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을 멈추지 않는 유전공학자 <br>이영수 동문

도전을 멈추지 않는 유전공학자
이영수 동문

  • 377호
  • 기사입력 2017.08.17
  • 취재 정혜인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7739

이영수 동문(유전공학 94)은 우리 학교 유전공학과에서 학부를 마치고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친 뒤 청주대학교 제약공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는 방학기간을 맞아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연구실에서 유전공학에 대해 연구 중이다. 학문에 대한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의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유전공학과에 1994년도에 입학했습니다. 이 과를 선택한 이유는 쉽게 말해 직접 병을 고치는 것보다 질병의 발생원인 등에 대해 연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기초 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학부 마치고 석사 하고 박사를 유학 가서 해야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덜 했을 수도 있죠. 처음부터 단순하게 쭉 이 길을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운 좋게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20여 년간 유전공학에 대해 연구해 온 이영수 동문에게 유전공학은 어떤 학문이며,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유전공학이 이용되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유전공학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생명공학, 유전공학 다 비슷한 말이에요. 유전학은 유전자와 관련된 사실을 공부하는 학문이에요. 유전공학은 더 나아가 유전물질을 임의로 가공해서 실생활에 유용한 부를 창출해내는 학문이에요. 유전공학이 실생활에 활용되는 부분은 크게 두 부분인데요. 첫째는 식량입니다. 유전공학적 기술을 활용하여 10톨이 열리는 쌀을 20톨이 열리게 하고, 병충해에 저항성을 갖는 벼를 키워 수확량을 늘릴 수도 있어요. 10일 저장하면 다 썩는 토마토를 40, 50일이 지나도 안 썩게 할 수도 있고요. 30일 키워야 일정 크기로 자라는 닭을 10일, 20일 키워서 자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유전공학은 다양한 식량 증대에 도움을 줍니다."

이영수 교수는 유전공학이 활용되는 분야 중 식료품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의약품 분야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의약품 분야입니다. 수십 년간 많은 화학 합성 의약품들이 많이 개발돼 왔죠. 이 약품들은 효과가 좋지만 독성이 높고 덜 안전해요. 요즘 추세는 화학 의약품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바이오 의약품은 쉽게 말해 유전자 조작 등의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의약품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췌장 세포를 추출하여 인슐린을 합성해 당뇨병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습니다. 유전공학이 없었을 때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이 부족하고 인공적으로 투여할 수 없어서 일찍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유전공학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안전한 바이오의약품들을 투여해서 병을 낫게 하는 것이 유전공학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유전공학이 현재에도, 앞으로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제약회사에서 판매율이 높은 순위로 나열했을 때 바이오 의약품은 하나 정도 있을까 말까 했는데 2015~2020년의 예측을 보면 1위에서 10위 사이에 6~7개가 바이오 의약품이에요. 상위 매출 1~5위이기도 하고요. 그 정도로 의학계에서 바이오 의약품 붐이 일고 있어요. 이러한 바이오 의약품을 만드는 기술인 유전공학 기술은 앞으로 더 발전하고 촉망받을 수 밖에 없겠죠."


이영수 교수는 유전공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진행해 온 유전공학에 관한 연구와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물었다.

"저는 주로 염증 반응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는데요. 염증 반응은 외부에서 우리 몸으로 침입하는 바이러스를 빨리 없앨 수 있는 좋은 반응입니다. 그런데 이 염증 반응이 만성으로 지속되면 염증성 질환이 발생합니다. 류머티즘 관절염, 당뇨병 등이 그 예죠. 이는 궤양, 암 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어 아주 위험합니다. 그러한 염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어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더 나아가 염증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관한 연구를 석사 때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방학 중 우리 학교에서 제자들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그에게 성균관대 연구실 생활이 어떻냐고 물어봤다. "저는 청주대학교 소속으로 그곳에서 주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제약공학과가 생긴지 얼마 안돼서, 아직 대학원이 없어요. 1기로 졸업한 학생 중에서도 유전공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런 학생들을 방학 때 데리고 와서 여기서 같이 실험을 합니다. 성대에서 일 하면서 특별히 좋게 느낀 건, 확실히 인프라가 좋다는 점입니다. 물론 교육이 첫 번째 목적이 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교수들이 활발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도 주어져야 하거든요. 성대는 그러한 연구 지원과 인프라에 관해 부족함이 없고 연구하기에 특화된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점에서 좋은 것 같습니다."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낄때와 힘든때가 있는지 물었다. 잠시 생각한 이영수 교수는 힘든 순간에 대해 먼저 말을 시작했다.

