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한정환 교수

  • 392호
  • 기사입력 2018.03.28
  • 취재 구민정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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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어렴풋이 존재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그는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에 또렷이 기록된 ‘과학자’ 세 글자가 이를 증명한다. 주어진 길을 걸어가듯이 자연스럽게 이과생이 된 그는,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약학과에 진학하기로 다짐한다. 그렇게 막연히 과학에 흥미를 느끼던 어린 아이는 어느덧 명실상부 우리학교 최고의 약학과 교수가 됐다. 오늘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된 약학과 한정환 교수를 만나보았다.



 한정환 교수는 우리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곧장 독일로 유학을 준비했다. 3년 동안 남산에 있는 괴테 인스티투트(Gothe-Institut)를 다니며 독일어를 익혔다. 이후 독일 정부 장학생 선발 시험을 거쳐 독일의 보훔대학교(Ruhr University Bochum)에 진학했다. 이러한 한정환 교수의 독일 행은 갑자기 별다른 이유 없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독일어를 배우던 제2외국어 수업 시간, 독일의 문화와 전설에 흥미를 느꼈다. 대학에 와서도 독일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독일 출신 작곡가들의 클래식을 즐겨듣게 됐다. 교양 독일어와 약학 독일어 수업도 수강했다. 그가 존경하는 여러 선배들 역시 독일에서 학위를 이수 중이었다. 이렇듯 독일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관심과 주변의 환경은 한정환 교수를 마치 운명처럼 독일로 이끌었다. 그는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바로 스위스로 넘어가 3년 동안 포스트 닥터 트레이닝 과정을 이수했다. 약 7년 반 정도 유럽에서 지낸 그는 95년에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한정환 교수는 현재 ‘생화학’을 가르치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세포들은 기능하기 위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생화학’에서는 이러한 세포들의 생명현상에 따른 반응들에 대해 배운다. 이 과목은 생명체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모든 학문에 필요하다. 따라서 유전공학과, 축산학과, 수의학과, 의학과, 약학과 학생들에게 ‘생화학’ 공부는 필수적이다. 학생들은 ‘생화학’에 대한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들을 공부한 뒤 각자의 전공에 접목시킨다. 예를 들어 약학과에서는 약 개발이나 질병에 관련된 생화학을 연구하고, 축산학과에서는 가축들의 생화학 반응에 대해 연구한다.



“약학은 굉장히 넓은 학문적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요. 약을 개발하려면 사람의 인체를 비롯한 생명체의 구조에 대해 완벽히 알고 있어야겠죠. 또 치료에 필요한 물질들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물리와 화학에 대한 이해까지 필요해요. 따라서 약학은 생물, 화학, 물리 등 과학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학문이며, 약을 개발한다는 건 자연과학의 모든 분야를 통달하고 종합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약은 오직 선진국에서만 만들 수 있어요. 고급지식이 있어야만 접근 가능한 산업이 바로 제약 사업이거든요.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서 다른 나라에서 개발한 약을 카피하기보다는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하고, 그래야 고소득을 올릴 수 있어요. 우리 학교 역시 연구 중심대학이라 신약을 개발하여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고급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약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약을 생산하고 개발하는 연구원 이외에도 약을 처방하는 일반 약사도 될 수 있어요. 또한 유통업에서 일 할 수도, 약을 허가하는 식약청 공무원이나 심지어는 질병을 연구하는 연구원이 될 수도 있답니다.”



“교수로서 가장 큰 목표가 있다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고급인력들을 많이 배출하는 겁니다. 저는 대학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얼마나 많은 인재, 특히 고급인력들을 배출했는가라고 생각해요. 하버드가 왜 일류 대학으로 평가받는지 곰곰이 따져보면 사실 그 학교 출신들이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는 리더들이 됐기 때문이거든요. 이런 리더들이 사회에서 좋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러면 출신 대학의 명성이 높아지는 거겠죠. 제자들과 함께한 연구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 특허도 받고, 우리나라가 신약을 많이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또 다른 목표입니다.”



한정환 교수는 현재 에피지놈 제어 연구센터의 센터장이다. 에피지놈 제어 연구센터에서는 9년 전부터 약 70억 정도의 정부지원금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프로그래밍을 통한 질병 치료에 관해 연구한다. 현재는 비만과 암 치료제 개발에 특히 힘쓰고 있다. 비만은 지방세포가 늘어나는 것인데, 세포가 분화되는 과정에서 유전자의 프로그래밍에 따라 선택적으로 세포의 수를 조절하려는 것이 원리이다. 암 치료도 비슷한 원리로 암세포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과학기술한림원은 모든 나라에서 최고로 권위 있는 과학 분야 석학단체에요. 연구 경력 20년 이상인 사람들에게만 회원이 될 자격이 주어지고,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선정돼요. 우리나라의 과학 영역 전체를 5개의 학부(정책학, 이학, 공학, 농수산학, 의약학)로 나누어 각 학부에 100명, 총 500명 정도의 회원이 있어요. 70세가 지난 회원들은 종신회원이 돼요. 한림원에서는 과학에 대한 정책을 자문하거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해요. 과학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 종합해 정부에 제출하죠. 더 나아가 각 국가의 과학 정책에 대해 토의하고 평가도 합니다.

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되어 개인적으로 정말 영광이고, 회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내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이바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임무 때문에 어깨가 약간 무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책임감들이 새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해요. 앞으로는 개인적이고 좁은 시야에서 조금은 벗어나 국가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법과 시야를 가지도록 노력해야죠.

성대에는 한림원 교수님이 열 분 정도 계시는데, 아직 다른 대학들에 비해 수가 다소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본인의 능력을 더 계발해서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인재로 거듭나고, 한림원 회원으로서 학교로 다시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꿈을 갖고 진취적으로 우리나라 과학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