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의 감사함을 느끼다,
라까사웍스 회장 이현구 동문

  • 415호
  • 기사입력 2019.03.08
  • 취재 김채원 기자
  • 편집 고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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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 해주는 동문들이 많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학교 발전을 위해 매년 기부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우리 성균관대학교에 굉장히 감사하고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인물 포커스에서는 학교 발전과 교수진들의 연구활동, 우리 학생들의 더 나은 학교 생활을 위해 매년 꾸준히 기부를 이어 온 라까사웍스 이현구(경영68) 회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2000년부터 시작된 기부가 2019년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부를 처음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계기는 특별히 없었습니다. 저는 재미있는 학창생활이기 보다는 방황하는 학창생활을 보내며 대학을 어렵사리 졸업했고, 데모와 잦은 휴학으로 4년을 보냈습니다. 학교도 휴교령을 내렸고, 강의도 휴강이 잦았고, 대학 재학시절 공부를 많이 못한 채 어영부영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4학년 때 이래선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취업 준비해서 삼성에 입사했습니다.

사회에 진출 후 하루하루 힘들게 보냈습니다. 1년 365일 중 300일 가까이 11시에 퇴근하고 휴일에도 근무하며 많은 업무를 했습니다.  자연스레 몸이 상했고 그러던중에 사업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1982년도 말에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제 부인과 함께 6평 남짓의 조그마한 상가에서 시작했습니다. 이게 까사미아 매장의 시초인 셈이죠. 앞서 말했듯이 과도한 업무량과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경영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무렵 가게 된 일본 어학연수도 제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어학연수 기간인 6개월 동안 도쿄의 발전상을 직접 보며 그 당시 서울과 일본 동경은 30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돌아와보니 취직을 할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자는 마음으로 작지만 희망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도쿄에서 본 발전상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홈퍼니싱 사업을 하면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래를 내다본 셈이죠.

사업 시작 후 대학시절 학교를 잘 못 다녔다는 보상심리가 발동했습니다. 1999년 대학동기인 경영대학교 학장께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고 50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제 모교인 성균관대학교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부가 시작돼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성균관대학교에 기부하시는 것 외에 최근에 삼성서울병원의 환우들을 위한 기금도 기부하시는 등 많은 곳에 기부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께 기부란 어떤 의미인지요?

기부는 자기가 성장했던 사회에 대한 보답이자 환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국가, 사회로부터 은혜를 많이 받았다고 저 스스로 생각하는데요. 이를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기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부는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받은 것을 돌려주는 것이며 욕심을 버리고 하는 일이라 아깝다는 생각이 덜 듭니다. 가장 좋은 점은 뿌듯하다는 것인데요.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내게 이런 기부할 기회를 준다는 것 역시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기부하는데 조금 더 할 수 있는데 내가 너무 인색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이번 25억 원의 기부도 조금 더 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계속해서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 기부는 다른 사람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만 기부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요, 기부를 시작하면서 생각이나 삶이 바뀐 부분이 있으신가요.

저는 기부를 하면 그 복이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선행을 베풀고 기부를 하면 그 선행이 당대에 안 오더라도 후대에 옵니다. 이렇게 자기 능력에 맞게 꾸준히 기부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하게 된다면 자신에게 그 복이 되돌아 온다고 생각합니다.


♣ 선배님은 학교발전기금, 제2경영관건립기금, 중봉학술연구기금 등 다양한 기금에 기부를 하고 계십니다. 기부금 용처를 정하는 본인만의 우선순위가 있으신가요? 그리고 선배님의 기부가 성균관대에 어떤 변화를 만들기를 원하십니까?

특별한 우선순위는 없습니다. 제 능력 되는 대로, 또는 학교에서 요청 오는 대로 기부를 하고 있는데요. 제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아낌없이 기부하는 것 같습니다. 큰 대원칙은 학교의 발전과 교수들이 연구활동 할 수 있는데 힘을 실어주고, 학생들이 힘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일조하는 것 입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해서 학교 재정 기반이 튼튼하고,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명문 성균관대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최초의 한국 노벨상 수상자가 성균관대학교에서 배출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액 기부도 많이 하셨고 누적 기부액이 상당히 큽니다. 가족들의 반대는 없으셨는지요?

저희 가족들은 기부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동안 근검절약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온 것을 자식들이 자라면서 봐왔기 때문에 기부는 필요한 일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저에게는 인색하지만 남에게 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몸소 보여줘서 이런 부분에 반대는 없습니다.


