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국가고시 동시 합격!<br> 김진,김실 자매

약사 국가고시 동시 합격!
김진,김실 자매

  • 367호
  • 기사입력 2017.03.15
  • 취재 정혜인 기자
  • 편집 정재원 기자
  • 조회수 16780

지난 2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우리 학교 약학과 졸업예정자가 약사국가고시에서 수석합격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김진(약학 11, 이하 진)씨. 놀라운 것은 그녀에게 똑같이 생긴 쌍둥이 동생도 있다는 것. 동생 김실(약학 11, 이하 실)씨 역시 우리 학교 약학과 학생이었다.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지난 세월 서로를 다독이며 약사국시 동시 합격까지 한 그녀들을 만나기로 했다. 언니는 약시 수석합격, 동생은 약대 수석졸업이라는 두 가지 명예까지 사이좋게 나눴다. 두 자매는 늘 서로에게 버팀목이었다. 똑 닮은 외모처럼 성실함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도 닮은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진: 학교 다닐 때는 빨리 졸업하고 싶었는데, 막상 졸업하고 보니 학생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으로 오래 지내다 보니 졸업이 반갑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는 건 많이 섭섭해요. 4년간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은 기억이 희미하고, 즐거웠던 기억과 행복했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수석으로 졸업해서 기뻤어요. 수석에 대한 욕심이 없었는데 언니가 약시 수석을 하니 욕심이 나더라고요. 행정실에 제가 몇 등이냐고 물어보기엔 부끄러워서 그러지 못했는데 며칠 후 학위수여대표자라는 연락이 와서 너무 좋았어요. 4년간 열심히 했다고 칭찬받는 느낌이었어요.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어서 뿌듯했고요. 저희가 자랑스러워서 온 동네에 현수막이라도 걸고 싶어 하시는 모습을 보니 부끄럽지만 기분 좋았어요.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했다니 싱숭생숭 해요.

진: 학창시절에 저희는 모나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성실하고 노력하는 편이었죠. 그런 성향과 외모는 많이 닮았지만 성격은 조금 달라요. 쌍둥이지만 언니, 동생을 나누다 보니 성격도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언니인 저는 언니 같고, 동생은 동생 같아요. 확실히 동생인 실이가 애교도 더 많고 장난스러운 면도 많아요. 저는 상대적으로 무뚝뚝하고 책임감도 강한 편이고요. 옷도 저는 심플한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동생은 레이스 달린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처럼, 여기저기 소소한 차이가 있답니다.

진, 실: 진과 실이라는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주셨어요. 저희도 우리 이름을 참 좋아해요. 쌍둥이로 사는 것은 좋은 점이 많아요. 그 중에서도 가족이지만 친구 같고, 어떤 친구보다 더 깊고 온전히 이해해 주는 게 좋아요. 과장 조금 더해서, 팔꿈치를 툭 치기만 해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을 만큼요. 같은 환경에서 함께 공부하니까 자연스럽게 경쟁해서 서로서로 라이벌이었어요. 각자 더욱 향상심에 불타서 공부하다 보니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어요.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경쟁심이 과하다 보니 한쪽이 더 성적이 좋으면 다른 쪽은 분하고, 성적이 좋아도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없어서 잘하든 못하든 스트레스를 받곤 했어요. 그때를 제외하면 쌍둥이로 낳아주신 부모님께 항상 감사해요.

2,000명이 넘는 역대 최다 응시자 수를 기록한 이번 약사국시에 둘다 합격했다. 분명 그들만의 특별한 공부비법이 있지 않을까해서 공부방법에 대해 물었다. 역시 독특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진, 실: 저희는 공부할 때 마주보고 해요. 그리고 같은 과목을 같은 시간에 공부해요. 그러면 각자 모르는 부분이 나왔을 때 바로 물어볼 수 있고, 둘 다 모르면 토의하면서 풀수 있어요. 집중을 못할 때는 주의를 주기도 하고요. 이건 쌍둥이 자매의 특수성인것 같아요. 그 외에 공부방법은 내용을 한 번 볼 때 아주 자세히 봐요. 저희는 둘 다 요령 없이 공부하는 타입이라 시험에 안 나올 것 같은 내용을 건너뛰는 게 힘들어요. 그래서 한 번 공부할 때 곁가지까지 열심히 공부하는 편이에요. 처음 공부할 때 속도도 느리고 삼천포로 빠질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더라고요. 약사국시를 준비할 때도 남들이 3~4번씩 반복해 공부할 때 저희는 딱 두 번 봤어요. 물론 모두가 저희처럼 공부할 필요는 없어요. 자기 페이스에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이 격려하고 경쟁하며 함께 달려왔기에 약사국가고시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그 소감을 물었다.

