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as A&M University 노태현 교수

  • 431호
  • 기사입력 2019.11.08
  • 취재 이수경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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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책의 변화를 통한 공중 보건과 건강 증진

수질 오염 물질이 암이나 당뇨를 비롯한 만성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우리 대학 약학부(04)와 석사를 졸업한 노태현 박사(지도교수 이병무)가 2019년 9월부터 텍사스 A&M 대학교 보건대학원 역학/보건통계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University of Iowa에서 Human Toxicology를 전공하고 2017년부터 텍사스대 조교수로 임용되기까지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School of Public Health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보냈다.


그는 학부 시절 이병무 교수의 수업을 수강하며 독성학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다. 석사 과정중, 의약품 독성과 환경 노출 독성 분야를 공부하며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 노출/위해성 평가 등 다양한 연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세포, 동물 실험 뿐만 아니라 역학 자료가 독성 물질의 규제 관리 기준 설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역학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 EPA나 FDA의 규정을 근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더 다양하고 넓은 연구를 해 보고 싶어 미국 유학을 생각하게 됐다.


석사 학위 후,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독성학 프로그램 박사 과정에 진학해 먹는 물을 통한 비소 노출과 암 발생의 상관관계에 대한 역학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UC Berkeley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비소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박사후연구원 재직 중에는 미 국립환경보건과학원의 지원을 받아 방글라데시와 칠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신 중이나 유아기에 노출된 비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임신 중이나 유아기에 노출된 비소에 의해 성장 후 암, 당뇨,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계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임신 중이나 어린 시절 노출된 비소에 의해 30~40년 후 성인이 된 시기에 암 발생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석면 노출의 잠복기 (노출 후 질병 발생까지 증상을 보이지 않는 시간)가 40년 정도로 가장 길다고 보고되었는데, 후속 연구에서 비소와 연관된 질병률이 계속 높게 나타난다면 비소가 석면보다 더 긴 잠복기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이 물을 통해 고농도의 비소에 노출된다고 알려져서 비소 연구는 국제 보건 향상에 기여 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다.


노태현 교수가 텍사스 A&M 대학교에 임용된 데는 ‘다양성’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약대를 졸업한 약사로서 임상 전공자다. 대학원에서는 독성학연구실에서 노출/위해성 평가를 비롯해 세포, 동물 등을 통한 독성 실험을 했다. 미국 박사 과정 동안은 역학 연구를 하면서 건강 분야 전반의 경력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UC Berkeley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서 깊이 있는 환경 역학 연구를 했다.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 중에 일일 강사로 참여하며 강의가 적성에 잘 맞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박사후연구원을 하는 중에 UC San Francisco에서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역학 과목을 강의했다. 다양한 경험들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 활동의 기회가 주어졌고, 그러한 점들이 임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을 간 이유에 대해 묻자 특별한 포부보다는 더 넓은 곳에서 자신의 분야를 심도있게 공부해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석사 후에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박사 과정과 식약처에 동시에 합격했다. 이때 고민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며 고심끝에 유학을 결정했다.


그에게도 언어나 문화적 차이, 외로움 등 일반적으로 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타는 상황이었다. 시설적인 면에서는 미국이 나은 점도 있지만 부모님이나 가족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힘든 점들이 많았다. 그는 평소에 인복이 많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유학 생활 중에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들의 도움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학위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했다.


그의 세부 연구 분야는 환경 역학 분야다. 사람들이 환경을 통해 독성 물질에 실제로 얼마나 노출되며 그 노출이 어떠한 질병을 일으키는지 통계적으로 증명하는 학문이다. 박사 과정 중에 그는 먹는 물을 통한 비소 노출과 암 발생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비소에 저농도로 노출되더라도 전립선암 발생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 내용으로 미국 내 학회에서 최우수 발표상을 받았고 저명한 학술지에 출판했다. 이러한 성취들이 UC Berkeley 박사후연구원으로 나아가는데 큰 발판이 되었다.


화학 물질이 우리 몸속에 들어와 어떤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지 밝히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의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책의 변화를 통한 공중 보건과 건강 증진이다. 예를 들어,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비소의 기준치는 10 ppb로 설정되어 있으나 해당 기준치 이하에 장기간 노출되면 사람들의 건강에 여전히 위해를 준다는 연구가 많다. 그가 박사 과정 때 연구했던 내용을 보면 기준치 10 ppb 이하로 노출돼도 암 발생율이 증가하는 양상을 발견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국제 사회에서 기준치를 낮추도록 주장하는 것에 과학적 근거의 토대가 된다.


환경 역학 분야를 연구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사회경제적 지표가 독성 물질 노출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농촌이나 개발도상국 등 경제적으로 열악한 곳일수록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이런 곳은 제도적으로 수질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지하수를 사용함으로써 높은 농도의 비소에 노출되는 일이 많다. 같은 양의 비소에 노출 되더라도 영양 상태가 좋으면 대사나 배출이 빨라 독성이 줄어든다.

보건 정책도 인력과 자본 등 제한된 자원 속에서 결정된다. 역학 연구로 어떤 지역 사람들이 어떤 독성 물질에 많이 노출되고 그 때문에 어떤 질병으로 고통 받는지 수치화해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비소는 농촌이나 개발도상국 등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곳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노출되고 그래서 더 많은 질병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에 상수 시설을 확충하고 이미 노출된 사람은 추적 관리로 질병이 발생하기 전이나 초기에 적절한 조치로 질병을 방지하거나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는 앞으로도 수질 오염 물질이 암이나 당뇨를 비롯한 만성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통계적으로 인과 관계를 증명하고 생물학적 기전 연구를 접목한 융합 연구를 수행할 것이다. 지역 사회와 연계한 교육과 지원 활동으로 지역 주민의 환경오염 물질 노출을 실질적으로 낮추고 질병을 예방하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자신의 현재 환경이나 어려움 때문에 자신의 능력이나 활동을 한정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장애가 있었지만 이러한 어려움과 함께하며 제 자신이 더 강해지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더 공감할 수 있었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도전과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세상살이는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자기 자신의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소통 속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내가 힘들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큰 힘이 되듯이, 다른 사람들이 힘들 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