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용 충남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 417호
  • 기사입력 2019.04.05
  • 취재 이수경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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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수학교육과 조교수로 중등학교 수학교사를 꿈꾸는, 미래의 수학선생님에게 대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강용(수학 91) 교수. 요즘 사람 같지 않다는 취재원들의 제보를 듣고 그를 만났다. 섭외를 위해 메일을 몇번 주고 받을때는 무척 건조한 사람같았다.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정하게 이런 저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어떻게 교수가 됐냐고 하니 주위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17년 3월에 충남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다. 어떤점이 교수 임용에 영향을 준 것 같냐고 물었다. 그는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지도 교수였던 Tariq Rizvi 교수로부터 가군의 자기 준동형 사상환(The endomorphism ring)을 이용해 가군을 정의하고 그 성질을 밝혀내는 가군연구의 새로운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출판해 가군(Module Theory)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했다.


두번째는 가군의 자기 준동형 사상환(The endomorphism ring)을 이용해 정의한 가군에 대한 연구라는 주제를 2014년에 대통령 포스닥 펠로우에 선정해준 심사위원 덕분이라고 했다.


"대통령 포스닥 펠로우 사업은 박사 후 과정에 있는 박사만 지원하는 사업이지만 임용후에도 그 연구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수학전공이다 보니 연구과제 계획서를 쓰는 것이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우리 성균관대학교 연구진흥팀의 적극적인 홍보와 도움으로 대통령 포스닥 펠로우 사업을 알게 되었고 최종 선정이 된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성균관대 수학과 이상구 교수의 소개로 임용되기 직전 학기에 한양대학교에 겸임교수로 강의를 나간 것이다. 대통령 포스닥 펠로우 선정 이후 강의보다는 연구에 매진해서 2년간 강의를 하지 않았다. 그 학기도 강의 계획이 없었지만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한것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충남대 수학교육과는 사범대라 강의 경력이 평가의 주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 분야


이강용 교수가 연구하는 가군(Module)을 간단히 설명하면 벡터공간(Vector Space)의 일반화 개념이다. (벡터공간은 선형대수학(Linear Algebra)에서 자세히 배우게 됨) 가군이란 체(field)위에서 정의된 벡터공간(vector space)을 환(ring)위에서 정의된 개념으로 확장한 것이다. 2004년에 Rizvi와 Roman(The Ohio State University, Mathematics)는 가군과 그의 자기 준동형 사상환(endomorphism ring)과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가군의 성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자기 준동형 사상(endomorphism)은 군이론(Group Theory)이나 작용소이론(Operator Theory)에서 중요하게 연구되고 쓰이는 도구로써 가군이론에서는 가군 자체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자기 준동형사상환을 이용해 정의된 가군들은 예전부터 가군을 공부하는 수학자들에 의해서 조금씩 연구됐지만 체계적으로 기틀을 잡은 것은 2004년 이후다. 2007년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 지도교수였던 Rizvi교수를 만난 후 그는 Rickart modules, Dual Rickart modules, L-Rickart modules, Endoregular modules, Unit-endoregular modules등을 자기 준동형 사상환을 이용해 정의했다. 또 위 가군들의 다양한 성질들을 연구했다. 특히 기존에 연구된 가군들과 유기적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였으며 여러 특성화정리(Characterization Theorem) 등을 만들었다.


그의 연구과제는 가군연구의 새로운 비젼을 제시한 Rizvi와 Roman의 이론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지금 연구하고 있는 quasi-Baer환의 가군일반화로써의 quasi-Baer modules도 자기 준동형 사상환을 이용해 정의된 가군으로 대통령 포스닥 펠로 연구과제(자기 준동형 사상환에 의해 정의된 가군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quasi-Baer 환은 quasi-AW*-algebra에서의 대수학적 부분으로 함수해석학에서도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Birkenmeier-Park-Rizvi이 2009년에 밝혔다. 그래서 quasi-AW*-algebras(가군이자 환인)를 연구함으로서 함수해석학, 특히, operator theory의 발전에 기여하려고 한다. 그는 가군의 자기 준동형 사상환을 이용하는 군 표현론에도 연구의 새로운 방법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수학은 크게 해석학, 대수학, 기하학, 위상수학, 응용수학, 이산수학, 확률론 등으로 구분되며, 이들 각 분야는 더 세분화되고 연결되어 다양한 하위분야들과 새로운 분야들로 나누어진다. 이처럼 수학은 세부전공이 공대의 전공분야 보다도 수적으로 많아 일반 사람뿐만 아니라 수학을 전공한 자신 조차도 다른 수학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론을 이해하지 못 할 때가 많다. 그 많은 세부전공들이 가까운 미래(10년-20년)와 먼 미래(100년이상)를 바라보며 연구하는 세부전공이 공전하고 있다. 그중 이강용 교수의 연구분야는 먼 미래를 바라보는 학문이라 직접적으로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예를 들어, 요즘 공대생이 많이 접하는 미분방정식의 미분이 1600년대 말에 Newton과 Leibniz에 의해 각각 정의되었지만 그때 이렇게 많은 응용과 쓰임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못하고 만들었다. 이후 수많은 수학자에 의해 미분은 발전했고 지금은 공대생들이 항상 접하는 분야다. 이강용 교수의 분야가 위의 대학자처럼 쓰일 분야는 아니지만 앞으로 나올 대학자들이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결과들을 만드는 것이 그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대학시절 이강용 교수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학생


