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음악을 즐긴다<br> ‘나비드’ 박소연 동문

마음으로 음악을 즐긴다
‘나비드’ 박소연 동문

  • 323호
  • 기사입력 2015.05.13
  • 취재 노혜진 기자
  • 편집 유정수 기자
  • 조회수 15834

인간의 삶에 있어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위로를 받기도 하며 음악을 통해 삶의 가치관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만큼 음악은 우리 삶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마음으로 음악을 즐기며 노래하는 가수를 만나보았다. 바로 가수 '나비드'로 활동 중인 박소연(미술 05) 동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나비드'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을 하고 있는 박소연이라고 합니다. '나비드'는 히브리어로 '좋은 소식'이라는 뜻이에요. 그 이름에 걸맞게 항상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하고 있고 현재 열심히 신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사실 저는 좋은 집안 환경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악과 미술을 접하며 자라왔어요. 아버지가 미술을 전공하셨는데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미술을 하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굉장히 오랜기간 배웠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작곡도 하게 됐죠. 하지만 자라면서 음악과 미술 두개의 갈림길에 놓였을 때 미술이 조금 더 좋았고 예고에 진학해 미대까지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미술의 세계와 현실이 너무 달랐어요. 제가 꿈꾸던 삶은 20대에 국내에서 조명 받는 신예 미술가가 되는 거였고 그렇게 될 거라 자신해 왔었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 와서 보니까 그냥 단순히 그림만 잘 그려서 다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점점 제 존재감이 대외적으로 인정을 못받는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슬럼프가 왔죠. 그렇게 미술이 작업이 잘 안되고 슬럼프가 왔을 때 음악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음악을 듣기도 들었지만 곡도 많이 썼어요. 자연스레 음악이 미술 슬럼프의 탈출구가 되었죠. 그렇게 음악으로 많은 위안을 얻고 있을 때 대학가요제가 열렸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덕분에 7080노래나 대학가요제 출신 노래들을 많이 듣고 자랐어요. 그러다보니 대학가요제가 저에게는 엄청난 로망이 되었어요. 대학 때 만약 기회가 된다면 대학 가요제에 나가보고 싶다고 늘 생각했었죠. 때마침 음악으로 많은 위안을 얻고 있을 때였으니까 한 번 나가볼까라는 생각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운이 좋아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나가게 되면서 결국은 이렇게 가수활동을 하게 되었죠."

" 대학가요제에 나갈 때만 하더라도 가수가 돼야겠다는 욕심은 없었어요. 하룻밤의 꿈과 같은 거였죠. 하룻밤의 달콤한 꿈을 꾸고 나니 저는 다시 졸업 작품을 준비해야 하는 미대생으로 돌아와 있더라고요. 하지만 좋은 성과를 냈고 그걸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었어요. 덕분에 제 슬럼프도 끝이 났고요. 다시 미술에 대한 열의에 불타있었고 한 동안 놓고 있던 미술 작업을 하기 시작했죠. 졸업 하고 나서 정말 찰나에 어떤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오디션을 봤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 당시에는 가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그 회사 사람들도 제가 가수에 미련이 없다는 게 여타 사람들이랑은 조금 달리 보였던 것 같아요. 가수로 굳이 데뷔하지 않아도 되니까 음악적 창작활동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작사·작곡을 제대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수락했어요. 그런 찰나의 순간이 기회가 되어 지금 이렇게 가수활동을 하고 있는 거고요. 그렇다고 해서 미술을 포기한건 아니에요. 미술에서의 슬럼프를 음악으로 해결한 것처럼 음악에서 슬럼프가 오면 미술에서 해답을 찾곤 해요. 그렇게 제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를 함께 조율 하면서 살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등 떠밀려서 가수로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텐데 만약 그랬다면 아마 일찍 다른 길로 빠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제가 원래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음악도 미술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지만 내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대중들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오고 미술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활동적인 점이 굉장히 재밌어요. 그런 점이 즐겁게 다가와서 이렇게 계속 음악을 하고 있답니다."

"작사 같은 경우는 예전에 제가 썼던 일기나 수필 같은데서 많이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다른 좋은 문학작품을 통해서 얻기도 하지만 대부분 제 경험담이거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고 제가 느꼈던 점을 다뤄요. 최근 곡 중에 '떠들어대지마'라는 곡이 있어요. 그 곡은 슬럼프 겪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쓴 곡이에요. 남의 눈으로 보면 일자리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분명 꿈을 위해서 무던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하자라는 마음에서 만든 곡이에요. 세상의 잣대대로 제발 우리 인생에 대해 떠들어 대지 말라는 조금은 반항적인 곡이죠.

사실 남들을 응원한다고 썼지만 저를 위한 이야기기도 해요.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이기도 하지만 제 경험담이기도 하고요. '마이 히어로'라는 곡은 비인기 종목이었던 여자축구가 이슈가 됐을 때 쓴 곡이에요. 그들을 향한 관심이 순간 반짝거리고 말까봐 그들을 내가 진득하게 응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되었어요. 작곡은 아무래도 작곡할 당시 저의 취향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 때 그 때 기분과 성향에 따라서 곡마다 느낌과 장르가 결정되곤 하죠."

