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의 예술, 만화의 가치를 <br> 알리는 오재록 동문

제 9의 예술, 만화의 가치를
알리는 오재록 동문

  • 334호
  • 기사입력 2015.11.02
  • 취재 최혜지 기자
  • 편집 유정수 기자
  • 조회수 9054

과거 만화를 유해매체로 여겨 배척하던 것에서 최근에 만화는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해 만화를 보는 것이 많은 사람의 일상이 되고 있다. 이런 만화의 가치를 높이고 우리나라 만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는 동문이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오재록(교육 88) 원장을 만나보았다.

반갑습니다. 저는 심산 김창숙 선생님을 존경하는 오재록입니다. 현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원장직과 동시에 국제만화가대회 사무국장을 겸하고 있고, 부천애니메이션축제 조직위원 등 연관 부문의 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민족성대 교육학과 88학번으로, 2007년 국정관리전문대학원에서 행정학석사를 마쳤고 올해에는 문화융합대학원에서 강의하기도 하였습니다. 원조 심산인이죠. 제 아내도 성대 졸업생이고, 딸은 모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성균가족입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국내 유일의 만화진흥기관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 부천시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입니다. 우리 기관에는 웹툰 작가부터 서사만화, 교양만화, 학습만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400여 명이 입주하여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고, 만화출판사, 애니메이션제작사, 에이전시 등 관련 기업들이 입주한 만화산업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흥원이 운영하는 한국만화박물관은 국내 최대의 만화 전문 박물관으로, 작년 2014년 한해에만 27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습니다. 현재 누적관람객 수는 250만여 명이고요. 박물관 지하에 있는 수장고에는 허영만, 이상무 등 국내 대표 작가들의 원고 및 자료 1만6천여 건이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만화전문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26만 여권의 만화책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산업적인 영역과 문화적 부분이 결합한 기관이지요.
앞으로 한국 만화가 해외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만화 장르가 다른 만큼, 해외시장에 대한 전략적인 분석과 홍보지원, 각 나라의 문화에 맞는 번역 지원 등을 통해 작가의 의도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이 운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진흥원은 '웹툰 세계화 사업'의 목적으로 지속적인 해외 교류를 통해서 국내 만화산업의 역량이 강화되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만화 콘텐츠 산업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해나갈 계획입니다.

- 만화에 관심을 두고 일을 하게 된 계기는무엇인가요

하하 전 만화가는 아닙니다. 만화를 무척 좋아하는 독자이지요.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께서 문방구를 하셨습니다. 당시에 소년중앙, 어깨동무 등의 잡지 별책부록인 만화를 원 없이 보던 게 만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오기 전까지 Mnet과 청와대 행정기획 행정관을 거치며 주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과 연관된 일을 했고, 만화도 중요한 매체의 역할을 사회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제 관심 분야의 연장에서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만화는 시대의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무한 상상을 바탕으로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친근한 매체입니다. 또 만화는 세계인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로 소통과 교감의 가장 우수한 표현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문화적 차이는 있겠지만 그림과 스토리를 통해 우리들의 삶을 표현하기 때문에 소설이나 영화와는 다른 감성을 자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거나 뜻깊었던 사업 혹은 행사가 있으신지요

아무래도 매년 여름 열리는 부천국제만화축제일 텐데요. 올해 18회째를 맞아 성황리에 마친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만화 전문축제로, 품격 있는 만화 전시와 만화가들이 총출동하여 독자들과 만나는 축제입니다. 세계 각국의 출판사와 만화산업 관계자가 만나는 해외 만화 교류의 거점이기도 합니다.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3,000여 명의 코스튬 플레이어들을 통해 더욱 풍성해지고 재미를 더하는 축제입니다. 매년 컨퍼런스를 통해 만화계를 뜨겁게 하는 이슈를 제시하며, 작가와 만화 팬들이 직접 만나고 소통할 기회가 가득한 만화의 모든 것을 만나보실 수 있는 축제입니다.

