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Homo Examicus 시험형 인간 기획전 개최

  • 402호
  • 기사입력 2018.09.13
  • 취재 이수경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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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금) 오전 11시 오프닝

시험에 중독된 한국인의 모습

우리는 언제부터 ‘시험형 인간’이었던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관장 조환)은 오는 14일(금)부터 ‘Homo Examicus – 시험형 인간’이라는 주제로 제37회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대학졸업자의 절반 이상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 이 땅에서 치러진 시험을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조망하며, 어제를 살았고 오늘을 살며 내일을 살아나갈 우리에게 시험이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인생이란 시험의 연속이다”라는 말처럼,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시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와 같은 존재이다. 입시를 위해, 취직을 위해, 그리고 자격증 취득 등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우리의 모습은 그야말로 Homo Examicus, 즉 시험형 인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변화를 반영하여 전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시험을 ‘시험의 기원’, ‘과거의 시작’, ‘그들의 시험’, ‘모두의 시험’이라는 주제들로 나누어 구성했다.


우리나라에서 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행해진 시험의 역사는 전통시대에는 일부 계층을 위한 과거시험이 존재했다면, 근대 이후에는 시험이 대중화되고 확대되는 ‘모두의 시험’으로 변모했다. 이 전시에는 단원 김홍도가 과거장 풍경을 묘사한 ‘공원춘효도’에 그려진 거대한 우산을 고증하여 실물로 제작했다. 조선시대 과거의 수석 합격자의 복식인 앵삼, 복두, 어사화의 복식과 함께 영조 때의 그려진 오수채 초상을 바탕으로 흑단령을 제작했고, 정조가 과거합격자에게 독한 술을 마시게 했던 ‘팔환은배’도 재현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응시하는 것조차 특권층에게만 허락되었던 시험이 신분 상승과 출세의 지름길을 넘어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되어 온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전시물로 조선 후기의 이색 풍경 ‘소과시험장의 우산’, 정조의 독주를 견딘 ‘오태증의 백패’, ‘개천의 용’ 사법고시의 추억 홍남순의 법복, 팔환은배八環銀杯, 삼鶯衫, 복두幅頭, 어사화御史花, 등이 있다.


18세 빈공과에 합격해 중국을 떠돌다 28세에 귀국한 최치원, 3번 낙방해 고민하다 이름까지 ‘합격’을 의미하는 ‘규성(奎星)’으로 이름을 바꾼 이규보(李奎報), 24세까지 3번을 낙방한 퇴계 이황 등등 너무나 오래전부터 ‘시험’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이자, 넘기 힘든 고난이었다. 


시험의 고통과 합격의 기쁨, 현재 우리에게도 시험은 영원한 과제이다. 성균관대 박물관은 역사속에 사라져 버린 시험과 관련된 유물을 철저한 고증을 거쳐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18년 9월 14일부터 12월 28일까지 약 3개월 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