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채소를 사랑하는 일본인<br> 쉐프 키노시타 타이

한국의 채소를 사랑하는 일본인
쉐프 키노시타 타이

  • 315호
  • 기사입력 2015.01.13
  • 취재 노혜진 기자
  • 편집 유정수 기자
  • 조회수 13384

최근 채식 열풍이 불면서 채식주의자들이 많아졌다. 덩달아 이러한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비건 음식점도 많이 생겨났다. 이번 인물 포커스에서는 경기도 부천에서 조금 특별한 비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쉐프를 만나 보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온 키노시타 타이(경제 02) 동문이다.

키노시타 타이 쉐프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사람이다.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우리 학교 어학당에 다녔다. 1년 정도 어학당에서 공부 하다 한국 생활에 재미를 느껴 학부대학에 입학했다. 그가 한국에서 생활 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문화는 바로 식사문화였다. “일본의 식사 문화는 굉장히 개인적이에요. 개별 접시에 음식이 나오고 그 음식만을 먹죠. 하지만 한국의 식사 문화는 찌개처럼 한 테이블에서 다 같이 나눠 먹잖아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그런 문화가 정감 있고 좋았어요. 한국 부모님들은 자신이 배가 고파도 아이들을 먼저 챙겨주는데 그런 점도 굉장히 감명 깊었어요.” 한국의 정이 있는 식사 문화는 그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요리를 하고, 그 요리를 손님이 나누어 먹는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의 형과 함께 7년째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충청남도 청양 최상호 할아버지네 청양고추와 멸치, 가리비 살을 넣은 매콤한 알리오 올리오, 경북 성주 반딧불농장에서 나온 친환경 참외로 만든 냉 수프…….’ 그가 운영하는 음식점 메뉴이다. 독특한 메뉴가 시선을 사로잡고 주재료가 채소라는 것이 한 번 더 시선을 이끈다. 왜 하필 그의 요리 주인공은 채소일까. 그 이유는 즉, 지금밖에 쓸 수 없는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육류는 시기에 상관없이 어느 상황에서든 항상 같은 맛으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채소는 그렇지 않다. 특히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다. 그렇기에 계절마다 나오는 채소가 다르다. 그 계절에 밖에 먹지 못하는 채소를 통해 계절감을 살리는 것이 그가 채소를 음식의 주인공으로 한 까닭이다.

그가 운영하는 비건 레스토랑은 보통 채식 요리 전문점과는 조금 다르다. 보통 음식점들은 도매업자나 소매업자로부터 공급받은 재료를 그냥 쓰는 예가 많다. 하지만 그는 재료를 처음부터 책임지고 관리한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즉 생산부터 요리까지 모든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지방에서 채소 키우는 일만 열심히 하는 생산자들을 찾아가 그 채소를 직접 공수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도 도와주고 직접 수확도 한다. 매번 신선한 채소들을 이용한 색다른 요리를 해서 ‘비건’이라는 잡지에 그 내용을 연재하고 있다. 그는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 직접 농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음식 재료의 처음을 아는 것을 고집하기 위해서이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썼던 ‘맨큐의 경제학’이라는 책 맨 앞에 보면 마이클 조던의 사례를 들면서 기회비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마이클 조던이 CF출연 제의를 받았는데 그는 그것을 거절하죠. 대신 그 시간에 그의 집 잔디밭 잔디를 깎아요. 잔디를 직접 깎음으로써 잔디 깎는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을 아끼고 또 직접 잔디를 깎는 것에 보람을 느끼죠. 비록 엄청난 CF출연료는 얻을 수 없었지만 그것에 만족했어요. 제가 요리를 하는 방식도 이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냥 채소를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신선한 재료를 구하고, 직접 씨를 뿌리고 재배하는 것이 시간과 돈은 조금 더 들지는 몰라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선한 재료를 얻을 수 있고 보람도 느끼죠. 이렇게 보면 제가 전공한 경제학과와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완전히 무관한건 아니에요. 다만 저는 경제학적인 금액을 넘어선 그 가치를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일을 하게 된거죠.”

