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궁금해하고<br> 도전해라 김영한 교수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도전해라 김영한 교수

  • 374호
  • 기사입력 2017.06.30
  • 취재 윤정은 기자
  • 편집 정재원 기자
  • 조회수 8252

더위와 선선함이 뒤섞인 이때, 우리는 드디어 과제와 시험으로부터 해방되었다. 하지만 한 학기동안 정들었던 교수님과 헤어지니 아쉽다.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교안과 강의자료를 정리하니 교수님의 노고도 생각났다. 수업을 따라가는 학생 못지않게 교수도 수업을 구상하고 진행하며 고민했을 것이다. 수업을 계획하는 것 외에도 다른 흥미로운 연구를 해서 미국 공영방송에 출연했다는 교수가 있어 만나봤다. 경영학과 김영한 교수가 주인공이다.

◈ 김영한 교수의 커리어

김영한 교수는 경영학 중에서도 재무관리를 주로 가르친다. 주식시장 분석, 주식종목 추천, 애널리스트의 가치평가방법 등에 대해 강의한다. 특히 행동재무에 관심이 많아 이 분야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를 하고 최근에는 미국 월스트릿 저널 등에 소개되고 있다. 1972년에 태어나 1992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수석 입학했고 미국 아이비리그인 브라운 대학에 교환학생을 갔다왔다. 하지만, ‘저주받은 92학번’이라 일컬어지는 세대라 IMF위기를 졸업하기 직전에 얻어맞았고, 선배들과 달리 취업하는 데에 애를 먹었다. 이력서도 70~80군데 뿌렸다. 다행히 Bank of America 서울지점에 합격해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일 했다. 2001년 Bank of America를 그만두고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MBA과정과 박사과정을 밟았다. 2009년에 미네소타 대학에서 Finance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싱가폴 난양경영대에서 5년 6개월 금융을 가르쳤다. 현재는 2015년부터 성균관대학교에서 재무관리 교수직을 맡고 있다.

◈ 교수로서의 김영한

“인사관리 분야의 교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1987년 전후에 활발했던 노사분규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 역할을 하셨어요. 평생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사는 아버지가 존경스러웠습니다. 노동자와 기업가 양 쪽의 균형을 잡아주면서 국가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동경하며 아버지의 직업인‘교수’를 저도 꿈꿨던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재무관리를 전담하는 교수가 되기로 결심한 데에는 첫 직장과 상황이 한몫했다고 한다. “저는 1997년 한국 IMF 외환위기를 직격탄으로 맞았죠. 그 사태를 겪으며 우리가 왜 이런 치욕을 당했으며 앞으로 경제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어요. 특히, 우리나라 은행들의 대출의사결정 시스템이 낙후돼서 그렇다는 문제의식이 생겼어요. 그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선진금융기관에서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저는 현장경험 있는 교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뛰어 봐야 취업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취업과정에서 닥칠 문제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을 해주거나 현업에서의 이슈를 가르치기 좋을 것 같더라고요. 물론 현장경험 없어도 잘 가르치는 분들이 많지만요”

◈ 수업방식

그는 기업재무전략과 Intermediate Corporate Finance(중급 재무관리)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그의 수업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재무관리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밝힌다. 이번 기업재무전략 과목에서는 ‘매일유업’이라는 기업을 선정해 그 회사의 내재가치를 스스로 상정하는 것을 기말과제로 내주었다. 내재가치와 시가를 비교하고 그 차이의 유무가 있는지, 차이가 있다면 왜 나는지에 대해서도 주장을 펴라고 했다. 이런 과제를 주는 이유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애널리스트의 역할을 직접 따라해 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실전적 강의를 중시한다.

그는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수업 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팀 프로젝트를 할 때 팀에 외국인이 있으면 가산점을 준다. 학점때문에 내국인끼리만 팀플을 하는 경향이 보이던데, 그러면 외국학생을 받는 보람이 없지 않냐는 거다.

그는 수업시간에 한 마디라도 말하고 참여하는 학생, 앞에 나와서 문제를 푸는 학생에게 껌을 준다. 얘기하다가 편한 우리말로 전환해서 끝내려는 학생들마저도 붙잡고 끝까지 영어로 끝내도록 장려한다. “영어 수업이라 학생들이 수업을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어요. 학생들에게 불완전한 영어때문에 위축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완벽할 필요 없다고요.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입을 열어 말을 함으로써 그들의 수업참여를 독려하고 싶었습니다.

