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교육센터 센터장 조주희 교수

암교육센터 센터장 조주희 교수

  • 361호
  • 기사입력 2016.12.09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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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웰빙네비게이터"


6-9. 이것은 그녀의 근무시간이다. 새벽 6시에 출근해 저녁 9시에 퇴근한다. 무슨 할 일이 그렇게 많으냐고 물으니 빙그시 웃으며 설명한다. "병원에 나와서 병원일 하고요, 센터 일 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일 하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어요." 말하는 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징징 대며 나 힘들어 죽겠어가 아니라 일이 이렇게 있으니 즐거운 맘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주인공은 우리 대학 융합의과학원 조주희 교수다. 그녀는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근무하던중 일원동 삼성병원 암교육센터를 맡게 되어 한국에 들어왔다. 센터장으로서 암환자 교육을 위한 연구와 교수로서 학생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의 전공은 보건학이고 그 중에서도 행동의학 전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종양학이라고 하는데 아직 연구자가 많지 않다. 이 학문은 환자교육과 환자가 필요한 부분을 연구한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유엑스인데-사용자 경험-, 건강행동증진을 위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건강할까. 어떻게 하면 치료를 더 잘 받게 할까. 어떻게 하면 의사 말을 더 잘 들을까. 어떻게 하면 더 예방을 잘 할까. 라는 질문에 답 하기 위해서 환자들이 뭐가 어려울까를 해결하려고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방암이나 자궁암 환자들은 항암치료과정중에 극심한 탈모를 격는다. 온몸 세포 곳곳에 있는 털이란 털은 다 빠진다. 환자들은 탈모를 겪으며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그로 인해 치료를 거부 하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구역질도 치료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환자가 치료하면서 격는 여러 종류의 부작용. 그것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일까지 발생하는데 조교수는 환자의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었다. 탈모를 격으면 머리카락 빠지는 문제를 해결해 주고 구역질이 나면 구역질이 안 나게 하는 약을 개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만약 심리적 요인이라면 전환요법을 통해 그 사람의 통증이나 몸의 이상증세를 없애주는것이라고 한다. 정신적 문제라면 요가나 명상을 통해 해결하고 통증이라면 진정제, 진통제를 줘야 한단다. 환자가 치료하면서 격는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과정에 환자교육이 있고 이것이 지지치료라는 큰 영역이다. 조교수가 맡고 있는 암교육센터가 하는 일이 이런것이다.

암교육센터에서 하는 대부분 연구는 환자를 도와주는 일이다. 이런 연구를 하는 것은 실험실 혹은 책만 봐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센터는 환자를 만나고 그들이 하는 고민을 듣는다. 환자뿐 아니라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도 만난다. 치료를 하려면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의 입장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원하는 것만 해줄수 없으니 환자와 의사에 맞춰 가면서 해결하기 위해 양자를 다 만난다.

암교육센터에서 책을 만들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병원에 오지 않는 음지의 환자를 위해서다. 암교육센터는 삼성병원에 오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도서관처럼 누구나 암에 대해 궁금하고 공부하고 싶으면 올수 있는 곳이다. 환자 치료의 기본은 자기 병을 잘 알고 의사의 지침을 잘 따라주는 것이다. 암교육센터에는 환자 교육자료와 상담자료등이 잘 준비되어있다.

▶ 암치료의 융합적 접근
조교수는 암치료를 위해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는 병원에만 있지 않고 병원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한다. 집에서 통원치료하는 일이 많아서 환자의 병원 밖 생활 속의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를 만나러 갔을 때 기자 보다 공대생 서너명이 먼저 와 있었다. 조교수는 공대생과 앱을 개발하는 중이었다. 이 앱은 환자가 집에서 생활 할 때 치료과정 중 나타나는 증세를 기록한다. 환자들이 집에서 증상을 관리하는 앱이다. 항암치료중에는 부작용이 많다. 3주만에 병원 오는 환자에게 그간의 일을 물어 보면 기억하지 못하는 예가 많다. 기억하더라도 그 중에서 가장 심한 증세만 기억한다. 암치료는 그때그때 증상이 어땟는지 어떻게 대처 했는지가 중요한데 앱의 기능은 환자가 통증이 있을 때 마다 기록을 하면 그 기록이 병원으로 들어오도록 한다. 병원에서는 환자가 이런 증상을 겪었구나 하고 알수있게 된다. 이렇게 앱을 만들어 환자와 치료자 간에 소통하는 작업이 융합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앱을 만드는데는 여러 사람과 협업이 필요하다.

