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넓얕'의 저자 <br> 채성호 동문

'지대넓얕'의 저자
채성호 동문

  • 324호
  • 기사입력 2015.06.01
  • 취재 최혜지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14712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와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진행자 채사장으로 알려진 채성호 동문(국문 01)을 만나보았다. 채사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채성호 동문은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이하 지대넓얕)> 1, 2권을 출판하여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은 작년 12월 출판되어 많은 인기와 지지를 얻었으며 출간 10일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현재까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권인 - 현실너머 편,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편- 은 올해 2월 출판되었으며 두 권의 책을 통해 채성호 동문은 무명의 작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한 저자의 책 2권이 동시에 베스트셀러 5위안에 든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넓고 얕은 지식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으며 팟캐스트 <지대넓얕>은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

채성호 동문은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철학과를 복수전공했다. “고등학교 때 문학소년이어서 어떻게든 억지로 국문과를 왔어요. 문학만이 길이라고 생각해서 국문과를 왔는데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을 배우더라고요 그래서 학교생활도 제대로 안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철학 수업을 들었는데 철학이 뭔지 모르니까 매우 좋은 경험이 되더라고요. 철학과 수업을 처음 들었을때 세상이 해체됐다가 재조합 된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철학을 복수 전공 했고 현재도 철학과 대학원 재학 중입니다.

글을 쓰기 이전까지 다양한 분야의 이력이 있으며 본업은 전업 투자자이다. "졸업 직후에 학사장교로 군대를 40개월 정도 다녀왔어요. 그러고 회사에 다니다가 안 맞아서 나오고 사교육 강사도 했었어요. 창업도 했다가 잘 안됐었고. 주식투자는 항상 조금씩 하고 있었는데 이후에 전업 투자자로 바꾸게 되었어요. 본업은 전업 투자자인 거죠. 많은 분들이 전공이랑 투자가 연관성이 없다고 느끼시는데 처음 주식투자를 하게 된 것은 약간의 관심으로 시작한 거였죠. 대학교 때 서너번 정도 했는데 사는 족족 다 망했어요. 그러다가 당시에 단순한 게임이 있었는데 점프랑 슬라이드로만 하는 게임이었어요. 그걸 하는데 도저히 못 깰 것 같은 판이 있었어요. 계속 반복했더니 넘어갈 수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주식도 계속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후에 공부하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되었어요. 일본에 유명한 투자자가 했던 것을 따라 하기도 해보고 그러다 보니까 전업으로 하게 되었죠.“

학창 시절 ‘하루 한 권의 책을 읽었다’라는 일화가 유명해 "채사장"이라는 인물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구 중에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학교 도서관 4층에 인문과학 책들이 주로 있었는데 거의 거기서 살았어요. 정말 좋았어요. 거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만 읽었죠. 딱 하루 한 권의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얇은 책들을 좋아했습니다. 얇은 책들은 하루에 두 세 권 읽을 때도 있었고 긴 책은 더 걸리기도 하고. 졸업하고 군대에 가기로 되어 있었어요. 보통 책을 읽을 때 도움이 되는 걸 읽는데 저는 어차피 책을 읽는다고 써먹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서 순수하게 재미있는 책들을 찾아서 읽었어요. 저를 불편하게 하는 책들을 좋아했어요. 아는 분야나 평소에 읽었던 분야의 책들은 익숙하고 편해서 계속 찾게 되지만, 저는 비슷한 내용이 계속 나오면 금방 싫증 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잘 모르고 불편하게 하는 책들을 읽다 보니 읽는 책의 분야가 철학에서 과학, 사회정치, 미술 등으로 계속 바뀔 수 있었어요.”

“ 책을 읽는 방법은 각자 자기만의 방법이 다 있어서 그냥 본인들이 재미있게 생각하는 걸 읽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책 읽어라"소리를 항상 듣고 의무감이 그림자 처럼 따라 다니잖아요. 그게 좀 잘못된 사고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책은 그냥 내가 살아가면서 하나의 선택인 것이고 내가 재밌으면 되는 거니까 의무감 없이 재밌게 읽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처음 책을 쓰게 된 것은 사고를 겪고 나서였어요. 2011년에 큰 사고가 있었어요. 그 사건을 겪고 나니 세상이 불안했어요. 세계 위에 발 딛고 있는 내가 불안했고, 내가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대로 세계가 단단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로서는 필연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스스로 세계를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래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이 책이 되었죠. 이 책을 처음 쓸 때는 그냥 혼자 볼 것이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거의 일주일 만에 쓴 것 같아요.”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 <지대넓얕>이 책 출판의 계기가 되었다. “책은 2011년에 초판을 집필했었고, 팟캐스트 <지대넓얕>은 2014년 4월에 처음 시작했어요. 팟캐스트를 하는데 이름이 없어서 전에 썼던 글의 이름을 따서 "지대넓얕"이라고 지었어요. 사실은 두 가지가 별개인데 채사장이라는 인물이 공통되어 있고 제 생각이 들어가니까 비슷한 내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책을 출판하게 된 것은 팟캐스트가 주목받으면서 기세를 몰아 제가 썼던 글을 출판하면 팟캐스트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했는데 출간될 쯤에 팟캐스트가 너무 유명해져서 오히려 책이 덕을 봤어요.”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일단 개별 개념들을 설명하기 보다는 관계성을 설명해 주고 싶었어요. 책에도 썼지만 사람들이 대강 각각의 개념은 무엇인지 알지만 개념 간의 관계를 모르는 것 같았어요. 이 책은 고등학생들이 쓰는 어휘, 우리가 아는 어휘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어휘들로 개별 개념의 정의가 아니고 관계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개념 간에 어떤 관계를 갖고 있고 나아가 개별적 영역, 역사, 경제, 정치 등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보여 주고 싶었어요. 실제로도 보면 어려운 개념들은 없어요. 특히 1부를 보면 읽기 매우 수월한 어휘로 되어 있으면서 놓치고 있었던 관계만 설명해주고 있어요.

