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에서 근무하는 <br>이동희(글로벌경영 09)동문

스위스 바젤에서 근무하는
이동희(글로벌경영 09)동문

  • 380호
  • 기사입력 2017.09.26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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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바젤에 있는 다국적 제약 회사 로슈(Roche)에 근무하는 이동희(글로벌경영 09) 동문을 이메일로 만났다. 이 동희 동문은 경영학과 이원준교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조금 특별한 이색 졸업자를 찾던 중에 추천을 받았다. 이 동문은 학교 졸업하고 취업을 유럽 쪽으로 정했다. 이 동문을 추천한 이원준 교수는 국내 취직 시장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일찍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학생의 포부가 달리 보였다고 한다. 어떤 사람일지 호기심이 훅 땡겨 이메일을 보내니 성실하게 답장을 보내왔다. 먼 이국땅에서 씩씩하게 직장 생활하는 그녀 이야기를 들어보자.



"학교를 다니던 중에 학교 추천서를 받아 IBM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1년 정도 sales 부서에서 일했는데, 단체 생활, 남성 중심 사회, 잦은 회식 등등… 이런 정서가 저랑은 안 맞더라고요. 야근과 주말에도 일하는 게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취미 생활을 할 시간 자체가 별로 없었습니다. 1년을 그렇게 일한 뒤, 스페인에서 어학연수를 했어요. 언어를 배우러 가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그 중에서도 유럽사람들과 잘 어울렸는데 저랑 잘 맞았습니다. 유럽도 국가 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 비해 일하는 시간이 적고 개개인을 더 존중하는 사회니까요. 그래서 꼭 취직은 유럽에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Doing now what patients need next; 회사 mission이에요. 지금 일하고 있는 로슈는 쉽게 말해 이 mission 처럼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을 개발하고(제약) 진단을 돕는 의료기계(바이오테크)를 개발하는 다국적 제약/생명공학 기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바이오테크와 암 분야에서 업계 1위인 회사로 전세계 9만명 넘는 사람들이 100개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다국적 기업인만큼 회사차원에서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것을 장려해요. 그래서 같은 팀 안에도 여러 국적이 섞이는 일이 대부분이에요.

저는 그 중에서도 pRED (pharma Research and Early Development)라는 곳의 Finance 부서에서 과학자들의 프로젝트를 서포트 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정도의 비용을 예상하고 실제 비용과 예산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일이에요. 그 밖에도 나라나 도시별로 새로운 R&D 빌딩이 들어섰을 때 비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시나리오 분석도 하고요."



"한국인이 다 다른 것처럼 외국인도 다 똑같지는 않죠. 나라별로 특징들이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스위스 사람들은 중립국답게 외교적이에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말하는 편이 많아서 같이 일하다보면 뜻을 파악해야 될 때가 많아요. 반면에 이웃국인 독일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말하는 편이죠.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은 대체로 여유가 있는 편이고, 미국 사람들은 사교적이고요. 나라별로 다르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다 다르겠죠. 결국은 어떤 환경에서 근무하는 지에 따라 제 대답이 많이 달라지겠네요. 저는 스위스에 있어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국적, 종교, 피부색이 다 달라요. 그래서 재밌는 일도 많지만 어떨 때는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많죠. 이해가 안될 때는 그냥 물어봐요. 그래야 오해가 안생기더라고요."

"한국에서 지낼 때는 외식을 자주 했어요. 밖에서 사먹어도 맛있고, 가격도 많이 비싸지 않으니까요.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기도하지만 치즈말고는 먹을 게 많지 않아요. 새벽 늦게까지 술마실 일도 별로 없고요. 집에서 많이 해먹다 보니 요리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바젤은 독일어권인데 제가 처음에 독일어를 못해서 가끔 불편했어요. 부당한 서비스를 받아도 따지는 대신 그냥 받아들일 때가 많았는데 살다보니 독일어도 조금씩 늘더라고요. 제일 재밌었던 점은 제가 국경을 하루에 두세번씩 넘을 수 있다는 거에요. 바젤은 스위스 도시지만 프랑스, 독일과 접경 지대여서 아침에 바게트 먹으러 프랑스 갔다가 오후에 쇼핑하러 독일에 가기도 해요.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어요.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여가 시간이 많아서 스포츠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회사안에서 제공하는 필라테스같은 수업이나 수영장, 헬스클럽도 점심시간에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치만 가끔 회사 앞에 있는 HOT떡볶이가 너무 그립네요."

" 한국은 여전히 닫혀있는 사회인 것 같아요. 삼성전자에서 인턴쉽을 했을 때도 느꼈지만 평범하지 않을 때는 환영받지 못하는 편이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요. 그래서인지 보통 직장동료라고 하면 대부분 비슷한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편할 때도 있지만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아니죠. 새로운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곳에서 일하는 게 더 재밌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공부를 더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2년 안에 새로운 전공에 (통계학이나 IT분야로)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더 많은 기회들이 열릴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너무 좁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호기심도 많고 새로운 걸 보고 배우고 싶다면 일단 나가서 부딪혀보는 게 좋아요. 저는 좋은 사람들을 여행하면서 많이 만났어요. 도움도 많이 받았고, 제가 고민하는 부분을 같이 나누고 실제로 인턴쉽 제안도 그렇게 받은 적도 있고요.

열린 마음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제일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한국에 있을 때 안타까웠던 점 중 하나가 어떤 친구들은 너무 움츠러있다는 거에요. 본인의 재능을 보지 못하고 자신감을 가지지 못할 때 기회가 더 적은 것 같아요. 가능하면 영어 외에 외국어를 하나 이상 해두면 좋겠죠? 힘든 일인 거 아는데 그래도 훨씬 도움이 됩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저랑 친하게 지냈던 외국인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30~40대 친구들은 사회생활을 꽤 오래했기 때문에 도와줄 수 있는 여력이 있죠. 동문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고요.

한국 시장이 큰 업계 (예를 들어, duty-free retailing industry 등등) 의 외국 회사에서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좋아요. 한국에서 외국계 회사에 취업해서 해외 근무를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죠. 한국에서 취직해서 본사로 오신 분들 말들어보면 생각보다 기회가 많다고 들었어요."
제가 인턴을 시작한 회사는 한국회사와 인수문제가 오고 갔던 스페인계였어요. 거기서 스페인어와 한국어, 영어를 하는 사람을 찾고 있었고, 운 좋게 일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외국계 회사와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