"이 분야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공부하는 사람이면 공감할 텐데요. 어떤 분야든 오래 하면 힘든 것 같아요. 빨리 취직하고 자리 잡은 사람들은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견뎌내고 공부를 계속 한 게 조금 힘들었어요. 저희는 실험을 직접 해야 하는 분야인데, 실험이 한 번 했을 때 결과가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잖아요. 대여섯 번 같은 실험을 반복해야 하는데 결과는 생각처럼 안 나와서 힘들 때가 많습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하더라도 미래가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었어요. 나이는 들어가는데 연구는 계속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 같은 거죠.

보람도 아주 많습니다. 제 은사님께서는 항상 '공부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게 불확실성과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학문 연구를 계속했던 원동력이 되었고요. 그렇게 계속 공부해서 좋은 경험을 하고 박사 학위까지 받게 된 것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뿐 아니라 직접 우수한 학생들을 양성할 수 있는 위치에 왔다는 것 또한 제 일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계속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여태까지 해왔던 분야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염증성 질환은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요. 그 중 많이 연구된 부분도 있고 덜 된 부분도 있는데요. 많이 연구된 부분은 류머티즘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 등으로 치료 의약품들도 많이 나와 있어요. 반면 연구가 부족한 희소 질환인 강직성 관절염, 척추염 등의 질환도 있죠. 그러한 질환들은 환자가 적기 때문에 기업체에서도 별로 개발을 잘 안 해온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서 희소질환에 관한 의약품들에 대한 수요층들이 항상 존재한다는 인식이 강해져 기업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런 희소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처방될 수 있는 의약품 개발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임상실험을 하는 의사와는 별개로, 희귀 염증성 질환의 기초 연구를 하는 것이죠."

그는 앞으로 하고자 하는 연구와 학문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학문 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물었다.

"학문 외적으로 저의 목표는 학생들을 올바르게 교육시키는 거예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학생들을 배출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학생들과 같이 도움을 주고받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족 같은 사제지간을 만드는 거예요. 제 은사님을 보면 그런 목표가 확실해지는 것 같아요. 은사님께도 제자들이 많이 있는데, 제자 중에 잘 된 분들이 많아요. 선생님이 저의 모델이신 거죠."


"두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이 분야가 아니더라도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우리 학생들에게도 항상 하는 말이에요. 'Keep challenging.' 도전을 멈추지 말라는 이야긴데요.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을 많이 갖고 있어요. 졸업하고 나서 뭐해야 하나, 취직은 어디로 해야 하나, 취직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일할 수 있고 정년을 맞게 되면 뭘 해야 하나 등등. 이런 의문들이 항상 있어요. 이 불확실성이 가장 무서운 것 같아요. 이것 때문에 판단을 못하고 주저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주위의 선후배들을 보면 그런 불확실성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어느 때는 무모하리만큼 도전을 하는 게 하나의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도전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을 아예 안 하면 성공할 기회조차 없게 되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도 크고 작은 도전들을 많이 해왔어요.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지원할 때 다른 대학 모두 떨어지고 서울대 대학원을 지원해서 합격한 것도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박사 과정으로 퍼듀에 갔다가 석사만 받고 왔는데, 그 이후 한국에 와서 연구소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계속 지냈으면 아직 거기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 4, 5년 뒤에는 회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겠죠. 그때 공부를 하겠다는 미련이 있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박사 과정에 도전하여 성공한 것도 하나의 도전이에요. 결혼 후에 가정이 있음에도 박사 과정 후 연수를 받으러 미국에 몇 년 간 다녀오기도 했어요. 이렇게 크고 작은 도전들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도전의 중요성을 깊이 느끼고 있고요."

"두 번째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요즘은 제가 학교 다닐 때보다는 어학연수도 많이 다녀오고 방학 때 외국도 자주 가고 하더라고요. 중요한 건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인데, 그게 영어만 잘하고 어학연수 많이 다녀왔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전 세계의 글로벌 인재들이 갖춰야 할 글로벌 소양과 에티켓을 많은 학생들이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뒤에 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준다든지 하는 것 말이에요. 학생들이 다양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이러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체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도전과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강조한 이영수 교수에게는 수년간 유전공학 연구를 지속해 올 수 있었던 강인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나오는 부드러움이 공존했다. 지금까지 진행해온 연구 활동을 계속 해나가겠다는 그의 포부는 유전공학계의 빛나는 미래를 예상케 했다. 훗날 유전공학의 성장의 밑거름이 될 그의 묵묵한 연구 활동과 행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