진 : 합격자 조회하고 안도하는 찰나 국시원에서 전화가 와서 혹시 합격에 문제가 있는지 엄청 떨렸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시험을 굉장히 잘 봤다는 말을 들었어요. ‘얼떨떨했다’가 적절한 표현일 것 같네요. 여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당시 병원 인턴 연수 중이었는데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워서 신원을 밝히지 않았어요. 다음날 왜 신원공개를 하지 않는지 의문을 갖는 내용의 기사가 났더라고요.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다음 날이 교육 마지막 날이고, 어차피 알려질 거 수상하게 보일까봐 공개했죠. 결과 발표 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수석이라는 게 믿기지 않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수석이라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을까봐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기쁜 경험이에요. 둘 다 합격한 덕분에 부모님이 한시름 놓을 수 있는 것도 다행이죠.

실: 저는 담담했어요. 시험 전날까지 불안했지만, 지난 4년간의 노력이 뼈에 새겨져서 그런지 시험을 보면서 합격에 대한 확신을 했어요. 합격 소식을 듣는 순간 그렇게 떨리지 않더라고요. 다만 가족 같은 반려동물이었던 '휴지'가 시험 준비기간에 너무 아팠는데 잘 돌봐주지 못한 게 떠올라 먹먹했어요. 남들에게는 미물일 수 있지만 저희에겐 힘든 약대생활을 버티게 해준 소중한 존재였거든요. 합격발표가 있던 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시험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지개다리를 건넌 휴지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진, 실: 저희의 대학시절은 누구나 그렇듯 행복했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으로 뒤섞여 있어요. 공부 때문에 힘들 때도 많았죠. 시험기간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서로 달래주면서 이겨냈어요. 할 수 있다고 다독여주고, 누워서 천천히 설명해주고, 문제도 풀어주면서 힘든 공부를 버텨왔어요. 반려동물이었던 골든햄스터 ‘휴지’를 보는 것도 위로가 많이 됐죠. 대학시절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은 휴지를 키운 일이에요. 4학년 때 입양해서 졸업할 때까지 가족처럼 애지중지 키웠어요. 이렇게 귀여운 생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휴지 덕분에 울고 웃은 날들이 많아요. 햄스터지만 많은 교감을 나눴어요.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었는데 저희가 약시를 보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저희가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를 시작했던 때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거의 하루에 한 번씩 울었던 것 같아요. 상태가 안 좋아서 매일매일 죽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했어요. 그래도 저희를 위해서였는지 약시 보기 전까지 버텨줘서 고마웠죠. 아직도 휴지를 떠올리면 슬프고 너무 보고 싶지만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서 그리움을 달래고 있어요. 이별은 마음 아프지만 휴지를 키웠던 일은 후회 없이 행복한 일이었답니다.

진: 고교시절 저희는 둘 다 생물과 화학을 좋아했어요. 약대 진학을 생각하기도 했고요. 여러 학과를 보다 약대 진학 시 도움이 되면서 고교 시절 흥미와 맞았던 고려대 환경보건학과에 지원했어요. 사실 과에 꽤 만족해서 마지막까지 약대에 진학할지 말지 많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학과 수업 중 저희와 잘 맞고 재밌었던 독성학이 약학과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결국 약대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약사가 꿈이었던 것은 아니에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가를 꿈꿔왔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진로 중 전문직종인 약사를 택하게 됐죠. 앞으로는 약사 중에서도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임상약사가 되고 싶어요. 임상약사는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 다른 직군과 팀을 이루어 약에 대한 자문을 함으로써 환자 치료에 직접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현재 임상 분야에서 수련하면서 첫발을 뗀 만큼 공부할 것도, 힘든 점도 많지만 약에 대한 제 지식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걸 꼭 보고 싶어요.

