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해비타트 <br> 이나래 동문

UN해비타트
이나래 동문

  • 373호
  • 기사입력 2017.06.16
  • 취재 정혜인 기자
  • 편집 정재원 기자
  • 조회수 9270

UN 해비타트(United Nations Human Settlements Programme: 유엔인간정주계획)는 개발도상국의 주거 환경 개선과 도시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UN 산하 기구이다. 2013년부터 이곳 베트남 사무소에서 도시 계획 전문가로 활약하는 이나래 동문(건축학과 06)을 만났다. 꿈에 대한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학창시절

“생활, 사회 환경에 관심이 많아 건축학과에서 이와 관련된 것들을 배우리란 기대를 갖고 입학했어요. 막상 공부해보니 제 생각과 많이 다름을 느꼈어요. 미적 감각이 뛰어난 친구들이 좋은 결과를 얻고 주목 받는 걸 보니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그런데 상암 DMC 마스터플래너로 활동하고 계신 김도년 교수님의 <도시계획>이라는 수업을 듣고 건축학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때 쓰레기 더미 도시라고 불렸던 상암동이 미디어 산업 도시로 발전한 과정에 대해 다뤘어요. 절대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도시계획을 통해 이뤄지는 모습에 감동 받았어요. ‘번영할 수 없는 세대’라고 불리는 우리 세대의 성장잠재력을 DMC의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추억은 1학년 봄 축제 때 학생회에서 도서관 앞 공간에 상징 조형물을 만드는 활동을 진행했던 거예요. 각기 다른 재료와 방법을 이용해 ‘SKKU’ 글자를 하나씩 표현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1학년이어서 건축에 대한 지식과 개념이 많이 부족할 때였긴 하지만요. 기회가 된다면 해비타트에서도 이런 활동을 기획해보고 싶네요.”

“건축학과의 흑백 사진 필름카메라 동아리에서 활동했었어요.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암실에서 인화하고, 전시하는 활동을 했어요. 사진에 관한 스터디도 하고 여러 답사도 다녔죠. 사진을 좋아해서 정말 즐거웠어요. 건축학과에 사진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은근히 많아요. 학생 때는 여행을 많이 못한 게 후회 돼요. 어릴 때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잖아요.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모험’이나 여행을 많이 못해본 게 후회 돼요. 지금은 용기도, 시간도 부족해서 하기 힘들거든요.”

UN 해비타트 활동

“현지 UN 해비타트에서 베트남의 도시계획과 주거지 문제 해결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 수년 간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베트남 하노이 시는 심각한 교통 혼잡과 환경오염 등의 문제에 봉착했어요. 따라서 하노이 시는 잠시 성장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자는 의미로 하노이 시의 상징인 호안끼엠이라는 호수 주변을 보행친화적인 길, ‘평화로운 길’로 만들고자 해요. 마치 우리나라의 경복궁처럼 말이에요. 전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 감동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며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발전시키면 좋을지 고민했어요. 서구 사회에서는 이러한 환경 친화적인 운동이 백 년에 걸쳐 일어났지만, 우리나라는 급진적인 성장 이후 발상의 전환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잖아요. 따라서 서구 선진국의 사례를 무조건 본받기보다는 베트남과 비슷한 경제 여건과 상황을 겪었던 우리나라의 사례를 바탕으로 하노이 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제안서를 작성했는데 감사하게도 베트남 사무소 본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주어진 여건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베트남은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요.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고, 침략을 이겨낸 나라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죠. 교육열이 높다는 점에서도 비슷해요. 이러한 국민적 정서에 대한 유사점을 바탕으로 많은 교류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자세로 임한다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베트남의 도시 문제 해결에 힘쓰는 그녀는 국제기구에 대한 인식 제고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서울시 도시 경험을 공유해서 베트남 다낭시의 도시 기공계획을 세우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었어요. 그때 예산이 조금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해외에서도 일본의 국제협력단인 JICA는 많이 알아주지만 우리나라의 KOICA에 대한 국내외적 인식은 좀 부족한 편이에요. 정부의 충분한 예산 지원과 국제협력기구의 활동에 대해 인정을 해 주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해비타트에서 일을 시작하고 난 뒤로 취미라고 할 건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요즘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사람들도 거의 다 일로 만난 사람들이에요. 저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제가 제 일과 관련된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어지는 그 흐름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일 자체가 취미인 셈이죠. 사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는 분들과 모임을 만들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관련 기업, 국제기구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 PD님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로 이뤄져 있어요. 하는 일이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요.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면 어떻게 시너지를 내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기도 하고요.”.

“현재 8월 초에 예정된 ‘세계 청년의 날’ 행사를 준비 중이에요. 세계 청년의 날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17가지 목표에 관한 컨퍼런스예요. 전문성을 갖춘 기업, 역량 대학, 정부부처들이 기아, 성평등, 교육 등 기본적인 사안들에 대해 논해요. 우리 UN 해비타트에서는 11번째 목표에 해당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를 담당하고 있어요. 사실 우리 학교가 세계 거점 대학으로서 이 분야에 대해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어요. 국회에서 개최되는 큰 행사인 만큼 기대를 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해비타트에서 일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실제로 추진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거예요. 녹색성장의 기본 계획에 대한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제가 제안하는 정책이 다 채택 되지 않더라도, 실현 가능성 있는 정책을 계획해서 직접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보고 싶어요. 하나의 글이나 계획이 실제 상황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방금 말한 DMC, 다낭 시의 사례처럼 말이에요.”

전하고 싶은 말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실패하더라도 무조건 도전해보자는 주의예요. 베트남에 처음 가기로 결심했을 때도 건축학과 학부 5년과 석사 2년 과정을 마친 뒤 27살의 나이였어요. 그때는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패하더라도 분명 얻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찌 보면 운이 좋았을 수도 있지만 저는 실패일지 성공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음에도 일단 도전했어요.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자신 있게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저만 해도 하노이 보행도로 프로젝트 제안서를 쓸 때 거창한 내용보다는 기본적인 내용으로 구성했는데도 좋은 평가를 얻었어요. 후배님들도 스스로를 저평가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길 바라요. 충분히 그럴 자격과 역량이 있으니까요. 꿈을 크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