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다가가 메세지를 전하다,
고정욱 작가

  • 428호
  • 기사입력 2019.09.28
  • 취재 이서희 기자
  • 편집 연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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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생이라면 누구나 어릴 적 고정욱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가방 들어주는 아이>… 언제나 어린이들의 손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책이다. 이제는 청소년들을 위한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를 집필하며, 또 커버린 독자들을 위한 작품을 구상하며 고정욱(국어국문 80) 작가는 여전히 우리 독자들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다. 그 뿐이랴. 장애인 인식 개선 연극 대본을 집필하고, 장애를 소재로 한 보드게임을 기획하며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다. 커버린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던 고정욱 작가.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그의 꿈과 열정을 담아 보았다.



“문학을 시작하게 된 건 내 운명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왔지만, 그렇다고 작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이공계 학생으로 보낸 그는 대입 시험을 앞두고 문과로 전향 했다고 한다. 당시 이공계에선 장애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어국문학과를 택한 이유 역시 특별하지 않았다. 당시 본 고사 접수 현장에서 가장 덜 몰렸던 국어국문학과를 택했던 것이다.


“제 의지로 국어국문학과에 가게 된 것은 아니었죠. 결과론이긴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섭리에 의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제 운명이었던 거죠. 문학에 야망이나 뜻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성에 안 맞는다고 무작정 떠날 생각만 하진 않았아요. 지금의 대학생분들도 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지금이야 안 맞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일에 운명적인 계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무작정 포기하기보단 한번 노력해보세요.”


그렇게 시작된 대학시절을 묻자 그는 대학 시절을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회고했다. 좋은 동문들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여느 대학생처럼 다양한 경험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 진학을 통해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학우와의 인연으로 성대 신문에 만평을 그리고 글을 쓰게 되었다. 활자와 매체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창작활동에 전념하게 되었다. 학우들에 비해 비교적 늦게 꿈을 결정한 그였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꿈을 언제 정하느냐보다 꿈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나만이 쓸 수 있는 작품, 나여서 쓸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


그렇게 문학 활동을 시작하고, 동화 작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가 동화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에게 묻자 그는 자신의 아들이 계기였다 답했다.


“제 아이가 동화책을 읽는 걸 옆에서 본적이 있어요. 동화책이 눈에 안 들어오더군요. 그걸 보고 ‘안되겠다. 내가 한번 써봐야겠다’ 싶은 마음에 동화를 쓰기 시작했어요.”


어떤 작품을 쓰면 좋을까 밤낮을 고민했다. 고종욱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 고민 끝에 동화 데뷔작인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이 탄생할 수 있었다.


“’나는 나만이 쓸 수 있는 걸 써야겠다’는 마음에 쓰게 된 작품이었어요. 장애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죠.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장애인들이 있다.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 그리고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염원을 주제로 썼어요. 그 염원이 닿았던 건지 작품이 크게 히트를 쳤죠.”



“작가란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동화책을 발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길을 택했다. 때론 연극 대본을 집필하며, 때론 보드 게임을 기획해 가며 독자들에게 다가갔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유튜브 <고종욱 TV>를 만들기도 했다. 동화책에 안주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는 독자를 그 이유로 꼽았다.


“모든 이야기는 독자가 있어야 살아납니다. 독자들이 읽고 접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합니다. 만화, 드라마, 게임, 영상… 문학은 그 도구 중 하나일 뿐입니다. 책을 안 읽는 사람들에겐 제 메시지가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면, 작가로서 다가가는 게 도리죠.”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그인 만큼, 성장해 나가는 독자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어린 독자들이 청소년이 돼서도 읽을 수 있도록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를 썼다는 그. 그의 목표는 자라나는 독자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어려서는 제 작품을 많이 읽던 독자들이 사춘기가 돼선 방황을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쓰게 된 작품이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였죠. 해당 시리즈를 30권까지 써보고 싶은 게 목표예요. 또, 우리 성균관대학교 후배 여러분처럼 어른이 된 독자들을 위한 소설을 써보고도 싶네요.”


그런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작품관은 ‘재미’라고 한다. 책을 읽는 행위는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는 것에 비해 고통스러운 행위인 만큼 재미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감동과 교훈을 얻고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다면 작품은 사명을 다한 것이다. 특히 어린이∙청소년 독자들이 많은 만큼 그는 작품의 재미를 통해 독자들이 교훈과 감동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어린 독자 중 한 명이 직접 만든 표창장을 보내준 적이 있었어요. ‘<안내견 탄실이>를 통해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해 온 세상에 알리며,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었기에 위 표창장을 수여함’ 이라 써져 있었어요.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어요. 문학상 100개보다 더 감명 깊은 상이었죠. 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구나’하는 보람을 느꼈어요. 아, 이런 일을 하려고 내가 국문과에 가게 되었구나 느끼는 때가 많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 한번의 노력이면 된다. 다시 한번.”


고종욱 작가가 수많은 세대의 독자들을 만나며 느낀 것은 어느 세대 건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후배들에게 그는 정상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청했다.


“이 세상에 없는 다섯가지가 있습니다. 불가능, 포기, 공짜, 쉬운 일, 그리고 쓸모 없는 인간.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한번, 다시 한번만 노력하면 됩니다. 다시 한번 끊임없이 노력을 이어간다면, 정상에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후배 여러분들, 모두 정상에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