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뛰어넘어라
약학대학 정가영 교수

  • 421호
  • 기사입력 2019.06.11
  • 취재 김채원 기자
  • 편집 고준서 기자
  • 조회수 13949

2012년 노벨화학상 수상 이후 계속해서 연구되어 온 G단백질수용체에 대한 새로운 결과가 나왔다. 정가영 약학대학 교수 국제 연구팀은 지난 10일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셀(CELL)’ 발표를 통해 G단백질수용체가 외부 신호로 G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내 반응을 유도하기까지 순차적인 구조변화를 규명하고, 약물 개발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G단백질수용체의 구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물 포커스에서는 G단백질수용체의 새로운 연구결과와 정가영 교수의 지금까지의 연구과정,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7년전 노벨화학상을 받은 G단백질수용체와 G단백질이 결합한 구조 변화 과정을 연구하여 효과적이고 안전한 신약개발을 위한 패러다임을 세계적인 학술지 Cell을 통해 발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7년전 노벨화학상을 받은 G단백질수용체와 G단백질이 결합한 구조가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만큼 생리적으로 올바른 구조인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포의 G단백질수용체가 활성이 되어 세포 안에서 G단백질과 결합해나가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이 과정을 보니 2012년 노벨상을 받은 구조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있는 구조(수용체가 결합해서 G단백질 활성화가 다 이루어진 구조)이고 이는 활성이 다 이루어지고 난 다음의 구조이기에 더 생리적으로 의미 있는 구조는 그 전단계의 구조라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습니다.


G단백질수용체 구조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석사과정은 독성학을 했고, 박사는 생리학, 포닥 과정은 구조생물학을 했습니다. 석사 때 독성학을 공부하다가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고, 유학을 가서 심혈관 독성 분야에 대한 연구실을 찾아 심혈관 생리를 하는 연구실에 가서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심혈관계를 조절하는 우리 몸의 주요한 단백질이 G단백질수용체라서 박사 과정 때 G단백질 수용체의 기능을 연구하게 됐습니다. 세포의 기능을 연구하다 보니 이를 동물차원에서 연구해보고 싶었고 포닥 과정을 그에 맞는 동물실험에 권위가 있는 교수님 아래서 배우고자 찾아갔습니다. 그 무렵 교수님이 동물실험에서 구조 쪽으로 연구 분야가 바뀌셨고 저는 그 사실을 모르고 들어간 채 구조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구조분야의 연구가 재밌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코빌카 교수팀에서 GPGR연구에 참여하셨는데 연구팀에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게 있으신가요


연구하면서 인상깊었던 점은 첫째 교수님이 정말 열심히 하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수님들은 실험을 많이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상 실험실에서 20년을 꾸준히 실험해 오신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실험실 내에서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교수님이 직접 연구를 많이 하셨다는 것 이외에 공동연구가 잘 이루어진 것이 기억에 남는데요. 다른 그룹이나 타 학교 간의 공동연구가 잘 되어 있어서 저희 실험실에서 쓰는 기법이 제가 파견 나가서 배워 온 기법이 사용되는 것처럼 다양한 연구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G단백질 수용체의 새로운 패러다임)가 향후 의약품 개발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요.


사실 이 분야가 기초과학이어서 제가 이해가 잘 될 수 있도록 의약품 개발 쪽으로 많이 이야기 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G단백질수용체가 G단백질을 만나는 과정을 열쇠가 자물쇠를 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요. 열쇠가 수용체이고 자물쇠를 G단백질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열쇠가 자물쇠를 열려면 1) 문을 만난다 2) 열쇠가 자물쇠 구멍에 들어간다 3) 자물쇠 안에 존재하는 몇 개의 스위치와 열쇠의 돌기모양이 서로 만나 열쇠의 돌기모양대로 자물쇠의 스위치가 내려간다 4) 스위치가 서로 맞으면 열쇠를 돌린다 5) 열쇠를 돌린 후 힘을 주어서 문을 연다


이 전체적인 과정이 마치 수용체가 G프로틴을 어떻게 활성시키는 지를 구조적으로 밝혀내는 과정입니다. 노벨상 구조는 문이 열린 다음에 살짝 구조변화가 일어난 것인데요. 이는 문을 열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구조변화로 문을 열겠다는 것은 제대로 된 디자인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이 열기 전 과정에서의 구조가 그 전의 구조보다 의약품 개발에 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하게 된 것이죠.


약학대학 교수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계기는 제가 왜 이과를 선택했는 가의 물음으로 시작될 수 있는데요. 제 중학교 때 꿈은 동시통역가였습니다. 영어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영화보기나 책 읽는 것도 좋아해서 그 꿈을 가지게 되었죠. 영어가 재밌었던 이유는 문법이 논리적으로 맞아서였으나 고등학교 올라가서 배우는 영어 문학, 국어 등 언어영역이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수학, 물리는 논리적으로 답이 명확했기에 이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과를 갈 것인가 고민 하던 중에 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진료행위보다는 연구가 더 좋았기에 약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약학대학을 4년 다니면서 약사, 연구원, 취직, 고시공부 등 여러가지 진로 중 어느 것이 저의 성격과 맞을지 고민했습니다. 제 성격을 고려할 때 수업 하면서 내 연구실에서 연구도 하고 보다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교수가 가장 맞았습니다.  실제로 제 성격에 잘 맞아서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웃음).


교수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눈앞에 닥친 목표만 이루면서 살아왔습니다. 석사 때는 석사졸업이 목표였고 또 박사졸업, 교수까지 이렇게 이어졌죠. 교수가 되고 나니까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보니 첫번째로는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 분야를 선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수이다 보니 후학양성에 힘을 쓰고 싶은데요. 우리 학생들이 본인의 성격에 맞게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싶고, 후에 제가 은퇴할 때 학생들에게 아쉬움이 남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시 연구로 돌아오자면, 연구 분야에 여러가지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합니다. 서구권과 미국, 유럽 중심 속에서 아시아에게 비춰지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말이죠. 그래서 아시아권 사람들과 같이 힘을 모아 세력확장을 해 이 천장을 깨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지금 중국, 인도, 일본 등 학회에 가서 만나는 교수님들과 공고히 관계를 다지고 있습니다.


재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얼마전에 <아이의 스트레스>라는 책 한권을 읽고 우리 학생들을 이해하게 되었는데요. 책 내용에는 지금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은 제 세대와 너무나도 다른 교육환경에서 자라왔으며, 따라서 내가 어느 정도의 공부를 한다고 해도 그에 맞는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안감 아래에서 살아간다고 합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세대라 최대의 목적은 확실성을 가지는 것이고 확실성이 주어지지 않는 일이면 시도를 하지 않으며 그런 일이 주어질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껏 학생들을 보면서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될 텐데 왜 그렇지 않지? 라는 제 물음이 잘못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세상을 한 발자국 넓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딱 뭐가 되지 않겠다 싶어하지 않는 것은 본인이 생각한 것 외에는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이를 뛰어넘는 것은 자기의 몫이나 단지 불안의 이유만으로 도전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