싱가폴경영대학 (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에서는 수업시간마다 조교들이 들어와요. 수업 중 누군가 조금이라도 참여를 하면 조교들은 학생의 이름을 적고 그들에게 가산점을 줍니다. 그 발언이 고품질이었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사치입니다. 왜냐하면, 중국어가 편한 싱가폴 사람 입장에서도 영어로 하다 보니 버겁죠, 일단 영어로 말부터 해봐야 되거든요. 결과적으로 그 대학은 싱가폴에서 발표 잘하기로 가장 유명한 대학이 되었고, 국제금융계의 높은 취업률로 연결됐습니다. 저는 이러한 활발한 수업분위기, 그리고 학생들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를 성균관대학교에도 들여오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이 제 뜻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최근 연구활동

첫 번째, 며칠 전에 미국 월스트릿 저널에도 소개된 ‘미국CEO의 연봉과 언론 출현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이다. “테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하는 동요로도 설명되는 이 논문은 행동재무에서 말하는 제한된 합리성 (bounded rationality)과 같은 얘기다. 노동시장에서 고용자가 인재들의 풀을 모조리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인재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미디어 등을 통해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싱가폴 난양경영대 강진구 교수와 공동으로 이 연구를 진행했다.

김영한 교수는 재능있는 경영자를 차지하기 위한 회사들의 경쟁과 오너가 아닌 경영자 자신의 노동시장에서의 '존재감과 언론'에 대해 주목했다. 연구에서는 CNBC 출현을 가설을 뒷받침할 증거로 사용했다. “예를 들어, Mary Barra는 GM (General Motors)의 CEO로 유명하기 때문에 TV 에 한번 더 나간다고 더 많은 명성을 추가로 얻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중견 기업의 대표(오너가 아닌 임명 사장)는 주요 TV 출연을 통해서 헤드 헌터 및 경쟁 업체의 레이더에 잡힐 수 있습니다. 그러면 노동시장에서 자신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고, 연봉 협상력이 자연히 올라가며, 결국 현재의 고용주로부터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난 5월 미국 전국공영방송 PBS에 소개된 ‘CEO 남성성과 기업의 위험 감수 간의 상관관계’에 한 연구이다. 결론적으로 CEO의 테스토스테론 (남성적 호르몬)의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의 위험 감수도도 높다고 김 교수는 주장한다. 이때, 남성성은 소위 남성 호르몬이라 불리는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따른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을수록 얼굴의 폭과 높이의 비율이 높고 낮은 목소리를 지닌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얼굴로서는 마이크 타이슨이나 알리바바의 CEO인 마윈의 얼굴을 꼽을 수 있다. 얼굴의 폭과 높이의 비율이 높은 CEO일수록 돈을 더 많이 빌리고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합병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목소리가 굵고 낮은 CEO도 마찬가지로 매년 인수에 많은 돈을 쓰는 등 지배적인 성향을 보인다. 여기서 김영한 교수는 테스토스테론이 지배적, 정복적, 추진적 성향을 띄는 호르몬이라 위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고 밝힌다. 그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CEO일수록 금융투기적 환경에서 번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학생들에게

“싱가폴, 홍콩이나 미국의 중소규모 학교에 교환학생을 적극적으로 가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몇 학생들이 덥다는 이유로 혹은 학교가 작다는 이유로 교환학생 가는 것을 꺼리는데, 그것은 사치라고 봅니다. 교환학생을 가서 다른 환경에서 공부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교류하다 보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집니다. 더 좋은 점은 다국적 기업이 많은 싱가폴과 홍콩에서 있다보면 인턴십을 잡을 기회가 있다는 거죠. 미국의 작은 학교로 가면 한국학생들이 적어서 영어도 확실하게 늘고, 거기서 학점을 잘 따면, 나중에 유학할 때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그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로다 하는 말처럼요. 너무 좋은 학교에 교환학생 가 봤자 눈높이만 높아지고, 나중에 겸손하게 다른 대학으로 유학가거나 일자리를 받아들이거나 하는 데에 족쇄가 될 수 있어서 한계가 있더라고요. 학생들이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를 키워서 넓은 세상에서 활약하는 인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