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환영회 신방례(新榜禮)

  • 487호
  • 기사입력 2022.03.15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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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단체 청랑(장의 문정은 경영학과 21)이 <2022 신방례>를 성균관에서 3.5(토)~3.6(일) 13:30~17:00 개최했다. 

*청랑(靑浪): 성균관 유생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여 우리 민족 고유의 새로운 대학생 문화를 창조하고자 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모인 학생단체

**장의(掌議): 조선 시대, 성균관ㆍ향교에 머물러 공부하던 유생의 임원 가운데 으뜸 자리, 대표


코로나 19로 2020년과 2021년에는 개최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신입생 100여 명(일별 50여 명)이 참여했다.


신방례는 조선 시대에 과거에 합격한 유생들을 위한 환영식이자, 선배들이 신입 유생들을 대상으로 치렀던 일종의 통과의례이다. 현대적으로 재현한 이번 신방례는 1,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과거 신방례에서 진행했던 알묘(謁廟), 상읍례(相揖禮), 소신방례(小新榜禮) 등 기존의 전통 방식을 계승해 행사를 진행하고, 2부에서는 중종 시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RPG(Role Playing Game:역할 게임) 형태의 면신례(免新禮)를 진행하여 신입생이 과거 성균관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1부 시작을 알리는 ‘알묘(謁廟)’는 성균관 대성전 앞에서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현들에게 인사를 올리는 의식으로, 대성전을 향해 인사를 올리는 것으로 진행된다. 신입 유생을 맞이하는 첫 관문인 알묘는 성균관의 협조를 얻어 전통 방식에 가깝게 복원했다.


이어지는 ‘상읍례(相揖禮)’에서는 명륜당 앞뜰에서 선후배가 서로 ‘읍(揖)*’을 하며 정식으로 대면하고, 신래(新來)** 선진(先進)***에게 진상품을 바치는‘소신방례(小新榜禮)’가 진행됐다. 소신방례는 상읍례보다는 조금 비공식적이지만 더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환영식이다. 참가자는 각자 준비해 온 진상품을 선진에게 건네며 그것이 얼마나 진귀한 물건인지 익살스럽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기다란 초콜릿 과자를 진상품으로 가져오면 “젓가락같이 생긴 것이 참으로 신기하지 않소?”라고 설명하며 서로 간의 친밀감을 돈독히 하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의 진상품을 그 자리에서 나누어 먹던 기존의 행사와는 달리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음식을 나누어 먹지 않고 되돌려주어 각자 가져가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선진이 신래가 준비한 간식에 보답하기 위하여 명륜당에서 소신방례의 연장선으로 보물찾기도 진행했다.

*읍(揖): 두 손을 맞잡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고 허리를 앞으로 공손히 구부렸다가 몸을 펴면서 손을 내림 / **신래(新來): 신입생 / ***선진(先進): 재학생


2부의‘면신례(免新禮)’는 조선 시대의 신참 신고식으로 신참을 면하게 해주는 의식이다. <2022 신방례>에서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역사 RPG게임 형태로 변형시켰다. 참가자들은 성균관의 풍속이 문란해진 상황에서 중종을 도와 유교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향약에서 중시한 4가지 덕목(덕업상권(德業相勸)*, 과실상규(過失相規)**, 예속상교(禮俗相交)***, 환난상휼(患難相恤)****) 각각에 해당하는 NPC(Non-Player Character) 게임을 통과해야 한다. 이어서 중종이 조광조와 훈구파의 세력을 약화하고자 실행한 현량과에 통과하고 이에 자신이 적합한 인재임을 증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실상규(過失相規)를 중시한 이황은 책에 글귀가 지워지고 낙서만이 남아 있어 이를 신래와 같이 복원하고자 ‘이 그림이 글임이 틀림없소(그림을 보고 어느 속담인지 맞히는 게임)’을 진행하고, 조광조는‘만장일치 사림파(제시어를 보고 같은 동작을 취하는 게임)’을 통해 인재인지를 검증한다. NPC는 왕인 중종을 비롯해 조광조, 이황, 최숙생, 김안국 등의 역사적 인물들뿐만 아니라 내시, 수복 등 비역사 NPC도 구성하여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행사를 총괄한 청랑 장의 문정은 학생은 “2022 신방례는 옛 성균관 유생이 신래를 맞이하는 신입생 환영회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성균관대만의 행사이다. 작년, 재작년에는 코로나 19로 학우분들께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웠지만, 올해 신입생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매우 뜻깊다”며 “청랑은 앞으로도 유생문화를 계승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자부심을 가질 색다른 대학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덕업상권(德業相勸) : 좋은 일을 서로 권한다. / **과실상규(過失相規): 잘못은 서로 규제한다. / *** 예속상교(禮俗相交): 예의로 서로 사귄다. / ****환난상휼(患難相恤): 어려운 일은 서로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