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젊은 과학자상 수상자,
유우종 교수님

  • 436호
  • 기사입력 2020.01.28
  • 취재 고병무 기자
  • 편집 정세인 기자

지난해 12월 우리 대학 전자전기공학부 유우종 교수가 과학기술 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여성 과학기술인 지원센가 함께 주는 우수과학자 포상 통합시상식에서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성균웹진에도 종종 글 을 써 주셨던 분이라며 취재 해 보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기사를 검색하자 교수님 관련 기사가 흥미로웠다. 그간의 교수님 안부가 궁금할 독자를 위해 교수님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하는 말로 질문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유우종 교수입니다. 제가 하는 연구는 크게 2가지로, 2차원 나노물질을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소자 및 센서 연구 그리고 멤리스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뉴로모픽 소자 및 시스템 연구입니다. "

 

연구 분야는 나노, 나노의 연구 매력은 무엇인가요.

최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그래핀을 비롯한 2차원 나노물질입니다. 종이와 같이 옆으로는 끝없이 넓게 펼칠 수 있는 반면, 수직 두께는 원자 1~2개 정도밖에 안 되지요. 그중 그래핀은 도체, 부도체, 반도체 중 도체의 성격을 지니는데요, 기존 도체와 달리 저항을 변경시킬 수 있는 독특한 물질이지요. 이런 그래핀의 독특한 특성을 반도체와 결합하면 소자 및 센서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 예로, 그래핀과 반도체를 결합한 트랜지스터의 전류 흐름이 1000배 높아져 초고속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하고요, 다양한 센서들(광센서, 압력센서, 바이오센서 등)의 감도가 기존보다 200배 이상 높아져 초고감도 센서의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현재는 저희 고감도 센서를 이용하여 초소량의 마약을 탐지하는 마약센서 시스템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근접센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실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2019 젊은 과학자상 수상 ⊙


‘젊은 과학자상’과 연구분야

젊은 과학자상은 대통령상으로 만 39세 이하 학자 중 성과가 탁월한 학자에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수여하는 상입니다. 자연과학 분야 5분과(수학, 물리, 화학, 생명, 지구)와 공학 분야 5분과(전자전기컴퓨터, 기계/재료, 화공/식품/생물, 건축/토목/에너지, 융합)를 격년(1년씩 돌아가며)으로 선발합니다.


이번 상을 받게 된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앞서 설명한 그래핀-반도체 결합하여 고성능 소자 및 고감도 센서 제작 내용입니다. 두 번째로는 지난 2018년 3월에도 성균웹진에 소개했었지요(“드래곤볼 게로 박사와 인조인간 16호”click), 최근 4년간 연구를 수행 중인 인공지능 뉴로모픽 시스템입니다. 그때와 지금의 연구내용이 조금 바뀐 부분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지도학습을 연구했고, 현재는 그보다 한 단계 나아간 비지도학습을 연구 중입니다.


인공지능 뉴로모픽 시스템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시스템으로 인간의 오감(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입력 데이터를 기계 스스로 학습하여 판단해주는 장치를 뜻합니다. 이는 지도학습과 비지도학습으로 나뉘는데요, 지도학습은 사람이 일일이 입력데이터에 정답지(레이블)을 부여한 후 학습시키는 방식이고요, 비지도학습은 정답지 없는 데이터를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의 학습법이 비지도학습의 대표적인 예지요. 아기들이 언어를 학습하는 것을 보면, 어른들의 대화를 듣기만 하는 것으로 스스로 언어를 터득하지요? 이것을 지도학습으로 학습시키려면, 모든 대화의 한 어절 한 어절마다 무엇을 뜻하는지 정답지를 부여한 후에 대화를 해야지만 아이들이 언어를 학습하게 되는 거지요. 그렇게 되면 학습 시간도 엄청나게 소모되고, 학습량에도 제한이 있겠지요. 그래서 기계학습도 궁극적으로는 비지도학습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현재의 반도체 소자로는 구현할 수 없어 대부분 지도학습 위주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그렇다면 기계가 비지도학습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바로 인간의 뇌세포(뉴런,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동작을 그대로 모방해서 반도체 소자를 만들게 되면 가능합니다. 어렵겠지만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뇌세포(뉴런)의 leaky-integrate-and-fire(LInF) 현상과 뇌세포간 연결체(시냅스)의 spike-timing-dependent-plasticity(STDP) 현상을 반도체 소자로 모방하고, 이것들을 인간의 뇌세포와 시냅스의 연결 모양을 그대로 모방하여 연결시키면 되지요. 저희는 최근에 뇌세포와 시냅스의 특성을 ‘플로팅게이트-멤리스터’라는 저희가 최초로 개발한 메모리소자를 이용하여 모방에 성공하였고, 이를 집적했을 때 인간의 손글씨를 정답지 없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비지도학습을 구현하여 논문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비지도학습을 이용할 경우 지도학습 대비 다양한 장점이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지도학습의 경우 일반인들이 인공지능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그 분야의 전문가에 의한 데이터 레이블링이 선행되어야 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래머가 지도학습을 처리한 후 사용이 가능하므로 고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의료, 법률 등의 고액 서비스 등이나 구글 등의 소프트웨어 대기업에서 수익사업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만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반면, 비지도 학습은 일반인들도 관련 분야 데이터들을 간단히 입력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사용이 가능하므로, 생활 곳곳의 다양한 분야에 사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다른 장점으로는 비지도학습을 이용한 실시간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최근 발생한 테슬라의 자동주행(오토파일럿 모드) 차량 사고는 태양의 역광에 따른 센서 인식률 저하 때문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눈·비·안개 등 특정 자연 변수에 대응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안전성 논란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는 미리 학습한 상황에만 대처 가능한 지도학습 시스템이 우발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비지도학습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이러한 우발상황을 실시간으로 학습하여 대처 가능한 자율주행 차량 제작이 가능합니다.


