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측량학회 제20대 회장 윤홍식 교수

  • 390호
  • 기사입력 2018.02.28
  • 취재 구민정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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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검정고무신을 신고서 산과 들을 뛰놀던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충북 영동군 용화면의 깊은 산골마을에서 친구들과 나무를 하고 논과 밭에서 농사일을 돕던 시골 소년이 우리 학교 교수가 되기까지. 아마 떼 묻지 않은 순수한 어린 시절만큼이나 빛나는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이 가장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 오늘은 한국측량학회 제20대 회장으로 선출된 건설환경공학부 윤홍식 교수를 만나보았다.

중학교 1학년 때 서울로 전학 온 윤홍식 교수는 자연스레 토목공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작은 아버지가 토목기술자로 공직에 계셨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 당시에는 졸업만하면 취업이 쉽게 되는 토목공학이 최고의 전공이었다. 정해진 운명을 걸어가듯이 우리학교 토목공학과에 진학한 윤홍식 교수는 4학년 때 석사,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최재화 교수를 만나게 된다. 최재화 교수는 60년대 경제개발계획에 필요한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항공사진측량을 전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항공사진측량 기술자이다. 경제개발계획 때 모든 지도제작을 계획, 수행한 최재화 교수는 우리학교에서 18년 동안 근무하면서 공과대학장을 역임하고, 은퇴 후에는 측량협회 회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윤홍식 교수가 측량협회 회장에 선출된 것도, 어쩌면 존경하는 스승의 길을 따라 걷는 과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작고한 최재화 교수는 그에게 있어 인생의 스승이자 현재의 그가 있게 해 준 고마운 은사이다.



윤홍식 교수는 1980년에 우리학교 토목공학과에 입학, 석사과정에서 최재화 교수의 1호 대학원 제자로서 항공사진측량과 측지학 등을 공부했다.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석사장교 시험을 보았으나, 국사실력이 조금 부족해서 아쉽게 떨어지고 사병으로 군에 입대한다. 제대 후에 취업을 고민하던 그는 최재화 교수의 권유로 박사과정을 진학하게 된다. 2년을 공부하다 유학을 갔다 오면 교수로 뽑아주겠다는 타 대학 교수들의 말을 믿고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제가 유학을 떠날 당시는 GIS(지리정보시스템)이 처음 국내에 소개되어 높은 관심을 받을 때였어요. 그래서 저도 흥미를 갖게 됐죠. 그런데 막상 공부하다 보니 GIS(지리정보시스템)의 실무에 비해 학문적인 연구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남들이 잘 도전하지 않는 이론적인 학문에 도전해보자.’라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학문이 측지학이었고, 유럽대학들이 그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었기 때문에 유럽대학으로의 유학을 결정했어요. 저렴한 등록금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측지학 교수님들도 결정에 한 몫 했어요. 그렇게 헝가리 부다페스트 공과대학으로 진학해서 4년간 세분화된 학과에서 소수정예로 교육을 받는 소중한 경험을 했죠.

4년의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땐 예정대로 약속했던 대학의 교수님들이 낸 교수채용에 지원했어요. 제가 1순위로 결정되어있다고 들었고, 공과대학장님의 축하 전화까지 받아놓은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총장님이 서명을 안 하시는 바람에 믿어왔던 채용이 무산되는 어려운 시간도 거쳤습니다. 그러다 다행히도 우리학교에 채용이 됐어요. 그때 그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죠.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해요.”



 윤홍식 교수는 학부대학에서 지리정보시스템을, 일반대학원에서 측지학, 지구물리학, 지도제작, 지형공간정보, 측지수학, 위성측지학(GPS)을 가르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강의는 방재안전공학과 강의이다. 윤홍식 교수는 2013년 신설된 방재안전공학과에서 재난관리, 안전관리를 가르치고 있다. 공무원 직렬에 방재안전직렬이 신설되었기에 그 영향이 컸다. 방재안전공학과는 공과대학에 개설이 돼 있기는 하지만 단순한 공학은 아니다. 행정학, 법학, 공학을 모두 공부하는 융합과목이다. 융합과목의 특성에 맞게 행정학과, 국어국문학과 등 다양한 과목의 원전공생들이 흥미를 느껴 복수전공으로 선택한다.

방재안전공학과는 BK21+(BrainKorea21 Plus)와 행정안전부의 지원을 받아 일부 학생들에게 전액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여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다. 올해 2월에 졸업하는 그의 제자는 우리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방재안전공학과에서 법학을 복수전공하여 작년 11월 소프트웨어진흥원에 취직되었다. 또한 행정안전부 방재분야에서 일하는 우리학교 출신 고위직 공무원들은 대부분 문과대학 출신 졸업생들이다.



윤홍식 교수는 학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토목공학은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는 학문으로 주로 도로, 철도, 고속도로, 상하수도, 해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설계와 시공을 하는 공학이다. 사람들은 ‘土木(토목)’을 흔히 ‘노가다’라고 하고 나무나 흙을 만지는 공학으로 안다. 그러나 토목공학은 복지나 마찬가지이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야 빠르게 병원에 갈 수 있고, 상하수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물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윤홍식 교수는 토목공학을 이렇게 해석한다.

“‘土(흙)’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흙에서 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자라고 태어나죠. ‘木(나무)’는 풍요로움입니다. 나무의 잎은 풍성하고, 풍요롭고 알찬 열매를 맺죠. 그래서 “토목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학문이다.”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토목공학이 우리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학문입니다. 특히나 앞으로 통일이 되면 토목공학에서의 고급 인력들이 많이 필요할 것인데,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요."



윤홍식 교수는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하는 인공위성영상을 이용한 고속철도노선 침하 모니터링 연구에 참여 중이다. 이 외에도 국토지리정보원 연구, 행정안전부 사업연속성계획 수립 기준 개발, 해상의 적조 모니터링, 다중재난리스크평가, 국가기반시설체계 관리계획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는 대형연구사업과 행정안전부 지원 방재안전 인력양성 2차 사업도 준비 중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윤홍식 교수의 목표는 무엇일까.

“교수는 무엇보다 일단 잘 가르쳐야겠고, 연구도 열심히 해야겠죠. 무엇보다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배출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을 키워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어떤 교수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존경받는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良心(양심)’이 인도하는 바른 길로 가면 존경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兩心(양심)’을 품고 가면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에 존경받는 것을 포기해야겠죠. 부족하지만 존경 받는 교수로서 기억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진을 좋아해요. 견문을 넓혀 줄 사진 활동이 하고 싶은데 시간이 늘 모자라요. 그래도 틈나면 사진기를 들죠. 또 기독교인으로서 교회에서, 더 넓게는 사회에서 봉사하는 것도 제게는 중요해요.”



“부족한 제가 학생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한 마디 해야 한다면, 자부심을 갖고 학교를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성균관대학교 토목공학과 80학번입니다. 학교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합니다.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또, 삶을 열심히 사세요. 저는 늘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의 삶을 보람차게 살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옳은 길로 인생을 후회없이 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측량학회는 1981년에 설립되어 역사가 꽤 오래된 학회입니다. 측지학, 측량, 지도제작, 항공사진측량, 지리정보시스템 분야에서 연구하는 교수, 연구원을 포함한 2000명의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故최재화 교수님이 94년도에 7대 회장을 역임하셨는데, 제가 20대 회장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학교 졸업생으로는 최초로 측량학회장에 선출되었기 때문에 저는 물론 후배들과 제자들이 좋아합니다. 그런데 할 일이 많아 고민입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