관계의 기준에 대해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제가 그냥 당연히 이렇다고 생각하는 대로 썼어요. 제 책은 참고서도 아니고 책 1권은 일주일 만에 썼는데 누굴 보여주려고 썼던 것이 아니었어요. 만약 보여주려고 쓴 책이었다면 더 많은 책을 찾아보면서 참고해서 썼을 거에요. 당시에는 출판할 책도 아니었고 정말 내 생각대로 쓴 것이었어요. 다만 세계적 기준을 고려한 부분들은 있었어요.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냥 기존에 제 생각대로 쓴 것이니까요. 다만 2011년에 쓴 책이라 옛날 책이지 지금 현실과는 조금 어긋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비판 글 중에 정확하지 않은 지식인데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너무 얕은 지식인데 발표하는 것은 하면 안 된다 라는 글이 있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을 선동한다는 비판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비판하신 분이 너무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수동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반대로 제가 다른 것 읽지 말고 제 책만 읽으라고 들이밀고 강조해도 결국 읽고 나서 다른 책을 읽고 제 책은 잊어버리게 되죠. 사람이 하나의 책으로 완벽히 바뀌고 선동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권위 있고 아무리 말 잘하는 사람이 어떻게 말해도 들었을 때는 ‘어 그럴 듯한데?’ 해도 하루 이틀 지나면 기억이 안 나죠. 학생들이 지난 학기에 교수님이 했던 이야기가 기억이 안나는 것 처럼요. 결국, 자신의 마음대로 기억하는데 그게 원래 사람인 것 같고 생각보다 사람이 그렇게 선동되지 않는 것 같아요. 책은 그냥 재미삼아 읽는 것 같고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으면 확장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채성호 동문은 '인문학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의 결과가 책 이름 <지대넓얕>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 인문학은 사람마다 규정하고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고 저도 아직 배우는 중이기 때문에 규정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것 같아요. 다만 인문학이라는 것이 교양과 섞여서 사용되는 면도 없지 않은데 뉘앙스만 다르고 구분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책을 쓰면서는 나름대로 규정을 했던 것이 ‘인문학이랑 교양은 넓고 얕은 지식이다‘라는 거에요.

책 이름이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것이 ’책 내용이 넓고 얕은 지식이다‘라는 뜻 보다는 교양이라는 것 인문학이라는 것이 ’넓고 얕은 지식이어야 한다‘라는 의미였어요. 책에도 조금 나오기는 하는데 넓고 얕은 지식을 반대로 생각해 봤어요. 깊고 전문적인 지식은 무엇인가? 생각해봤더니 누구나 갖고 있는 거에요. 누구나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잖아요. 교수님도 전공 분야 지식이 있고 휴대폰 판매원도, 택시 운전사도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갖고 있죠. 오늘날 사회가 계속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누구나 먹고살기 위한 자신들의 전문 지식이 있죠. 그 지식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평생 시간을 들여야 하니까 좁고 깊죠. 좁고 깊은 지식은 누구나 갖고 있는 전문적 지식일 거에요.
문제는 교수님, 의사, 통신판매원 등 이 사람들이 한군데에 모이면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거예요. 한글이라는 언어를 사용하지만, 대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공통분모인데 공통분모는 인문학이고 교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양과 인문학이 공통분모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진입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은 넓은 지식인 반면에 전문지식 처럼 평생을 투자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죠. 얕아야 한다는 거에요. ’인문학의 본질이 넓고 얕은 지식이어야 한다‘라는 의미에서 책 제목이 '넓고 얕은 지식'이 되었어요. 인문학은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고 대화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 넓고 얕은 지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생각을 담아 책 이름이 원래 '소통을 위한 교양'이었는 데 '소통'이 '지적 대화'가 되고, '교양'은 '넓고 얕은 지식'이 되었죠.“

"저도 아직 학생이지만,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 열심히 살거나 현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대학생들 너무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 열심히 사는 것만큼 자기 인생을 망치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열심히 무엇인가에 마음을 쓰기 시작하면 그게 너무 중요해지잖아요. 나중에 그게 잘못된 길이거나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그걸 붙잡고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열심히 안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본다’라고 생각하고 쉽게 쉽게 노는 것처럼 살면 될 것 같아요.
너무 현명해지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너무 현실적인 거죠. 취업을, 미래를 다 결정해 놓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이고 내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뭐고 지금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다 정해 놓은 것이죠. 이렇게 미래에 대한 전망이 너무 뚜렷하다보니까 현재가 없는 것 같아요. 사실은 가장 젊은 나이이고 즐겨야 하는 나이임에도 어떤 하나의 최종 목표만을 보고 현재는 그냥 준비하는 기간으로 소모시키는 거죠. 그런데 살다보면 그렇게 행복하지 않죠. 아름답지도 않고. 미래는 어차피 계속해서 예측대로 되지 않으니까 어떤 장기적인 계획을 너무 현명하게 세울 필요 없이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