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꿈을 찾다, 큰별쌤 최태성 동문

  • 432호
  • 기사입력 2019.12.02
  • 취재 이서희 기자
  • 편집 민예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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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휴먼북 강연을 위해 ‘큰별쌤’ 최태성(사학 90) 동문이 우리 대학을 찾았다. EBS 한국사 강의, ETOOS 한국사 강의, 유튜브 별별 히스토리 채널까지… 한국사를 위해 달려온 바쁜 일정속에서도 후배들과 마주앉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에게서 깊은 애교심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두시간이었지만 선후배 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았던 뜻 깊은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학우들을 위해 성균웹진이 최태성 동문과의 만남을 담아보았다.


단 한번의 인생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그 질문을 이어가길


대학생들의 오랜 고민거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최태성 동문은 판사 출신의 독립 운동가 ‘박상진’ 의사의 이야기를 꺼냈다. 박상진 의사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법조인이 되었다. 사람들이 법의 도움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헤쳐나가지 못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보며 그는 사람들 곁에서 일하며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단순히 ‘판사’가 꿈이 아닌, 판사가 되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꿈이었던 것이다. 그 덕에 그는 법조문 한 줄을 읽으면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자신을 꿈꾸며 공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꿈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과거의 위인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모두 꿈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꿈꾸고 있었다는 것이예요. 직업으로 꿈의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직업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서술어로 고민하고 실천한 것이죠. 꿈을 의사, 변호사, 판사와 같은 직업 명사로 결정지어버리면 공부를 하는, 혹은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 힘들 거예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 한번의 인생,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매일매일을 살아가며 우리의 인생이 단 한 번 뿐임을 잊곤 한다. 최태성 동문은 그저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기보다 끊임없이 꿈과 삶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기를 조언했다.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꿈을 꾸는 이유와 목표에 대해 생각하기


꿈을 꾸는 후배들에게 최태성 동문은 그 꿈을 꾸는 이유를 물었다. 같은 일이라도 꿈의 목표가 다르다면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신이 ‘왜’ 그 꿈을 이루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지심체요절이 독일의 구텐베르크 활판 인쇄술보다 오래되었지만,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목표가 달랐던 것입니다. 직지는 소수의 지배층을 위한 것이었지만 구텐베르크 인쇄술은 다수를 위한 것이었어요. 이렇듯 목표의 차이가 주는 의의가 크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 과연 무엇을 위한 건지, ‘왜’ 하려고 하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내가 하려는 일들이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점을 시사할 것인가!’ 목표를 생각하고 꿈을 실천하는 것과 그냥 실천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를 겁니다.”


최태성 동문의 꿈, ‘우리


최태성 동문 또한 우리처럼 꿈에 대한 고민을 이어오며 살아왔다. 그는 대학 시절, 안정적인 삶을 꿈꿨다고 한다. 좋지 않은 집안 사정에도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성균관대에 진학했다. 그는 90학번이다. 87항쟁의 끝자락 90년대. 그의 동기들, 선배들, 후배들은 모두 사회 운동을 위해 뛰었다. 그는 그런 주변인들을 보며 의아했다고 한다.

“그 시절, 저는 온전히 ‘나’밖에 없었어요. 오로지 ‘나’ 하나만을 바라보고 ‘나’의 안정을 위해 사는 삶을 살아왔는데 동기들은 매일 ‘우리’를 얘기했죠. 왜 늘 우리를 얘기하지? 여태껏 만나온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아요. 제 삶의 여정 속에 ‘우리’라는 단어가 처음 들어오는 순간이었죠. 부끄럽게도 당시에는 그 ‘우리’ 속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졸업하고 그들이 말하던 ‘우리’를 나도 내 삶속에서 보여주자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그는 27살 첫 수업에서 그만의 방식대로 ‘우리’를 실천할 수 있는 꿈을 찾았다. 대학시절 꿈이 무엇인지, 꿈의 목표가 무엇인지 고민을 이어온 것이 도움이 된 순간이었다. ‘잘 가르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처음으로 자신의 재능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이 찾은 꿈과 재능을 통해 그는 한국사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자하는 꿈을 꾸게 되었다.

“인터넷 강의가 떠오르던 시절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어요.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한국사를 알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 평생 이 길을 가보자’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제의가 들어오니 고민이 됐죠. 그러던 중 우당 이회영 선생님의 일대기를 그린 <한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을 보게 되었어요. 한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 그 질문을 곱씹다 보니 답을 찾을 수 있었죠. 한번의 인생, 우리를 위한 꿈을 펼치며 살고 싶어 계약서를 찢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


“삶의 지혜는 ‘어떻게 사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과 본질이 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지혜로운 삶의 첫번째 요소는 ‘소통’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인 만큼 나와 다른 사람들의 말에 경청하는 자세가 특히 중요해요.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며 전쟁까지 치른 우리가 너무나도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경험한 것이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만큼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또 압니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이 있을지 말입니다. 두번째는 ‘겸손’입니다. 역사는 사실을 암기하는 과목이 아니라 사람을 많이 만나는 과목입니다. 그러면서 만난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인생의 정점에 올라가기는 쉽지만 내려가는 것은 참 어렵구나 느끼게 됩니다. 저 또한 늘 어떻게 잘 내려가야 이때까지 쌓아온 것들을 보존할 수 있을까 고민하죠. 항상 겸손하게 임하며 내려갈 수 있는 자세야말로 삶의 지혜로운 자세가 아닐까요. 마지막은 앞서 강조한 ‘꿈에 대한 고민’입니다. 내가 어떤 꿈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우리’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소통과 겸손과 함께 이루어 나간다면 불의에 대응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삶의 자세를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