저는 미래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며 사는 스타일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일단 현재 근무하는 삼성서울병원 전공약사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부터 해보려고요. 전공약사 과정은 병원약사로서의 업무를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도기적 단계에요. 아무리 약사국시를 통과했어도 실무적으로는 백지장과 다름없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배워가는 중이에요. 아직 학생과 사회인의 중간 단계에 있는 느낌이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만큼 사회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겠어요. 1년간 무사히 전공과정을 마친 뒤 약사의 역할을 잘 하고 싶어요. 요즘 대학 다닐 때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해요. 제가 하고 싶고 선택한 일이라 힘들어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잘할 거라 믿고, 힘들면 처음 합격 발표 전화를 받던 순간을 떠올리려고요.

실: 저는 신약 개발의 꿈을 가지고 약대 대학원에 입학했어요.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어야겠다’라기보다는 조금이나마 약학 발전에 기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입학할 때부터 대학원을 염두에 두었고요. 4년간 제약회사, 병원, 약국, 대학원 실습을 거치면서 다른 직업에 관심이 생겼지만 결국 대학원에 왔어요. 다 경험해보니 저는 연구가 맞았나 봐요. (웃음) 마지막 학기에 대학원 실습을 해서 10월 말까지 연구실에 나갔는데, 그 연구실로 대학원을 가게 됐어요. 실습생과 대학원생은 다르니까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아직 긴 근무시간과 힘든 출퇴근길에 적응을 못했지만 차차 익숙해질 거예요. 교수님도 잘해주시고 연구실 선배들도 좋은 분들이라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요. 앞으로 교수님과 선배들로부터 잘 배워서 어엿한 연구실 일원으로 자리 잡고 싶어요.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연구를 하다 보면 어떤 진로를 갖게 될지 답이 보일거에요. 뭔가 정해놓고 하나만 파기보다는 그냥 최선을 다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이제 진로가 달라진 언니와 떨어졌지만 계속해서 힘들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싶습니다.

진: 운동하세요! 저희는 약대 진학을 준비할 때부터 몸이 약했어요. 아픈 게 아니라 만성 운동부족, 근육부족 상태였어요. 시험기간마다 허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달고 살거나, 3학년 때는 정형외과 VIP가 될 정도였어요. 5학년 때부터 진짜 열심히 운동했어요. 실이는 발바닥 근육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에 부상을 많이 입어 꾸준히 다니지도 못했지만요. 저는 1년 넘게 꾸준히 운동해서 약시 준비기간에 한 번도 안 아프고 졸업했어요. 남들이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저희한테는 큰 발전이에요. 저희뿐만 아니라 공부를 오래 하신 분들은 몸이 자주 아플 수밖에 없어요. 저 처럼 일주일에 다섯 번 가기는 무리겠지만 시간 나는 대로 꾸준히 운동하면 장기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안 해서 후회할지라도 해서 후회할 일은 절대 없는 게 운동이에요. 물론 다치지 않고 하는 선에서요. 졸업하면 시간이 점점 없어질 테니, 학교 다닐 때 연애를 많이 해보시길 바라요.

약학에 뜻을 둔 후배들께는 함께 고민하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의학계의 많은 변화 때문에 걱정이 많을 거예요.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선명히 안 보일때는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럴 때일수록 본인이 실력을 갖추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힘내요.

진: 너무 익숙하고 가깝다 보니 막 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만큼 가깝다는 증거니까 기쁘게 받아줬으면 좋겠어. 힘들 때 도와줘서 고맙고 우리 향후 70년간 잘해보자.

실: 환경이 달라져서 이제 하루에 30분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기가 힘들어서 너무 서운해. 하지만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언제나 도와가며 우애롭게 지내자. 항상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진로에 대한 확고한 생각과 의지, 가족에 대한 애정까지 빼닮은 두 자매의 활짝 웃는 모습은 앞으로의 그들의 밝은 미래를 예상케 했다. 눈부신 앞길이 더욱 기대되는 두 자매의 행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