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붕 기계 공학부 교수

  • 386호
  • 기사입력 2017.12.26
  • 취재 구민정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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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의 교수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 최재붕 교수와의 인터뷰 후 강렬하게 떠오르는 단 하나의 문장이었다. 그의 삶의 모든 순간에는 성균관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우리 학교를 사랑하는 그의 애교심과 제자이자 후배들을 아끼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연구에 대한 열정과 애교심으로 똘똘 뭉친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를 만나보았다.

최재붕 교수는 명륜동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성균관대학교의 교정을 뛰어다니며 자랐다. 아버지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님이셨다. 일곱 살 위의 형 역시 우리 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그렇게 누구보다 성균관대학교를 가까이에서 보며 컸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껴 자연스럽게 우리 학교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 그 시절 자연과학 캠퍼스는 바람이 아주 많이 부는 조금은 삭막한 곳이었다. 하지만 삭막한 환경에서도 그의 꿈과 학문에 대한 열정은 뜨겁게 타올랐다. 유년시절부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성균관대학교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그는 어느새 교수의 꿈을 꾸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성균관대학교의 위상을 드높이는 모교의 교수 중 한 명이 되었다.


최재붕 교수는 현재 ‘전산제도’와 ‘CA'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전산제도’는 자신이 상상하는 제품이나 모형을 컴퓨터로 디자인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목이다. 학생들은 이 과목을 통해 컴퓨터 툴을 사용하여 가상의 제품이나 모형을 디지털 모델로 만들어 볼 수 있다. 손으로 직접 실제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지 않아도 컴퓨터로 미리 제품의 생김새를 확인해 볼 수 있다.

‘CA'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공부하는 과목이다. 기계공학과에서는 기본적으로 역학을 배운다. 역학에서는 제품을 만들었을 때 물체가 힘은 얼마나 받는지, 열은 어떻게 전달되는지 등 물체 간에 작용하는 힘과 운동의 관계를 배운다. ‘CA'는 이러한 역학에 관련된 계산들을 과거처럼 손으로 하지 않고 컴퓨터로 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목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보고,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한다.


최재붕 교수는 현재 두 가지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원자력 발전소 안전성 평가에 관한 연구이다. 그는 오랫동안 원자력 발전소 안전성 평가에 관한 일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포항 지진과 같은 큰 지진과 여진들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최재붕 교수의 연구는 이러한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와 안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원자력 발전소에 가해진 충격과 지진이 미칠 영향을 즉각적으로 보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두 번째 연구는 미래 제품 디자인에 관한 연구이다. 그가 주력하는 연구이기도 하며,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구이다. 최재붕 교수는 21세기의 폰을 든 인류를 ‘포노사피엔스’라고 일컫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포노사피엔스’들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따라서 소비자를 위한 제품 역시 이전의 소비자들과는 다른 ‘포노사피엔스’들의 취향을 겨냥하여 출시되어야 한다. 최재붕 교수는 이러한 ‘포노사피엔스’들의 심리와 트렌드를 빅데이터로 분석하여 그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이러한 제품들에 인공지능까지 더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할 예정이다.


최재붕 교수가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시장의 혁명이다. 시장의 혁명은 폰을 든 인류, ‘포노사피엔스’의 등장으로 시작되었다. ‘포노사피엔스’들은 폰을 자신의 신체의 일부처럼 여긴다. 그들은 지식 검색, 회사 업무, 은행 업무 등 생활 전반의 일들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심지어는 택시도 스마트폰으로 잡는다. 이러한 트렌드를 읽지 못한 기업들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현재 세계 기업 중 1위에서 7위를 차지하는 기업들은 모두 ‘포노사피엔스’들을 위한 사업을 해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다.

최재붕 교수는 공대에서는 열심히 기술만 개발하고, 경영대에서는 경영의 기법을 익히고, 신문방송학과에서는 광고만 만들면 되는 과거 분업의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폰을 든 인류, ‘포노사피엔스’가 선호하는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모든 영역에서의 융합과 협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협동을 통해 ‘포노사피엔스’만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이것이 혁명의 본질이라고 보았다.



“이런 일은 크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는데요(웃음). 저는 원래 제가 은퇴하기 전까지 나의 제자들이자 후배이기도 한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 일억 원 정도를 기부할 계획을 갖고 있었어요. 최근에 꾸준히 쌓아온 기부금이 오천만원을 넘겼어요. 그런데 마침 기계공학부가 50주년을 맞기도 했고, 제 스승님이기도 한 김영진 교수님을 추모하기 위해 나머지 오천만원을 더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큰 액수는 아니지만 공부가 하고 싶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기부하게 됐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굉장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바로 혁명적인 시장 변화가 현실화 된 시기인데요. 이러한 추세에 따라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와 추구하는 방향성도 달라질 것입니다. 교육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실 우리학교에는 기초적인 학문 중심의 연구는 아주 많지만, 실제 실용적인 부분에서의 연구는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초적인 연구와 논문 작성도 아주 중요하고 잘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 맞습니다. 그러나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처럼 실용적인 비즈니스에 대한 연구와 시장 친화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목표는 그 역할을 해내는 것입니다.”


“성균관대학교의 교시가 ‘인의예지(仁義禮智)’인데요. 요즘 같은 혁명의 시대에 뭐가 가장 필요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을 때, 그 답은 ‘인의예지’인 것 같아요. 혁명의 시대에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처럼 사람들이 그 기업을, 즉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어야 하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의 근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그 근간에는 ‘인의예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술이나 전문적인 지식 또한 아주 중요하죠.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나 지식의 밑바탕에는 반드시 ‘인의예지’의 가르침이 있어야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새로운 사업의 기획이나 기술의 발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 인공지능, 빅 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주목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만으로는 완벽한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마음가짐, ‘인의예지’를 익혀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학생들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인의예지’라는 우리 학교의 가르침이 존재한다면, 어디를 가나 자랑스러운 성균관의 인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선배로서 응원할게요.”


 취재 : 23기 구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