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작가

  • 444호
  • 기사입력 2020.05.27
  • 취재 최지원, 김유진 기자
  • 편집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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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성균관대학교 삼성학술정보관에서 학술정보관 랜선라이브 저자 특강이 진행되었다. 이번 저자 특강2탄의 제목은 “문장 속에서 인생의 길을 찾는 전승환 작가 특강”으로 “나에게 고맙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의 저자 전승환 작가가 코로나19로 불안해 하고 있을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책은 다음과 같은 문장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무사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이 문장으로 작가는 이 책을 쓴 이유를 밝힌다. ‘무사태평하게 보이’더라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나’는 그런 사람들한테 위로를 건네는 것. 자신을 위로해주었던 수많은 문장들을 소개하면서 책을 읽는 독자들도 같은 감정을 느끼길 바라고 있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마음이 힘들면 책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문학이 위로가 아니라 고문이라는 말도 옳은 말이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문학이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것이 고통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의 말이기 때문이고,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그런 사람의 말만이 진실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중 © YES 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64431016

문학책을 읽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문학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작가가 직접 겪은 경험과 생각을 녹여낸 문장들 속에서 위로를 받고 해답을 찾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모든 경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경험을 한 작가의 진실된 이야기를 읽으며 간접 경험을 한다.


작가는 우리가 불안한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첫 번째는 ‘다른 모습’이다.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 말로 불안의 원천이다.”

나보다 더 성공한 것 같은 사람과 견주면서 느끼는 괴리감, 이 느낌은 쉽게 버릴 수 없는 감정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신이 있는 위치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이상 불가항력적인 일일 것이다. 비교할 대상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불안의 두 번째 이유는 작가의 책 제목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생기는 감정이다.

전승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YES 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85927898

작가는 자신이 학생 때부터 해왔던 모든 활동들이 진정으로 내가 원해서 한 행동이었는지, 내가 했던 행동들이 누구를 위한 행동이었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특히, 한 회사에 입사하여 무관심 속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청년인턴을 6개월 동안 한 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약 100여개 이력서를 쓰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력서를 쓰던 중, 작가는 한 신부님 조언을 듣고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작가가 이력서를 쓸 때 습관적으로 ‘저는 이런 것들을 배웠고 어학연수를 갔다 왔고 이러이러한 활동을 해서 배운 게 있기 때문에 이 회사에 적합한 인재입니다.’라는 식으로 썼는데 신부님이 그런 문장들이 수동적이라고 비판을 하시며 문장 앞 뒤를 바꿔서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했다.’라고 능동적으로 쓰라고 충고하신 것이다.

그들은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때문에 미친 거야.”

나는 대답했다.

“인생의 맛은 정신 나간 사람만이 알고 있지.”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 <자기 앞의 생> 중  © YES 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359901

작가가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실천한 것은 2012년도에 약 3년간 회사생활을 하며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예능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배우 차인표 편이었다. 차인표가 하루에 팔 굽혀 펴기를 1500개씩 한다고 하자 MC 이경규가 ‘1500개를 어떻게 하느냐?’라고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차인표는 ‘한 개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작가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했고 ‘책을 읽고 좋았던 문장들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 해 10월부터 ‘책 읽어주는 남자’에 글을 싣기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


불안의 세 번째 이유는 ‘관계’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가 싫다고.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오로지 혼자 가꾸어야 할 자기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떨어져 있어서 빈 채로 있는 그 여백으로 인해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나무들이 올곧게 잘 자라는 데 필요한 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 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는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그래서 서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거리.”


수많은 사람이 인간 관계 때문에 고민을 한다. 인간 관계는 나이가 들수록 더 복잡해지며 넓어지기 때문에 점점 어려워진다. 그 사이에서도 적절한 거리를 지키며 소중한 인간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 <불안> 중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으로 불안할 때, 왜 세계라는 더 거대한 공간과 마주해야 할까? 심지어 그것이 안되면 왜 세상이라는 집을 지은 위대한 예술작품으로 세상을 여행하는 것일까?위에서 말한 이유들로 불안했다면, 누군가와 견주면서 불안했다면, 거대한 공간, 세계와 마주하면서 무한한 시간이 축척된 오래된 공간들이 나 자신과 우리들의 고민을 하찮게 만들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위대한 예술작품이 우리들 고민에 너그러워지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까? 작가의 강연을 들으면서 그렇게 절로 답을 하게 된다.


이렇게 전승환 작가의 강연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책과 문장으로 대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작가가 읽었을 수많은 책에서 만난 문장들 중에서 작가의 마음을 울린 문장들을 소개해주었기 때문에 강연에 참여한 학생들은 그 책들을 읽지 않았는데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책들을 읽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가던 책은 찾아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강연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기도 했고 작가가 소개한 책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고전 명작부터 최근에 나온 책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과 결정적으로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을 아낌없이 소개해주는 것이 요즘 트렌드에 잘 맞는 세련된 책이라고 느껴진다. 그 방식이 마치 유튜브같은 거대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자기가 좋다고 알아낸 것, 발견한 것들을 소개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있는 것처럼, 작가가 나눠주는 책 행간들이 아름다운 책 숲으로 향기롭게 걸어가게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한 문장, 한 권 책을 고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에 파묻혀 시간을 보냈을까? 그것을 건너뛰어 마음 속 깊은 곳을 울리는 책 속으로, 문장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이 고맙게 여겨진다. 마음에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책을 읽고 자신만의 문장을 찾던 전승환 작가는 이제 과거의 자신처럼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책을 쓰게 된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사람에게 위로를 받을 수도 있지만 가끔은 책 속에서 오롯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문장을 만나보는 경험을 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