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부 김재훈 교수

  • 396호
  • 기사입력 2018.05.28
  • 취재 구민정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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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을 공부하게 된 데에 특별한 계기나 거창한 이유가 있지는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이과생들처럼,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막상 대학에 들어와 고등학교 시절에 표면적으로만 배우던 내용을 심도 있게 배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전공에 흥미가 생겼다.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분야도 발견했다. 막연히 학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떠난 미국 유학에서 보다 넓은 학문의 세계, 심도 있는 연구에 눈을 떴다. 오늘은 평범한 학생에서 이제는 자신의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를 진행 중인 공학도가 된 김재훈 교수를 만나보았다.



김재훈 교수는 현재 열역학, 에너지와 환경, 설계 실습 등 다양한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 열역학은 열을 에너지의 한 형태로 보고 에너지 보존과 같은 내용을 공부하는 과목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컴퓨터를 충전하기 위해 전기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때 사용되는 전기에너지는 언제 어디서든지 일정하게 공급되고 사용할 수 있는 고급에너지다. 그러나 컴퓨터를 쓸 때 발생되는 열에너지는 다시 모아서 쓸 수 없는 저급에너지다. 이처럼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할 때 뿐 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대부분 활동들의 결과로 고급에너지는 저급에너지로 바뀌기를 반복한다. 이때 지구의 에너지 총량은 늘 일정하므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고급에너지는 점차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열역학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한 열역학 전반의 기본적인 이론들에 대해 배운다. 에너지와 환경에서는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과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전반,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해결하기 위한 풍력, 조력, 태양광 에너지의 저장에 대해 배운다. 마지막으로 설계 실습 과목에서는 이론을 실전에 접목시키기 막연해 하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실습들이 준비되어있다. 학생들은 기존 제품의 해체를 통해서 역설계(Reverse engineering)에 대해 배우고, 어떠한 기능을 추가해야 제품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창의적인 고찰을 해본다.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이라고 하면 흔히 석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산업을 말하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총 전력생산의 30% 이상이 석탄 화력 발전에서 나오고, 나머지는 원자력과 가스 발전을 통해 얻어요. 이러한 전통적인 굴뚝 산업으로 전력을 충분히 확보해서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기에 이런 산업을 탓하거나 비난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에너지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라, 우리나라도 쓰기 쉽고 값싼 전통적인 에너지를 계속 사용하기 보다는 공해를 적게 발생시키는 신재생에너지를 쓰도록 노력해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우리 다음 세대와 미래의 자손들까지 더 심해지는 미세먼지와의 끊임없는 사투를 벌여야 할 테니까요.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들은 언젠가는 틀림없이 고갈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를 중점으로 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석탄이 아닌 나무에서 가솔린과 디젤을 만들어 내는 연구나, 신재생에너지의 전력저장장치를 만들어서 에너지의 일정한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다른 연구 중 하나는 일상생활에서 발생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연구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통상적인 산업 활동을 유지하면서 2030년까지 37%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사용과 화력발전을 줄이기 어려운 현시점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차라리 이산화탄소를 줄이기보다는 이미 발생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유용한 물질로 바꿔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김재훈 교수는 공학 발전의 시초가 기계공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본다. 기계공학의 연구 중 화학공학이 탄생한 것이고, 화학공학을 연구하기 위해 재료공학이 탄생한 원리이다. 이렇듯 기계공학은 150년이라는 오랜 역사동안 전통적인 기계 산업, 화석 원료와 원자력 개발, 자동차 엔진 개발 등 꾸준한 연구를 이어왔다. 김재훈 교수는 이제는 그러한 전통적인 연구는 기업의 몫으로 남겨두고 학교에서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연구를 시작해야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세계적인 공학대학으로 유명한 미국의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만 봐도 선구적인 명문 대학에서는 이미 구시대적인 기계 산업에 대한 연구에 손을 뗀지 오래다. 기계공학과와 우리 학교 역시 기존의 개념과 연구들을 활용하여 공학적으로 의미 있는, 즉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연구를 시작하는 경계점에 서 있다. 그는 우리 학교 공과대학 역시 연구 중심 대학 중 하나로서 새로운 연구 영역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공학자로서의 목표는 사실 굉장히 간결해요. 바로 ‘내가 하는 연구의 상업화’죠. ‘연구의 상업화’라는 개념이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요. 간단히 말하자면 기업에서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하는 거예요. 그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실험을 통해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증명해내고, 최종적으로 기업에서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모든 반도체 공정에서의 세척 과정은 물로 이루어졌었는데요. 연구자들이 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시점의 유체인 초임계유체를 세척 과정에 접목시켜, 현재는 삼성 갤럭시 폰과 같은 제품들의 생산 공정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재훈 교수의 부친인 김순문 옹(翁)께서는 지난달 우리 학교에 김순문 장학기금 10억원을 전달했다. 34년간 경찰관으로 재직하면서 오직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신 김순문 옹(翁)께서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에 전념하기 어려운 미래의 과학자들을 돕고,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장학기금을 전달하게 되셨다고 한다. 김재훈 교수를 통해 김순문 옹(翁)께서 기부를 하시게 된 계기와 원동력을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학창시절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 하셨으나 경제적인 사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으셨어요. 미처 다 이루지 못한 학업에 대한 미련이 아버지 가슴 한 켠에 계속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가끔 찾아뵐 때마다 독학으로도 배움을 지속하시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거든요. 또 한 가지 이유는 공학의 발전이 결국은 나라의 발전에 직결된다는 소신을 갖고 계셨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경제가 발전한다고 생각하셨고, 때문에 과학자들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셨어요. 학업에 계속해서 정진하고 싶은 열의는 있으나 다른 이유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놓인 학생들, 미래의 과학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을 가르칠 때면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종종 떠오르곤 합니다. 학생들의 훌륭한 자질과 무한한 가능성에 비해 학업에 대한 열의는 다소 저조한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일단 우리학교 공학대학에 입학하고, 무사히 졸업하기만 하면 취직은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학문에 좀 더 깊이 파고들고자 하는 열의는 줄어들고, 배움에도 안일해지는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들도 가끔씩 눈에 띄는 걸 보니 말이죠(웃음). 또한 초반에는 열정으로 공부하려던 학생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물론 대학원에 가면 그 기간 동안은 수입이 없겠지만, 우리학교와 교수들의 넉넉한 지원으로 거의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있어요. 이런 대학원생들의 활발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 공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학교 학생들도 학부 공부를 넘어서 대학원에서의 심화된 공부와 연구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좀 더 열정을 갖고 학업에 몰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