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오픈소스SW센터’ <br> 센터장 이은석 교수

‘성균오픈소스SW센터’
센터장 이은석 교수

  • 360호
  • 기사입력 2016.11.27
  • 취재 이수진 기자
  • 편집 이지원 기자
  • 조회수 9964

안녕하세요. 저는 95년도부터 우리 학교 정보공학과 교수로 부임해서 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대학에서 22년째 근무하고 있는 교수 이은석이라고 합니다. 여러 보직을 경험하면서 올해 3월에는 정식으로 설립된 ‘성균오픈소스SW센터’의 센터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센터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센터 공간을 구축하는 작업들을 진행해 왔어요. 드디어 여러분께 이 센터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센터 소개를 하기 전에 먼저 오픈소스SW(이하, OSS)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OSS는 공개형 혹은 공유형 소프트웨어의 통칭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개발되는 소프트웨어는 개발자나 개발조직이 그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되고 유상으로 소프트웨어를 빌려주거나 판매하는 폐쇄적인 구조였어요. 반면 OSS는 소스코드를 누구나 보거나 공짜로 사용할 수 있어요. 또 소스코드를 수정하고 가공해서 자신의 목적에 맞게 고쳐 쓸 수도 있지요. 중요한 점은 지구상에는 수백만가지의 OSS가 존재한다는 것이에요.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자신의 사용 목적에 맞는 기능과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OSS를 찾아서 자신의 코드에 삽입하고 통합하여 테스트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패러다임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실제로 저희 연구실(소프트웨어 공학 연구실)에서는 연구하고 개발한 결과물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 이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성균오픈소스SW센터’는 이런 OSS를 다루는 센터인데요. 좀 거창하게 말한다면 시대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탄생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덕트에서 OSS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어가고 있어요. 쉽게 말하자면 한 개발자가 순수하게 직접 자체 개발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OSS를 이용한 개발이 비용, 품질면에서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빠른 출시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OSS기반개발은 이런 점에서 매우 전략적이지요. 우리 소프트웨어 대학에서는 OSS를 이해하고 활용하면서 OSS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이고 이런 인재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훈련 조직에 대한 절실함이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OSS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이런 절실함을 해결하고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수요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이 센터를 설립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센터는 소속 학생들 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 학생 누구나 오픈소스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장과 놀이터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약 300평 규모로 AR과 VR을 위한 디지털콘텐츠ST, IoT/임베디드ST, 오픈소스SW ST 세 개의 스튜디오와 공용 세미나실, 동아리방, 카페 등으로 구성 되어 있어요. 글로벌 IT기업들인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의 인테리어를 참고해서 만들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들이 있어 완성도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만들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바로 소프트웨어입니다. 3차 산업혁명의 핵심 아이콘이 인터넷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전공과 상관 없이 인터넷을 각자의 목적에 맞는 주요 ‘도구’로 사용하고 있지요. 이제는 컴퓨터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그러다 보니 다양한 목적을 위한 많은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어요. 공학이나 과학분야에서는 이미 소프트웨어 기반의 도구나 설비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인 일이 되었어요. 인문학도에게도 소프트웨어 사용 능력은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경영분야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거나 생산과 자재, 인사 관리를 하는 것도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사용자는 단순히 자신의 목적에 맞는 솔루션을 검색해서 가져다 쓰면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목적에 딱 맞는 것을 찾는 것도, 가져다 쓰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럴 때, 어느 정도의 소프트웨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자신의 분야나 목적에 특화된 자신만의 도구를 만들 수도 있고 업무의 최적화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하고 있는데 대학 차원에서의 필수 소프트웨어 교육은 전교생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서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에요. 모든 학생들이 각자의 전공에서 더 경쟁력 있는 개별 및 융합 전공자가 되도록 지원하기 위함이지요.

제가 하는 수업에서도 연계전공, 복수전공으로 공부하는 인문학도 학생들이 많이 있어요. 그 학생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 면에서는 아무래도 원전공자들에 비해 약점이 보이지요. 하지만 역으로 소프트웨어 전공자들이 단순히 코딩 능력만 갖춘다면, 그 또한 약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팀 과제로 주가 예측시스템을 개발하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코딩 능력을 갖춘 경영, 경제 전공자들이 강세를 보이기 마련이에요. 이제 ‘융합’은 진부한 표현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쓰기, 읽기, 말하기 등을 기본으로 사용하듯이 코딩 능력은 그러한 기본 능력 중 하나일 뿐, 더 이상 부가적인 옵션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문사회과학캠퍼스 학생들이 자기 전공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동시에 소프트웨어 능력을 갖추었을 때 경쟁력이 배가된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요.

제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포트란이라는 언어를 OMR카드에 구멍을 뚫어가며 코딩이랍시고 했으니 소프트웨어라고 하는 것이 제대로 알려지거나 보급된 시절이라고 하기 어렵죠. 결국 85년에 유학 가서 처음 컴퓨터를 제대로 접하게 되었어요. 그 전까지는 의사가 되려고도, 전자 공학자가 되려고도 했었어요. 유학가서 소프트웨어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고 소프트웨어 공학자가 되기로 마음 먹은 것이지요. 그렇게 학위 과정이 끝나고 저는 회사 생활을 하고 싶어서 주저없이 미쯔비씨 연구소에 입사했었어요. 2년 정도 근무하면서 지도교수님이 후배들에게 원격지도를 해달라고 요청하셔서, 틈틈이 지도를 해주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내가 아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그 이후 모교인 성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성균오픈소스SW센터 센터장으로서 가장 보람이 있던 순간은 아무래도 센터를 잘 설립한 순간이겠지요. 센터가 빠른 시일 내에 지금의 틀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학교 본부와 소프트웨어 대학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와 더불어 센터 소속의 최영규, 공정택, 이수혁, 송상효 산학중점교수님들의 헌신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산업계에서 쌓아온 많은 경험, 감각과 인맥을 가진 분들이고, 무엇보다 OSS 관련 전문가라 센터 설립과 운영에 매우 큰 도움을 주고 계세요. 센터 설립이 결정되고, 비전이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테리어나 설계를 위한 세계 유수 연구센터들을 벤치마킹 할 때에도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이 많았어요. 다난했던 작업들을 이러한 교수님들과 함께해서 문제를 해결했고, 이때 매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향후 이 센터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때면 지속적으로 더 큰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교수로서는 교과서적인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가장 보람있는 순간은 역시 제가 지도하는 학부생들, 대학원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이지요. 한 때, 학문적인 성취로 보람을 느낀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학문적 성과라는 것이 부침이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이제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어요. 기본적으로 학생들과의 소통에 관심이 많아 학생들의 좋은 멘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서 그렇지 못한 순간에는 제 자신에 대한 반성과 많은 고민을 하게 되지요.

센터장을 맡은 만큼 센터의 번영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센터장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센터 설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키워왔던 목표나 추구하는 방향들이 시류에 흔들림 없이 지속되고, 보완되어 발전해 나가면서 성균오픈소스SW센터가 의미있는 조직으로 존립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어서도 어느 카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코딩할 수 있는 백발의 개발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성균오픈소스SW센터 센터장으로서 말씀 드리자면, 학생 여러분들이 센터를 통해 경쟁력있는 인력으로 성장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픈소스를 공부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학습의 장이자 놀이터가 우리 학교에 만들어졌으니 많은 학생들이 센터를 최대한으로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센터가 학생의 자기개발과 경쟁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학교는 그런 여러분들을 계속해서 응원하고 지원하고, 도와드릴 것입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