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개척을 통해 얻는 성취감”
행정학과 전희정 교수

  • 514호
  • 기사입력 2023.05.02
  • 취재 이채은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3536

환경과 인간, 두 유기체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오늘 내가 걷는 길이 내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는가 하면, 내 사소한 행동이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나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호<인물 포커스>에서는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하는 우리 대학 행정학과 전희정 교수를 만나보았다. 인간과 도시 환경의 대화, 그 속으로 빠져보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행정학과 전희정입니다. 저는 2010년에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해외 대학에서 근무하다 2015년 성균관대학교에 와서 강의를 진행 중입니다. <사회적 가치와 주택 정책>, <도시 행정론>, <지역문제 해결 캡스톤>과 같이 도시와 관련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이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하나만 설명 부탁드립니다.


건강과 도시 환경의 관련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첫 번째로, 저는 요즘 우리나라 지역 불균형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계속해서 심해지고 있잖아요.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 혁신 도시 개발 등 다양한 정책적인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정책의 효용을 건강 격차의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어요. 우선 지역 간 건강 격차를 조사하기 위해 GIS(공간 분석 기법) 등을 활용해서 분석했습니다. 예상대로 수도권 지역은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낮고, 건강 지수가 높은 지역끼리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었어요. 비수도권 지역은 반대로 건강 지수가 낮은 지역끼리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격차는 조금씩 완화되긴 하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크게 완화되지는 않아서 이런 연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서 관심을 가진 분야도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전과 후에, 도시 환경 요인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기연구이긴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의 사람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스트레스 수치가 낮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Q. 과거와 현재의 연구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과거에는 주거환경 만족도, 근린환경, 주택가격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 분야를 좀 더 넓혀 도시환경과 공중보건 분야의 융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주거 빈곤이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국제학회에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연구 방법을 적용해 왔습니다. 소프트웨어학과의 교수님과 협업해서 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한 교통사고 다발 지역을 예측하는 등의 새로운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도시 및 주택정책 연구실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정말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 대림동이라는 지역이 있어요. 중국 동포들의 최대 밀집 지역입니다. 거기에서 직접 질적 연구, 그러니까 대림동 거주민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연구는 역발상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자본이 커뮤니티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하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이 관계가 역으로도 성립하지 않을까 하는 발상을 했습니다.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이 대림동 거주민들 간 사회적 자본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쓰레기 무단 투기나 안전문제 등 주거 환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개발 활동이 사회적 자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선순환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커뮤니티 개발 활동들이 어떻게 사회적 자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또 사회적 자본이 커뮤니티 활성화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 선순환적 관계로서 다문화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framework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직접 발로 뛰며 연구를 진행해서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더 기억에 남는 연구였던 것 같아요.


Q. 교수님의 연구 대부분이 도시환경, 정책에 관한 내용입니다. 해당 주제들이 교수님의 연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행정학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중에서도 도시 환경에서 일어나는 문제점들, 도시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많았어요. 다양한 특성을 가지는 도시들이 존재하고 그 내부에서 도시와 인간의 상호작용 또한 다양하게 이루어져요. 이러한 상황들이 저에게는 매우 흥미로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도시 환경 측면에서 정부가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소위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지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Q. 교수님이 생각하는 해결이 시급한 도시 문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주택 정책을 전공해서 그런지, 인간에게 필요한 의식주 중에 ‘주’를 중요시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연구와 같은 맥락인데, 주거 안정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택이 우리의 삶의 질에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가 많이 관심이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주거 시설, 주거 비용의 문제해결 뿐 아니라 개별주택 주변의 근린환경의 활성화 방법에 관하여 고민하는 편입니다.



Q. 이번 학기 <지역문제 해결 캡스톤> 수업을 진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주제와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는지 소개해 주세요.


학생들이 학부생일 때 실질적 문제 해결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이 수업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제 전공 분야가 도시 정책이니 지역문제 해결 캡스톤 수업으로 자연스럽게 주제가 정해진 것 같아요.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학교 주변에도 많은 지역 문제가 있어요. 통학이 어려운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오르는 주거비용 때문에 고민이 많고, 코로나 이후 상권이 많이 쇠퇴하기도 했어요. 이러한 다양한 문제 중 하나를 학기마다 선정하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합니다. 이번 학기에는 우리 대학 캠퍼스 내 보행 환경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도록 했습니다. 시험은 없고, 학생들끼리 조를 구성해서 직접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불편한 점을 제시하고, 다른 보행자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문제와 대안을 제시합니다.


캡스톤 수업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제게도 효능감을 줍니다. 모든 대안이 모여 하나의 계획이 되고, 수업 마지막에는 결과물이 제시되는 수업이기 때문이에요. 결국 학생과 교수 양방의 입장에서 모두 얻는 것이 많은 수업인 것 같습니다.


Q.앞으로 이 수업이 계속 진행된다면, 이번 학기 진행된 수업과 어떻게 달라지고 발전해 나갈까요?


아직 학기 중이라 크게 보완해야 하는 점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이후 학기에 이 수업이 다시 개설되면 지자체와 협력해서 지역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학교 안에서 했던 활동들을 확장해 나가는 거죠. 실제로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조지아주 뉴난시의 Chalk Level이라는 쇠퇴해 가는 동네를 재생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고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있어요. 이 경험을 수업에서 유사하게 진행하면서 수업의 지평을 넓히고 싶습니다.



Q. 행정학 연구자로서, 향후 어떤 목표를 갖고 계신가요?


예전에는 연구자로서 실적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하는 연구를 통해 정책적 대안, 정책적 함의를 제시하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이용되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인간 ‘전희정‘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도전을 통해 얻는 성취감’인 것 같습니다. 기존에 잘 알지 못하던 방법론을 배우기 위해 도전하고, 다른 분야의 교수님들과 협업하여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서 얻는 성취에 재미를 느낍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받지만, 그걸 해결하고 나서 얻는 ‘한 단계 올라가는 느낌’이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학생들, 그리고 행정학 연구자의 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는 것이 좋아요. 20대 때 많은 것을 경험할 여러 기회들이 주어지는데, 학생들이 그걸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대학에도 ‘우수 학부생 연구 학점제’ 등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렇게 학교 내부의 프로그램을 활용해도 좋고, 학교 외부 공모전에도 다양하게 참여하는 것이 좋아요.


저는 다양한 경험이 언젠가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학생들을 볼 때마다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라고 말해주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