"일부러 봉사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런 활동을 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제 음악이나 미술을 통해 저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살면서 지나치기 쉬운 풍경들을 함께 나누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더 외로운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들이 곧 나라는 생각으로 감정이 이입될 때도 있고요.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다보니 자연스레 좋은 취지의 활동들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비인기종목 응원가 같은 경우는 그 종목 선수들이 곧 저인 것처럼 감정이입이 됐기 때문이에요.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가 갑자기 관심 밖으로 벗어나기도 하죠. 무던히 꿈을 찾아 가는 중인데 다른 사람들은 '지금 너 뭐하는 거니?'라고 물을 수도 있겠죠. 선수들에 대한 응원이기도 하지만 제 자신에 대한 응원곡이기도 해요. 저는 항상 갑이 아니고 을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에 감정 이입이 많이 돼요. 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얘기를 제가 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하며 곡을 쓰곤 합니다.

중국 쓰촨성에서의 공연은 자선 목적이기도 했지만 각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제가 두 번째 정규앨범을 작업할 당시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앨범재킷에 실었었는데, 그 가운데 2008년에 일어났던 '쓰촨성 대지진'을 담은 그림이 몇 장 있었어요. 앨범 발표 후 많은 분들께서 앨범에 실은 그림에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그게 중국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나봐요. 중국 측 관계자로부터 먼저 공연 제의 연락이 왔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중국활동에서 처음 공연한 곳이 바로 쓰촨성이었고요. 잦은 지진으로 인해 삶의 공허감마저 느꼈다던 그들이 제 공연을 보고 힘을 얻어간다는 말에 정말 큰 보람을 느꼈어요. 그것을 계기로 좋은 취지의 공연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 사실 좋아하는 가수가 정말 많아요. 국내에서는 저의 아주 대선배님들 예전에 활동했던 분들이 현재에도 계속해서 활동을 하고 음반을 내고 그런걸 보면 정말 감사하고 큰 힘이 돼요. 그들을 보면서 저도 미래에 저렇게 후배 가수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국내에는 좋아하는 가수들이 많아서 한 명 꼽기가 어렵네요. 물론 해외에도 좋아하는 가수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저는 '셀린 디온'을 가장 좋아해요. 활발히 월드 투어를 하는 것도 멋있고 히트곡 한 두곡에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앨범을 내는 것도 참 좋아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그런 점들을 보면서 저도 명성만 성공한 가수가 아니라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음악으로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셀린 디온'을 보면서 많이 하게 됐어요."

"즐거울 때는 확실히 공연장에서죠. 방송을 할 때는 관객들이 잘 안보여요. 반면 공연장에서는 관객 얼굴 하나하나가 다 보이거든요. 음악의 어떤 부분에서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지 표정을 보면 다 알 수 있다는 게 참 흥미로워요. 무엇보다도 제일 좋은 건 관객과 제가 같은 감정을 나누고 있을 때, 마치 하나가 되었다고 느낄 때예요. 슬픈 노래를 부르면 여기저기서 울고 그럼 괜히 제가 더 울먹이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면 그들도 흥을 느끼고 저도 그들을 보면서 흥이 나고.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그 느낌이 좋고 거기서 희열을 느껴요. 2년 전에 중국에서 공연을 했는데 관객이 약 만 삼천 명 정도였어요. 그 때 그들을 위해서 중국어로 노래를 불렀는데 만 삼천 명이 다같이 노래를 따라 부를 때 엄청난 전율이 일고 너무나도 감사했어요. 그렇게 관객들과 함께 있는 시간 속에서 가장 즐거움을 느껴요.

제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어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저라는 사람이 가수 이상의 역할을 했을 때예요. 무척 힘든 시기였는데 제 노래를 듣고 위안을 얻었다는 사람들, 제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람들. 제가 자선행사에서 노래를 했을 때 그들이 저로 인해 위로를 받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가 힘을 주러 왔다가 오히려 힘을 받고 가요. 그럴 때 이 일을 한다는 것이 참 보람 있는 일이라고 느껴요. 음악이라는 것이 즐거운 순간도 보람되는 순간도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교감 했을 때 진정한 것으로 거듭나는 것 같아요."

"일단 제가 행복할 수 있고 살아있다는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요. 저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자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가수가 되고 싶어요. 저로 인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연장이든 미술 전시든 그것을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행복한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그러려면 더 활발히 활동해야겠죠."


"살면서 돌이켜보니까 대학생 때도 참 어렸더라고요. 그 때 가지고 있던 모든 관심사가 내 미래를 결정할 것 같았지만 꿈이라는 게 계속 바뀌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기회가 찾아오기도 해요. 그러니까 지금 자신의 앞에 놓인 과제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다보면 진정으로 자신이 관심 있는 게 뭔지 찾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제 주변을 보면 취직을 앞두고, 사회에 나와서 그런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꿈을 좇아야하나 현실을 인정하고 돈을 벌어야 하나. 물론 둘 다 중요하지만 그 고민을 대학교 다닐 때, 조금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해야만 하는 거보다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자신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흔적을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지금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고 하지만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감이 정말이지 소중하다는 거, 그걸 알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소소한 인간관계에 상처받지 말고, 조금 더 나아가 큰 생산을 그리면서 자기만의 꿈도 설계하고요. 여러분이 대학 다닐 때 그런 많은 경험들을 해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