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情)을 선물하다:
샘 리처드 교수 초청, 명사특강

  • 542호
  • 기사입력 2024.07.05
  • 취재 30기 김연후, 이정빈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5659

'진정한 세계화란 무엇일까? '


6월 25일(화) 600주년기념관 조병두홀에서 개최된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S-AHA) 명사특강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었다. 특강에서는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샘 리처드(Sam Richards) 교수가 연사를 맡아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샘 리처드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회학자이자 교육자로 다양한 나라의 문화 관계에 대한 통찰과 혁신적인 교육 방법으로 매 학기 800여명의 학생들에게 배움을 제공한다. 그의 강의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되며  누적 조회수는 1억 3천만에 달한다. 듣는 이로부터 개혁적인 견해와 사고를 이끌어내기로 유명한 샘 리처드의 혁신적 사유와 교육 방법은 이번 특강에서도 빛을 발해 청중들에게 한국의 특별성과 독자적인 사회적 특성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했다.


▶ 샘 리처드 교수 강연 : Korea’s Characteristics and Values


| 부정을 통한 정의


샘 리처드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나는 어떤 사람이 아닌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정의할 때 오히려 자신을 더 잘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를 바라볼 때에도 적용된다. 한국 사회를 정의하려면 한국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들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는데, 리처드는 그 예로 시위 문제, 노숙자 문제, 총기 문제와 같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가져왔다. 샘 리처드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사회적 문제 양상을 비교함으로써 한국이 어떻게 타국에 비해 시위의 수위가 높지 않고 노숙자 및 총기 문제가 부재하는 사회로 구축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개개인의 대학생에게 이렇게 질문함으로써 평범하고도 다각적인 시야를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처드 교수는 많은 것에 통달했을 거라고 예상되는 교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학생들의 진실된 이야기를 통해 그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물 속의 물고기는 물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자신이 물에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물고기 이야기를 하며 그는 사회를 올바르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을 탈피하고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샘 리처드는 한국인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자기 비판적 사고를 꼽는다. 한국인들 모두가 자학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평가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자신이 비판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인지하지 못한다. 이를 고려했을 때 사회의 고유한 특성과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 속이 아닌 물 밖에서,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시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론 개인이란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구성원이므로 완벽히 객관적인 타자의 시선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그는 다양한 개인적인 이야기가 우리가 새로운 시각을 갖추는 것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샘 리처드 교수의 강연이 끝난 후에는 <K-DNA, 글로벌 심장을 뛰게 하다>라는 주제로 전문가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패널로는 고재석 성균관대 교수, 구범준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대표 PD, 김영상 코리아헤럴드 사장이 참석했다.


▶ 전문가 패널토론 - 구범준 세바시 대표 PD


| 한국만의 서사에 다가오는 세계인


구범준 세바시 대표 PD는 한국 강연 프로그램 ‘세바시’가 많은 외국인 강연자들을 만나왔으며 조회수의 일부도 해외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콘텐츠는 아닌 것 같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구범준 PD는 K-POP이나 K-드라마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들이 세계로 확산해가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지식, 교양 콘텐츠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고 싶어 오랜 고민을 해 왔다. 해외에 새롭게 사무소를 열어서 현지에서 ‘세바시’라는 이름으로 진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실행 관점에서 많은 돈과 인력의 문제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화란 우리가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일 수도 있다. 긴 고민을 하던 구범준 PD에게 샘 리처드 교수는 미국의 강연 프로그램보다 한국의 ‘세바시’가 좋다고 이야기했다. 글로벌한 강연 프로그램은 워낙 다양한 민족과 인종에 대해 관여하기에 세계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반면, ‘세바시’는 오로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겨냥할 수 있는 것은 ‘세바시’라는 것이다. 이를 들은 구범준 PD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되레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세계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하나뿐인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축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사진설명 : 왼쪽부터 고재석 교수, 샘 리처드 교수, 구범준 세바시 대표 PD, 김영상 코리아헤럴드 사장]


우리 대학에 방문한 샘 리처드 교수는 특강이 끝난 후 한국의 소중한 정신적 가치인 얼과 정(情)이 담긴 초코파이 한 상자를 선물 받았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는 그의 미소에서는 한국을 반기는 세계의 모습이 엿보인다. 우리가 먼저 고유의 것들을 지키고 사랑하면 세계는 언젠가 반짝임에 반응하게 되어 있다. K-EVERYTHING이 세계를 선도하는 그날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