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교수의 창업 도전기, 이동기 교수

  • 404호
  • 기사입력 2018.09.27
  • 취재 구민정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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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때 약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막연할 수도 있지만 확신에 찬 당찬 포부를 마음에 안았다. 유기화학을 공부하려고 했던 그는 약을 잘 만들려면 병이 왜 일어나는 지에 대한 원인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생화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간절한 목표와 신념과 함께한 공부에는 막힘이 없었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코넬대학교 생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수가 됐고, 사회적 명성과 지위도 얻었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잊지 않았다. 원천 특허를 확보할 수 있는 신약 기술도 개발했다. 그런데, 기술개발이 실제 약 개발로 쉽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내 제약사들은 모두 제안을 거절했다.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신기술을 받아줄 기업은 사실상 없어보였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창업을 하는 방법을 택했고, 결국은 자신의 오랜 꿈을 이뤘다. 오늘은 ‘올릭스’의 대표이사이자 우리학교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동기 교수를 만나보았다.


올릭스에 대하여


이동기 교수가 창업하여 현재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올릭스(OliX)’는 어떤 회사일까. 올릭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제가 창업한 ‘올릭스’라는 회사는 핵산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핵산 치료제는 3세대 신약 기술의 결과물로, 기존에 접근하지 못했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어요. 우리 몸의 DNA 유전 정보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지면 질병이 생기게 돼요. 기존의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같은 백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약이나 항체 치료제 같은 1,2세대 약물들은 이미 만들어진 단백질을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데에서 그쳤는데요. 3세대 신약인 핵산 치료제는 mRNA라는 핵산 물질에 작용하여, 단백질이 애초에 만들어지지 못하게 하여 단백질의 생산을 원천봉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동기 교수는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도 진행하며 창업까지 도전했다.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만한 목표를 세우고 결국은 이뤄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 것 같은 그의 창업 도전기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직접 물어보았다.


“어려움이 많았죠. 일단 교수직과 창업을 병행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학교 강의나 연구에도 절대 소홀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창업에 할애할 시간을 마련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어요. 창업을 하려면 일단 투자자를 만나서 그들을 설득시키고 투자를 유치해야하는데, 상업의 세계에 갓 뛰어들어 모든 게 낯선 상태에서 그런 일들을 처음 하려니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각광받는 사업 중 하나이지만, 2010년 당시에 제가 창업할 때까지만 해도 그렇지가 않았어요. 특히 신약 개발은 굉장히 긴 시간과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사업이기 때문에 신생 회사에 투자를 해주려는 회사가 거의 없었어요.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에만 4년이 넘게 걸렸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기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동기 교수의 화학과 생명현상


이동기 교수는 현재 학부에서 생화학을 가르치고 있고, 대학원 전공과목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학기에는 특별히 인문사회과학 캠퍼스에서 ‘화학과 생명현상’이라는 이름의 교양과목 강의도 하게 됐다. 화학과 생명현상은 교양과목이니만큼, 아주 구체적인 전문 지식보다는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주로 다룬다. 이동기 교수는 이 수업을 통해 인문학도들도 과학적 사고를 할 줄 알게 되고, 과학 기술이 주도하는 현대 사회에서 학생들이 과학과 생명에 관련된 지식들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배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성균관대학교에 전하는 고마움


이동기 교수는 지난 8월, 우리학교에 총 10억 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그가 기부하기로 결정한 이유와 계기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올해 7월에 올릭스가 코스닥에 상장 됐어요. 상장이 회사의 최종 목표는 아니고, 회사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지만, 어쨌든 상장을 통해서 회사 평가액도 증가했고, 개인적인 자산 역시 증가하게 됐어요. 그래서 성균관대학교에서 10년 동안 일하는 동안 동료 교수님들이나 학교 커뮤니티로부터 받은 배려와 성원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도움이 있었기에 상장 할 수 있어서 학교에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어요. 제 기부를 통해서 대학원생들이 더 편한 환경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으면 좋겠고, 학부의 실험 교육의 질도 높아졌으면 합니다.


전 이번 기부에 그치지 않고, 학교에 좀 더 기여하고 싶어요. 올릭스가 성장을 거듭해서 지금보다 더 큰 회사가 된다면, 미래의 바이오 기술을 선도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센터를 학교에 하나 짓고 싶어요. 우리학교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제가 창업을 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제 제자들, 우리학교 졸업생들, 그리고 화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였어요. 아직은 직원이 40명밖에 안되지만, 앞으로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하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우리 학교 학생들도 이처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파급력 있는 사람이 되기를 꿈 꿨으면 좋겠어요. 요즘 실업 문제도 심각하고, 대학생활이 예전처럼 녹록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이 꿈을 크게 꿨으면 합니다. 나 한 사람에서 끝나는 일이 아닌, 세상에 파급력을 줄 수 있는, 그래서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와 이를 넘어서서 국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요. 저도 어찌 보면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신약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결심한 꿈을 지금까지 키워 온 거잖아요. 학생들도 대학시절에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자신의 삶을 설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