느새 졸업은 다가오는데, 아쉬움이 남지 않나요? 혹시 전혀 다른 학문을 제대로 공부하고 연구해 본다면, 의외로 본인의 적성과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해서,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해서 인생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란 계속된 불확실성 위에 놓여 있고, "운칠기삼"이란 말처럼, 운이 따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삼"에 해당하는 부분은 후회 없도록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성균관대학교에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업적을 가진 교수님들이 많습니다. 여러분의 선배인, 대학원생들의 연구성과 또한 압도적입니다. 즉, 여러분과 학문이라는 어려운 산을 같이 올라갈 좋은 "comrade"들이 있습니다. 이공분야에서는 우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시고, 모교의 교수가 되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시는 교수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제가 부임해 지도한 첫 제자가 3년 6개월 만에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숭실대 금융학부에 조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졸업예정자의 신분으로 서울 소재 대학에 전임교원으로 임용된 것은 우리 학과에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인문사회과학캠퍼스의 다른 학과에서는 본교에서 학위를 하시고 해외 명문대학에 교원으로 임용되신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우리 성균관대학교가 다양한 국제적 평가지표에서 이미 세계 100위의 글로벌 명문대학이 되었고, 미국의 소위 괜찮은 주립대학교 보다 훨씬 높은 연구성과와 인적자원을 갖추고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소식은 다소 늦은 감도 있습니다.

그분들은 성공한 경우이고, 본인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요? 다들, "안될 거야" 하며 대세를 따라갈 때, 한번 "다른 도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좋은 학문적 동지들과 계속해서 지식의 최전선에서 조금씩 지평을 넓혀간다면, 본인에게도 운이 따르지 않으라는 법이 있나요?

* 프로필
류두진 교수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재무(Finance)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연금공단 부연구위원, 한국외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우리 학교 경제학과에서 재직 중이다. 2014년에 본교에 부임할 당시, 만 34세의 나이로 최연소 정년보장을 받았고, SSCI급 논문 70여 편을 작성하여 올해 SKKU-Young Fellow에 선정되었다.

◈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학부생들께 Ⅱ

안녕하세요. 에너지과학과 양희준입니다.

대학 교육을 마치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학부생들의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짧은 글을 적습니다. 이런 중요한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학부 교육의 목적, 대학원 교육의 목적을 생각해보고, 각각의 교육 과정을 마친 후 본인의 미래에 대해 고찰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공계분야의 학부 교육은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정해져 있고, 잘 알려진 교과서를 통해 진행됩니다. 물론 토론식 교육, 문제 해결 능력을 위한 교육/수업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지식 및 응용이 없는 학부 교육이 공허합니다. 이러한 학부 교육은 추후 학생들의 커리어에서 잠재력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해서, 교수 및 학생들의 적극적인 교육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지요.

이공계 분야의 대학원 교육은 이와 완전히 다릅니다. 물론 여러 교과서적인 'coursework'이 6학기 동안 주어지지만, 그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며 바로 R&D에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선별됩니다. 저는 대학원 교육의 목표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지식의 창출을 위해서는, 각 분야의 지식의 끝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수업도 중요하지만, 엄밀한 연구 방법, 문제해결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요. 이를 위해 지도 교수님과 잦은 토론, 학회 활동을 통한 외부 전문가와의 소통 및 본인 연구 내용의 검증, 지식 창출에 중요한 공동체 및 연구 윤리 부분은 학부 교육에서는 접할 수 없습니다.

학부나 대학원 교육이 모두 취업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는 없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각 교육 과정을 마치고 회사에서 본인의 커리어를 계속 잇게 됩니다. 많은 회사에서 대학원 교육 및 연구를 경험한 인력을 간부급으로 채용하는데, 이는 학부 교육을 마치고 바로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은 갖출 수 없는 특별한 훈련을 대학원에서 받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논의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능력이 바로 그것인데, 무한 경쟁 시대에 회사에 필요한 비전을 제시하고 리더로 성장할 사람을 찾기 위해 대학원 교육에서 기대합니다. 특히 대학원 교육 중 비즈니스적 사고방식이나 새로운 지식 기반 사업 창출 등에 더 집중한다면 더 큰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겠지요.

학계에서 본인의 경력을 잇고 싶어 하는 학생에게 대학원 교육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부 교육을 마치고 회사 R&D에서 경력을 쌓으며 학계에 들어오는 분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학계가 원하는 리더는 자연과학 분야라면 새로운 분야를 열고, 공학 분야라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인재인데, 이는 지식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원 교육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교육의 목적 및 경력에 대한 고찰을 통해 좋은 시스템이 갖춰진 성균관대 대학원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2018년 3월 9일 양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