♣ 기부라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은데 기부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독려의 말씀을 하신다면?

저는 자기 생활에 지장을 받으면서 까지 기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생활에 지장을 안 받는 부분에서 기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수많은 기부들 중 제가 특히 감동받는 부분은 월급을 받으면서 일정 고정 수입이 있으신 분들이 매년 100만원 많게는 1000만원 씩 지속적으로 성대에 기부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런 분들이 저보다 100배 좋은 일 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금액에 주목하기 보다는 이런 분들이 섭섭한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학교에서 좀 더 많이 신경을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 2018년 1월 신세계와 까사미아의 M&A 과정에서 까사미아 직원들의 고용승계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회장님의 직원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바로 까사미아라는 회사를 창업해 중견기업으로 키워 낸 배경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학교에도 회장님처럼 경영인을 꿈꾸는 후배들이 많은데요, 경영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경영원칙이나 경영철학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머니가 굉장히 검소하고 매사에 준비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항상 앞에 있는 어려움을 대비해 살림을 하셨고, 시집 올때 가져오신 숟가락을 돌아가실 때 까지 사용하셨을 만큼 검소하게 사셨습니다.

그러한 어머니의 검소함에 영향을 많이 받아 저 역시도 항상 어머니의 생활방식을 몸소 실천했는데요. 제가 젊은이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준비하는 자세를 가지고 살아라" 입니다.

인생에는 터닝포인트가 있습니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3가지 기회가 찾아오는데, 그 기회를 하나의 터닝포인트로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냐에 따라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이 됩니다. 그런 터닝포인트, 즉 기회가 인생의 변곡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 판단할 수 있는 통찰력을 키우는 것은 평소에 항상 준비해야 하는데요. 내게 오는 기회가 기회인지 아닌지는 그 당시에 모르지만, 이를 통찰력을 가지고 알아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도쿄에 갔을 때 그저 관광만 했으면 사업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가 준비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까사미아가 탄생할 수 있었듯이 이런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어떤 환경이든지 환경을 탓하지 말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경영철학이자 인생철학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하는 데 중요한 것은 질문과 경청, 메모하는 습관, 신문과 독서를 통해 견문을 넓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질이 높아지고 이는 평소에 항상 준비하는 것이 성공하는 필수요소라고 생각합니다.


♣ 까사미아 시절 제2의 도약으로 시작하신 신개념 물품보관 서비스인 ‘까사 스토리지’와 신사동과 광명에 오픈한 까사미아 전시장 개념을 접목해서 만든 디자인 호텔 브랜드 ‘라까사 호텔’을 운영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들이지만 이러한 사업을 시작한 배경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실 때마다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결정 요인이 있으신가요?

제가 지금 회사를 세 개 운영하고 있는데, 까사스토리지, 라까사 호텔, 오피스 퍼니처 세 가지 모두 까사미아에서 파생된 회사입니다. 까사미아를 열심히 하다 보니 호텔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디자인 뷰티크 호텔을 국내 최초로 만들어서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투숙객들의 만족도도 높고 루이비통 디자인 북에 서울에 가면 라까사 호텔을 가라는 내용이 실릴 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지 역시 까사미아가 홈퍼니싱 물류회사라서 물류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하나의 파생산업으로 하게 된 것입니다. 오피스 퍼니처도 퍼니처 사업 도중 새롭게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전부 연관산업으로 이루어졌으며 신세계에서 까사미아 M&A가 이루어져서 나머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너무 놀면 안되지 않겠습니까(웃음).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100세시대, 4차 산업 혁명시대, 엄청난 변화가 도래하는 시대인 만큼 많은 것에 대비해야 합니다. 저도 벌써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50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보니 크게 4부류로 나눠집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 나가는 엘리트 부류, 젊을 때는 잘 살다가 40-50대에 불행하게 사는 부류, 처음부터 끝까지 큰 기복 없이 평범하게 사는 부류, 마지막으로 젊을 때는 그저 그렇다가 20대, 30대 가면서 점점 좋아지는 부류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어떤 것을 택해야 하나는 결정에서 일단 1,2번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평범하게 기복없이 사는 것도 좋을 겁니다. 하지만 버라이어티가 없어서 무료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은 4번째 부류입니다. 한단계 한 단계 좋아지면 중, 장년에 행복감에 겨워 멋진 인생을 마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후배들에게 4번째 인생을 살아가도록 노력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본인 성공으로 이륙하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기 위해서 항상 준비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자기 자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