대학 시절 그는 무엇이든지 열심히 했던 학생으로 자신을 회상했다. 이과생이라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해 수학과 내의 사회과학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이때 배운 것이 많은 대중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가였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어떤 결과가 대중적(자연세계와의 일치)인가에 대해서 생각했고 왜 수학이 철학과 닮았는지도 어렴풋이 알았다. 1학년때는 공부하고 즐기고 많은 일들을 열심히 했다. 학점도 괜찮았다. 2학년때는 공부만 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그때는 2학년 성적으로 수학과 학생들에게 2급 정교사 자격취득의 혜택을 주었는데 성적이 안좋아 못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학교사를 길러내는 수학교육과 교수가 됐다.


“유학가기 전, 공부하는 것이 힘들었고 알고 있던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추천도 있어서 교사자격증이 있었다면 아마 고등학교 선생님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Tariq Rizvi교수 지도로 대수학의 환이론(Ring Theory)을 공부했다. 당시 The Ohio State University에는 60~70여 명의 교수가 있어서 박사전공을 선택할 때 그와 맞는 분야의 교수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 점 때문에 공부하는데 부담은 없었다. 처음에는 정수론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곳 대학의 정수론을 전공하는 유명한 교수들은 해석적 정수론(Analytic number theory)을 했다. 하지만 그는 해석학에 큰 재능이 없었다. 그래서 순수 대수학인 환이론을 공부했다.


The Ohio State University 졸업하는 학기에는 정신없이 바빴다. 박사학위논문을 마무리해야 하고 졸업시험 위원들도 섭외해야 했고 발표도 해야 했다. 학기 초에는 졸업하기 위해 서류를 낸다. 학교 대학원 사무실에 원본을 내고 그 복사본을 학과 대학원 사무실에 낸다. 그런데 이강용 교수는 학과 대학원 사무실에 원본을 제출했다. 어느 날 학과 대학원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졸업할 명단에 그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깜짝 놀랐고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졸업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는데 일정을 모두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 어렵게 섭외한 Final Oral Examination Committee의 교수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해야 했고 졸업식에 오기로 했던 가족의 비행기표도 바꿔야 할 판이었다. 여하튼 졸업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그날은 완전히 멘붕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과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과 사무실에 제출한 서류를 인정해 준다는 것이었다. 전날 일어난 고통스러운 시간이 일장춘몽 같았다. 괴로웠지만 한순간 일처럼 느껴져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진땀이 난다.



박사학위 그리고 대통령 포닥 선정


그는 대통령 포닥 선정된 것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가군의 자기 준동형 사상환(The endomorphism ring)을 이용해 정의한 가군에 대한 연구라는 주제로 2014년 대통령 포스닥 펠로우에 선정되었다.


“수학은 미래를 바라보며 연구하는 학문이라 저의 연구의 가치를 알아봐 주신 심사위원께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발표 심사는 영어로 했는데 제동료들이 여러 번 들어 주셨죠. 저의 석사 지도 교수님이신 김미경 교수님께서 수학과 교수님들을 초청해 주셔서 그 앞에서 연습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때 준비한 발표 자료에서 교수님들이 지적해 주신 것을 보완하여 거의 완전히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강용 교수는 발표하는 날 무척 긴장했다. 발표를 끝냈을 때는 무사히 잘 마쳤다는 안도감에 즐거웠다. 행복한 발표라고 회상하며 그때가 그립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포닥이 된 이후로 충남대에 임용됐다. 대통령 포닥으로 좋았던 것은 유명한 수학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고 배운 것이다. 지금은 베트남대학(Vietnam National University)에 교수가 된 Prof. Tung Ngyuen과 미국에서 포닥중인 Dr. Mauricio Medina-Barcenas를 박사 후 연구교수로 받아 그의 분야를 같이 연구할 수 있는 인연을 갖게 된 것이다. 앞으로 여러 편에 좋은 논문들을 같이 쓸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공부한 Rickart modules이나 quasi-Baer modules은 C*-algebras(해석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9년 이미 quasi-Baer rings과 C*-algebras를 연결하는 논문이 그의 지도교수와 부산대 박재걸 교수에 의해 연구됐다. 이강용 교수의 목표는 이를 이어서 공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가군의 연구가 환이론에 너무 의지해서 발전해 왔다고 한다. 2004년에 그의 지도교수가 제시한 가군이론을 계속 발전시켜 독립적인 가군이론, 환이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군연구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많은 수학자들의 결과들이 10년 안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모든 결과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30년 후 또 50년 후에 후배의 수학자에게 쓰일 수 있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만약 교과서에 제 이론이 실린다면 무척 감동스러울 겁니다.”


지금도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공부하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성과 만능주의에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살면서 논문을 안 쓸 수도 없습니다. (취업하려면 많은 논문을 써야합니다.) 또한 풀리지 않는 문제를 언제까지 들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의미있는 논문과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들을 해야합니다. 특히, 어디에 쓰일지 모르는 순수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자기가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지 생각을 많이 하셔야 합니다. 자기 연구가 기존 연구에 도움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항상 생각해야합니다. 그 공부 방향은 쉽게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제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20년쯤 지나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공부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