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신진연구자' 류두진 교수

'올해의 신진연구자' 류두진 교수

  • 384호
  • 기사입력 2017.11.29
  • 취재 윤정은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10656

지난 6일, 한국연구재단과 세계적 학술출판기업인 Elsevier는 '올해의 신진연구자' 7명을 선정했다. 신진연구자들은 각 분야에서 최상위급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피인용지수를 기준으로 영향력이 큰 연구논문을 게재한 40세 이하의 연구자들이다. 이 중 인문사회분야 수상자로는 유일한 경제학과 류두진 교수를 만났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그의 연구실은 정말 공부를 많이 하는 학자 분위기가 났다. 밤낮으로 연구만 하는 딱 그런 분위기 였다. 이 젊은 교수에게 '올해의 신진연구자'로 선정된 소감부터 물어봤다. "Elsevier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행한 Young Researcher Award에서 Economics, Econometrics, and Finance 분야의 유일한 수상자로 선정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꾸준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배려 해주신 주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잘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의 배려를 받아 상을 받았다는 그의 태도가 젊은 연구자 다웠다.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 한발 물러서는 모습도 좋아보였다.

◈ 공학도의 변신: 은사님을 만나다
류두진 교수는 본래 전기공학부 출신의 공학도였다. "학창시절 전공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던 낙제생이었습니다. 90년대 입시공부에 집중하느라 컴퓨터는 접해보지도 못하고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신입생 때 '컴퓨터의 기초'과목을 수강했습니다. '드디어 워드와 엑셀을 배우는구나'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강의 첫날 교수님이 '객체지향형 JAVA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것을 보고 기겁 했습니다." (웃음) 그는 자신을 낙제생이라고 일컬으며 소탈하게 학창시절에 겪었던 일을 말했다. "수업시간에 모르는 내용을 물어보거나, 장학금이나 해외연수를 위해 추천서를 받으러 교수들을 찾아갔는데 그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공부도 잘 못하면서'라는 핀잔이었습니다."

그는 학부 3학년때 우연히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님의 경제학개론을 듣게 되며 이러한 오명을 벗었다. 경제학개론을 수강한 후 경제학에 흥미가 생겨 미시경제학도 수강했다. 이준구 교수님은 학생들의 질문에 언제나 친절하셨고, 류두진 교수에게 특히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한다. "이준구 교수님께서는 '자네는 수학 및 과학에도 소양이 있으니, 경제학과 관련 있는 재무(Finance)를 공부하면 잘 할 것 같다'면서, 재무분야를 집중육성 중이던 KAIST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도록 추천서를 써주셨습니다.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할 수 있지요."

◈ 계속해서 기록을 갱신하다.
대학원에서 처음 접한 재무분야는 류 교수의 적성에 잘 맞았다고 한다. "학부 4년간 방황했던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여 즐겁게,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는 재학시절 이미 파생금융상품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Journal of Futures Markets에 논문을 게재했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29세에 한국외대에 최연소 교수로 임용되었다. 34세에는 중앙대와 우리학교부터 각각 정년보장(Tenure)을 받았는데, 이는 두 학교 모두 최연소 정년보장의 기록이다. "2014년 우리학교로 이직 당시 중앙대에서 제시한 정년보장 정교수와 거액의 연구비 등 카운터 오퍼가 워낙 막강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더 큰 곳에서 배우기 위해 성균관대학교로 이직을 선택했습니다"라고 성균관대학교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류두진 교수는 현재까지 70편 가까운 국제저명 SSCI 학술지 논문을 게재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실적이다. 연구의 질적수준을 나타내는 피인용지수 또한 높다. 류 교수의 연구는 Elsevier의 SCOPUS Database에 따르면 현재까지 700회에 가까운 인용기록을 세웠다. 그의 연구 명성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SSCI학술지인 Investment Analysts Journal의 Editor로 임명되었다. 이 역시 Finance 분야 최연소 SSCI저널 Editor의 기록이다.

◈ 그의 연구분야, 재무(Finance) 그리고 융합연구
류두진 교수는 재무론 전분야를 연구했다. 그 중 금융시장의 실시간 Big Data를 이론 및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금융시장 미시구조(Financial market microstructure)와 파생금융상품시장이 그의 핵심 연구분야이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의 금융시장을 연구해야 SSCI학술지에 게재 되는 관행에 도전했다. 그의 국제저명 SSCI학술지 논문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분석하여 영어로 논문을 작성한 것이다. "한국의 학자라면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연구하여 함의를 도출하고, 국제 학계에 우리시장에 대한 연구를 알리고 교류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그는 첫 논문을 투고할 때의 어려움을 회상했다. "논문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이 '독자들은 한국시장에 관심없다', '미국시장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냐'라며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 국제학계에서도 인정받아 이제는 SSCI저널에서 오히려 '논문을 투고해 달라'는 초청요청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Finance 연구뿐 아니라, 핀테크, 로보어드바이저, 머신러닝 등의 주제와의 융합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학자들끼리만 공유하는 연구결과 아니라, 정책입안자 및 현업종사자들에게도 함의를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 교육과 연구의 균형
그는 연구 못지않게 교육을 중요시 한다. 연구업적 수상을 받은 것보다 더 자랑스러운 것은 중앙대 재직시절부터 강의평가 최우수교수로 선정된 것이라고 한다. 그의 수업에 화려함은 없다. 단조로운 무채색의 강의노트와 복잡한 수식으로 이루어진 판서가 주를 이루며, 팀프로젝트 또한 없다. 그러나 학생들의 질문은 매우 활발하다. 류 교수의 수업시간에는 누구나 그의 말을 끊고 수시로 질문하는 분위기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않아, 질문이 나올 때까지 학생들을 강의실에 붙잡아 두었습니다. 이제는 강의시간의 절반가량은 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자연스러운 토론으로 이루어집니다. 질의응답을 통하여 강의가 스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영어사용이 불편해 질문을 못하는 학생은 자유롭게 한국말로 질문하면 류 교수가 통역하여 질문의 요지를 정리하고 답변한다. 이처럼 그는 강의준비에 연구 못지않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 제자들은 그의 자산
"제가 요즘도 참여하는 이준구 교수님 제자모임이 있는데, 20대 학생부터 50대 한국은행 부총재보, 교육부 차관까지 다양합니다. 은사님께서 교육을 통해 훌륭한 제자들을 키워내셨듯, 저도 교육과 연구지도로 저보다 나은 제자들을 키워내고 싶습니다"

그는 학교에서 학부생들과 함께 운동하고 함께 밥을 먹는다. 그의 한 대학원 지도학생은 재무분야 SSCI논문을 주저자로 9편이나 게재했다. 이는 개교이래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류 교수는 머리가 좋고 화려한 학생보다는 성실하고 꾸준한 제자들이 훗날 더 크게 성공하리라고 믿고 있다. 그가 그랬듯 말이다.

◈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본인의 현재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주변에서 본인보다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주눅 들 때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꾸준함을 믿어야 합니다. 화려한 것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을 믿고 격려하며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릴 때, 그 과실과 보답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본인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주변분들에게 늘 감사함을 표시하세요. 그것이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