이 앱을 개발하는데는 디자이너, 프로그램개발자, 환자 당사자, 의사, 간호사가 필요하다. 모두 한가지 고민을 해결하려고 융합한다. 조교수는 융합을 이렇게 정의 했다. 한 가지 목적으로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것. 무지개 색이 뚜렷이 보이면 여러 사람이 같이 일하는 협력이고, 색깔이 안보이면 융합이다. "나의 기술이 저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나의 전문지식이 저들의 기술에 묻어 나는 것이다." 앱은 지금 베타버젼으로 나와있다.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더욱 개발하고 보완해서 환자에게 적용시킬 것이다.

환자들이 기억 못하는 것을 기계는 기억하므로 앱이 개발되면 환자를 진료 할 때 편하고 좋다. 조교수는 디지털헬스라 부르는 최근 기술을 단지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의 목표는 환자들이 불편한게 뭔지, 환자들이 불편한 것을 찾아 치료 효과를 가장 잘 만드는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게 아니라 그 사람을 잘 살게 하는 게 목표가 되는 세상이 됐다. 삶의 질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기계를 개발 하고 그 기계를 어떻게 쓸것인가 보다, 어떤 문제를 기계로 해결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려운 점은 옛날부터 가지고 왔던 문제다. 이 어려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새로운 기술로 찾아내는 것이다. 과학이 생활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는 것이 조교수의 생각이다. 요즘 스마트폰 없이 못살 듯이 과학도 스마트폰 만큼 일상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해야 디지털헬스도 과학도 적재적소에 쓰인다는 것이 조교수의 지론이다.

 암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은 환자를 치료한다는 표현보다 "케어한다. 전체적인 치료를 한다" 라고 표현한다. 그 사람 안에 있는 생물학적 암덩어리를 캐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적 충격까지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충격(탈모,구역질, 외모의 변화등)으로 깨지는 그 사람의 일상, 직장생활등 이 모든 문제를 돌봐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살려 놨다는 것은 아프기 전에 했었던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냥 살려놨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제는 사회적으로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다.

최근 '란셋'이라는 외국 유명 잡지에서 세계인의 평균수명과 질병에 대한 논문이 나왔다. 그 논문에 따르면 사람이 95년 보다 2010년대는 평균 10년 더 사는데 그 10년중 6.5년을 아프면서 산다고 한다. 사람들이 잘 걸리는 만성질환, 심장, 고혈압, 당뇨가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대부분 예방가능 한 것이라 생활관리만 잘해도 안걸릴 가능성이 높단다. 사람이 이런 병을 가지고 오래 살면 국가는 치료해 줘야하고 이때 들어갈 사회적 자원을 고려하면 모두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고 조교수는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방이 쉬운 것은 아니다. 누구나 저녁에 치킨을 먹고 싶어하고, 풀만 먹고 살수 없는게 사람의 마음이다. 조교수는 인간은 원래 게으르고 자유방임적이고 놀고 싶어한다며 일을 안하면 불편한 것은 늘 하던 것을 안하는 것에 대한 습관 때문이라고 했다.

건강은 불평등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사람이 돈 없으면 맛 있는거 먹을 수 없고, 굶을 수 있다. 그 밖에 인간의 다른 욕구 즉, 좋은 것을 사고 싶고,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개인적 욕구는 개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건강해야 하고 건강은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사회적 가치다.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라서 건강은 모두에게 가장 평등한 것 중 하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교수가 건강에 대한 다각적 고민을 하는 것도 그 평등한 것을 제한된 자원으로 잘 지키기 위해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어떤 이는 정책적 고민을, 어떤 사람은 치료의 효과를, 어떤 사람은 약을 개발하고, 조교수는 환자들의 삶의 증진을 고민한다. 그것이 조교수와 다른 사람의 차이다.


"사람들이 저희가 만든 영화를 보고, 이 글을 읽고 느끼는게 있어서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 는 없어요. 뭐를 하든 저는 대표로 말하는 것 뿐이에요. 제 뒤에는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간호사, 이것을 연구하는 연구원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고민해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거죠"

조 교수는 연구하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 교수의 팀원을 보면 체육학 박사, 체육공학 박사, 공대생, 의사, 간호사, 영양사, 융합대학원 학생등 다양하다. 그들은 한 사람이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연구한다. 자료와 통계만 하는 연구원도 있다. 자료를 분석하고 그 사람이 뭐가 문제인지 파는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환자들이 건강하고 그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이 치료를 잘하는거다. 환자가 건강하고 의사가 치료를 잘하는것이 그들의 자랑이다. 그것은 병원의 목표이기도 하다. 암교육센터에 온 환자들은 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단다. 병원에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게 신선하단다. 조 교수가 암교육센터 일 말고도 피부나 암치료 과정에 나타나는 탈모등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녀의 일은 환자를 이해하고 의료진도 이해하는 것이다. 둘의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역할을 하는것이고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