그에게 비건 레스토랑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과 보람을 느꼈던 점에 대해서 물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음식점에 가면 채소는 주요 메뉴가 아닌 서비스로 나오잖아요. 사람들이 채소 값 받는 것을 이해 못했어요. 고기나 해산물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가격인지 궁금해 하더라고요. 그런 손님들을 이해 시키는게 어려웠어요. 만약 그저 그런 채소를 써서 이런 가격을 받는 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거예요. 저의 요리에는 생산부터 조리까지 복합적인 과정이 들어가 있어요. 그런점을 손님들이 차츰 알아주시고, 그래서 일부러 찾아와 주세요.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 생각 없이 먹는 예가 있잖아요. 그런 것보다는 가게의 스타일, 느낌, 요리를 대하는 자세, 음식의 가치 등을 알아주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저는 행복을 느껴요. 저희는 음식을 낼 때 이 채소가 밭에서 자라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드려요. 그것을 경청하면서 그 요리에 대해 조금 더 알고 드시는 분들을 볼 때, 음식의 가치를 알아주는 분들을 볼 때 좋죠..”

그는 그의 음식을 좋아하는 음악가에 비유했다. 사람들은 한 음악가의 노래 몇 곡을 듣고 그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 다음 그 음악가의 노래를 넘어서 그의 음악적인 특징이나 음악에 대한 열정에 관심을 가진다. 단순히 노래 몇 곡이 아닌 그 음악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그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진정한 팬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음악가의 진정한 팬처럼, 그가 만든 음식의 단순한 맛보다는 전체적인 스토리에 집중하고 그것에 감동 받는 사람들을 볼 때 그는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보통 요식업은 재료의 가격, 인건비 등을 계산해서 정형화된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일반적인 요식업의 정형화된 가게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한 틀을 깨서 재료의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죠. 6차 산업이라는 말이 있어요. 1차적인 생산, 2차적인 가공, 3차적인 판매. 이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것을 6차 산업(1차×2차×3차)이라고 해요. 이러한 6차 산업을 하는 ‘키노시타’라는 브랜드를 가진 다양한 식당을 운영하고 싶어요. 여러 장르지만 이런 것이 모토가 되는 그런 식당이요. 제가 한국에 와서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자산이 되어서 현재 어느 정도 브랜드력은 가지게 되었어요. 이 브랜드를 ‘성공’이 아닌 ‘성립’ 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제 목표입니다.”

“ 많은 분들이 이솝우화 ‘태양과 바람’이야기를 알고 계실 겁니다. 태양과 바람이 누가 먼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지 내기를 한 이야기지요. 제가 생각하는 요리에 대한 올바른 자세는 그 이야기의 교훈과 같습니다. 많은 음식점들이 양념을 써서 맛을 내요. 하지만 강한 양념에 집중 해서 맛을 내는 음식은 바람과 같습니다. 물론 바람과 같은 요리도 맛있습니다. 양념이 맛있으니까요. 그런 요리를 먹었을 때, 처음 있는 재료 본연의 맛은 느끼지 못하기도 하죠. 저는 태양과 같은 요리를 하고자 합니다. 태양과 같은 요리는 재료 그 본연의 맛이 하나하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맛이 한데 어우러져서 진정으로 맛있는 요리가 되지요. 태양이 서서히 빛을 비춰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처럼 요리도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맛을 내는 겁니다. 그런 재료의 맛을 뽑아내서 한 접시에 담아냈을 때, 본연의 맛으로 완성되는 요리, 그것이 진정으로 맛있는 요리입니다. 제가 말한 ‘태양’은 요리에도 적용될 수 있지만 여러분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화 속 바람과 같이, 양념 맛만 나는 음식과 같이, 어떤 것을 하라고 강요받아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건 큰 의미가 없어요. 어떤 일을 한다면 그것을 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가 깨닫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죠.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부모님이나 주변사람이 시켜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흥미를 느끼고 재밌어 하는, 태양과 같은 길을 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