2013년에는 문화예술진흥법에 만화산업이 포함되어 이제 만화도 예술의 반열에 오르게 됐습니다. 예술로서 정식으로 인정받은 것이죠. 단지 만화의 산업적인 측면뿐만이 아닌 제도적 측면, 만화 문화적인 측면에서 만화 문화·산업이 좀 더 발전하고 세계화로 넓혀가도록 함으로써 부천시를 다른 나라의 도시들과 경쟁하는 도시로 만드는 데 핵심적으로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자원들을 극대화하는 진흥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성과라 하면 아무래도 만화가 국가 등록문화재로 등재되었다는 것인데요. 우리 만화 최초의 단행본인 김용환의 <토끼와 원숭이>를 비롯해 최초의 만화 베스트셀러 김종래의 <엄마 찾아 삼만리>, 최장기간 연재기록을 가진 김성환의 <고바우 영감> 원화(原畫),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김용환 만화가의 만화 <코주부삼국지> 총 4개의 작품이 문화재로 등록된 만화입니다. 그간 문화사적으로 비교적 관심이 부족했던 만화자료의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받게 됐는데요. <고바우 영감>을 제외한 3개 작품은 모두 훼손되지 않은 양호한 상태로 전체 분량이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수장고 내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진흥원은 소장 자료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속적인 만화자료의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고 만화의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한국 웹툰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한류 문화로 떠오르는 최고의 콘텐츠입니다. '웹툰'은 하나의 명사처럼 통용되는데 지털 시장이 강화되면서 디지털 강국인 한국답게 1일 1,000만 독자 시대를 열며 웹툰이 선점하고 있습니다. 만화의 디지털화로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졌기 때문에 글로벌해진 세계 만화시장에서 웹툰이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여깁니다.
전국에 열풍을 일으켰던 '미생'처럼 만화가의 손끝에서 출발한 작품이 전 국민이 즐겨보는 드라마로 탄생하기까지 다양한 산업 종사자들의 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웹툰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창작물이지만 OSMU를 통해 2차, 3차 콘텐츠로의 창작이 가능한 무궁무진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더욱 장래가 밝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만화가 해외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만화 장르가 다른 만큼, 해외시장에 대한 전략적인 분석과 홍보지원, 각 나라의 문화에 맞는 번역 지원 등을 통해 작가의 의도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이 운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진흥원은 '웹툰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속적인 해외 교류를 통해서 국내 만화산업의 역량이 강화되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만화 콘텐츠 산업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해나갈 계획입니다.

-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만화계와 함께 만드는 국내 유일의 만화진흥기관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만화의 큰 특징은 세대와 지역, 시대를 초월할 수 있는 소통의 문화콘텐츠라는 것입니다. 진흥원은 만화의 매체적 특성을 더욱 발전시키는 한편, 한국만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만화를 통해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양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외적으로는 만화계와 부천시를 중심으로 학계,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한 '만화 거버넌스 구축'에 힘쓰고, 내적으로는 전문성과 만화적 상상력을 갖춘 인재들과 함께 만화전문 행정기관으로서 혁신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한국만화박물관을 중심으로 도서관, 수장고에 산재한 문화적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데이터를 구축하고, 창작지원물들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부천국제만화축제를 비롯한 해외교류 사업의 국제적 위상 강화를 통하여 한국만화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시키고자 합니다. 한국만화가 세계 콘텐츠 산업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죠.

- 우리 학교 문화융합대학원에서 강의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수업인가요

사실 아직 강의를 맡기에는 부족하기만 합니다. 올해 1학기 처음으로 '캐릭터 라이징 글로벌 비즈니스'란 과목을 맡았습니다. 문화융합대학원 3학기 과목인데 실제 산업현장의 이야기를 대학원생들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캐릭터 연관 산업의 글로벌 시장 특징을 중심으로 함께 연구하는 시간이었지요. 오히려 제가 더 공부를 많이 한 기회였습니다.

저는 '오늘 하루가 가장 젊은 시간이다'란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소중한 시간이고 주어진 일을 하다 보니 다시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더 라고요. 그 안에서 저 자신 스스로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감사하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늘 욕망에 집착하기보다는 살아있음에, 일 할 수 있음에 고마워할 수 있다는 거. 쉽지 않은 목표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작은 것들이 소중하게 보이네요.

-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제가 올해 7번 중국 출장을 다녀 왔습니다. 아마 연말까지 한 두 차례 더 가겠지요. 하얼빈, 북경, 예타이, 마카오등 대륙을 다니며 많을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보고 있는 것은 제 안경 너머의 세상이었지요.
많은 다양한 경험을 하시고 하루를 소중히 하셨으면 합니다. 가장 교과서적인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교과서,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삶을 사랑하시고요. 심산 선생님의 뜻도 새겨 보시고요. 재미있는 만화(웹툰)도 많이 보시길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