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교육의 시작<br> 김지현 동문

소프트웨어 교육의 시작
김지현 동문

  • 332호
  • 기사입력 2015.10.02
  • 취재 최혜지 기자
  • 편집 유정수 기자
  • 조회수 10651

최근 인문계 대학생들 사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 농업, 금융 등 거의 모든 산업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융합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어 소프트웨어 지식을 가진 사람의 직업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현 동문(영상 06)은 앞서 본인이 비이공계 학생으로서 직접 경험한 어려움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교육 플랫폼인 ‘엔트리’를 개발하였다. 김지현 대표가 운영하는 엔트리교육연구소는 프로그래밍을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테크 스타트업 기업이다. 김지현 동문을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상학과에 06학번으로 입학해서 2011년도에 졸업 후 카이스트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를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관련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13년 소프트웨어 교육 기업인 엔트리코리아를 창업했습니다. 최근에는 비영리 기업으로 활동을 전환하면서 엔트리교육연구소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취미생활로 단편영화를 찍어왔어요. 비디오카메라로 친구들을 모아서 시나리오 짜고 영화를 찍는 일들이 재밌어서 그런 활동들을 많이 했는데 그때 제 생각을 카메라에 담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제가 찍은 단편영화들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고등학교 때는 최연소 감독으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하와이 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연소 감독으로 초청받기도 했었어요. 사실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영상학과에 진학했어요. 입학 후 우연히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고, 영화라는 일방향적인 매체에서 더 나아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매체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술에 대해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했죠. 카이스트에서 HCI를 공부했는데 인간이 컴퓨터 환경을 자연스럽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했죠.

연구를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야 했는데 인문 전공자로서 참 어려웠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더 쉽게 배울 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이런 생각이 더 커지면서 ‘엔트리’라는 누구나 쉽게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엔트리가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는 모두를 위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제가 어렸을 때 비디오카메라로 제 생각을 남들에게 전달했던 것처럼 요즘 학생들에게는 컴퓨터를 통해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어린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 더욱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 엔트리 성장 과정

처음에 카이스트에서 만난 3명의 친구와 같이 창업을 시작했어요. 대전에서 1년 정도, 서울에서도 1년 정도 일을 하다가 지난 6월, 네이버에 인수합병이 되었어요. 이전까지 엔트리는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었는데 인수가 되면서 사업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서 비영리적인 활동, 사회 공헌 활동을 주로 하게 되었어요. 엔트리도 오픈소스로 공개하게 되었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공재로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비영리 활동으로 엔트리를 확장하게 되었죠.

◈ 엔트리의 교육

프로그래밍이라고 하면 C언어나 JAVA 언어와 같이 영어로 복잡한 화면을 생각하잖아요. 엔트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래밍은 복잡하지 않아요. 명령어들이 한글로 풀어져 있고 명령어들을 드래그 앤 드롭하는 방식으로 쉽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어요. 엔트리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는 현재 10만 개 정도 됩니다. 주로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학생들이 만든 프로젝트 들인데 게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것들이 많아요.

◈ SW교육(소프트웨어교육)의 중요성

첫째, 소프트웨어를 아는 것이 이제 필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모든 게 디지털화되어있고 소프트웨어 산업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요. 이런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이를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죠. 산업사회 때 셈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수학이라는 과목이 처음 공교육에 도입되었던 것처럼 이제는 소프트웨어 없이는 살 수 없게 되고 있어서 소프트웨어 교육도 공교육으로 지정되고 있는 거죠. 교육은 시대를 반영해야 하니까요.

두 번째, 컴퓨팅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배우는 방법이 소프트웨어 교육입니다. 컴퓨팅 사고는 컴퓨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해요. 컴퓨터로 문제를 해결할 때는 논리적이고 알고리즘 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사고력을 배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죠.

우리 후배들에게도 자신의 전공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살아가는데 디지털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필수적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모두가 프로그래머가 될 필요는 없지만 이것들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배우라고 권하고 싶어요.

최근 우리 학교와 네이버가 활성화 협약을 맺었죠. 성균관대에서 비이공계 학생들을 위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 교양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해 지원한다는 업무 협약이었어요. 저 개인적으로도 이 협약이 의미가 있었어요. 우리 학교가 수원이랑 서울로 이원화되어있어서 공학계열은 다 수원에 있잖아요. 인문계 학생들은 공학을 접할 기회가 없는 게 아쉽죠. 이번에 인문계 학생들이 소프트웨어를 다른 채널로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을 엔트리에서 기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실제로 엔트리를 사용하는 학생들을 볼 때 정말 보람돼요. 저는 엔트리 팀원들에게 우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교육은 어떤 사람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는 일이며 미래를 바꾸는 일이잖아요. 그걸 우리가 앞장서서 하고 있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껴요.
연구소의 목표는 '누구나 쉽게 소프트웨어를 경험하고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라는 미션으로 처음부터 시작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앞으로도 계속 소프트웨어교육을 연구하고 확장하는 일에 주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