또한, 입력 데이터가 인간의 지식 테두리 안에 갇혀있는 지도학습과 달리, 비지도학습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므로 인간의 지식수준을 뛰어넘는 신지식의 도출이 가능한 창의적인 인공지능 구현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엑스레이, CT, MRI 데이터를 보고 병의 진단 시 전문가라도 판단하기 힘든 판독 사진들이 많거나, 대량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판단해서 레이블링(정답부여)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지도학습을 하기 어려운데, 이럴 때 비지도학습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기계 스스로 학습하여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또 전문가가 확인하지 못한 특이점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겠지요.


2019년 ‘컴퓨팅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Turing Award)을 수상한 제프리 힌튼과 얀 르쿤은 앞으로 비지도학습이 딥러닝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사람이 일일이 입력데이터에 레이블(정답지)을 부여하여 학습하는 지도학습 방식은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계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저희가 연구하는 비지도학습 뉴로모픽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범용적인 인공지능 시대를 개척하고자 합니다.


⊙ 연구 목표와 새해 다짐 ⊙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제가 하는 연구는 2D 나노물질을 이용한 고감도 센서 개발과 비지도학습 뉴로모픽시스템 개발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에 첫 연구년을 보내며 제가 하는 연구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동안의 7년의 젊은과학자 기간의 연구는 논문출판을 위한 단편적인 연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연구들 간에 연관성이 조금 떨어지고, 연구를 마치고 나면 논문 한편을 내고 끝났습니다. 학생 때는 논문 성과들을 쌓으면 그것들이 스펙이 되고 다음 직업을 찾는데 도움이 됐지만, 교수가 되고 나니 단편적으로 논문을 냈다는 점 외에는 보람과 성취감이 많이 떨어졌지요. 


그래서 이제 앞으로 남은 28년의 중견과학자 기간 동안은 우리나라에서 저만 주도적으로 하는 한가지 연구주제를 선정해서, 실제 상용화까지 목표로 하고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 목표로는 사람의 오감(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을 모방한 센서들과 이들에서 받아들인 신호를 처리/판단하는 비지도학습 뉴로모픽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사람과 같이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기주도적인 인공지능 뉴로모픽시스템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 대학원 진학에 대한 생각 ⊙


(344호 대학원 진학의 필요성에 대한  기고 click제가 대학원 진학할 때를 생각해보면 가장 주저하게 되었던 점은 박사를 받고 나서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막막함이었던 것 같아요. 5~7년이나 걸리는 긴 기간을 투자하는데, 그에 비해서 박사를 받은 후에 그만한 보상이 있을지 막연하고, 뉴스에서는 박사를 받은 사람들이 취업을 못하고 시간강사를 전전하고 있다는 내용들만 전해지니 불안하죠. 부모님이 회사에 취업하라고 해서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요. 아무래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대학까지 힘들게 지원했는데 대학원까지 지원하려니 많이 힘들고, 빨리 취업하고 돈 벌어서 결혼하기를 바라시겠지요.


지난 2016년에는 석박사졸업생이 없어서 그 부분을 얘기해줄 수 없었는데요, 작년에 최초의 박사졸업생들도 나와서 지금은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석사, 박사를 받으면 학부를 졸업하는 것보다 직종, 직무, 연봉 등에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저도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저희 연구실에서 최근 졸업한 박사님에게 인터뷰를 조금 했습니다. 박사님은 박사과정 중에 대기업 산학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회사에서 매달 장학금을 지원받았고, 졸업 후 대기업 연구부서에 입사를 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회사에 입사하면 과장1년차(일반사원 입사시 8~10년차)로 입사합니다. 연봉은 과장 1년차 연봉에 박사수당이 추가됩니다. 직무 분야에서는 석사, 박사의 경우 연구소로 배치되어 5년 후 출시할 제품을 연구하는 반면, 학사의 경우 주로 사업부로 배치되어 제품 생산관련 일들을 수행합니다.  자신이 연구개발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졸업 후 진로, 취업 등에 걱정하지 말고 대학원에 진학해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네요.


⊙ 후배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저는 수능으로 대학을 가던 세대에요. 제게는 2살 터울의 누나가 있는데요, 서울교대에 다니던 어느 날 재수를 하겠다며 내려와 공부하더니 서울대에 들어갔지요. 하필 그때가 저도 수능시험을 봐서 성균관대에 입학하던 해였어요. 그해 설날엔 누나 칭찬으로 가득했습니다. 현역으로 시험 본 저는 뒷전이었지요. 그때만 해도 저는 소위 SKY를 나와야만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요. 고등학교 3년 내내 그렇게 세뇌당했고요. 공부 머리와 엉덩이는 확실히 타고나는 것 같아요. 저는 죽어라 공부해도 누나를 못 따라잡겠더라고요. 그런데 졸업해서 사회에 나와보니 출신 대학보다도 개개인의 재능이 더욱 중요함을 느낍니다. 저와 같이 연구직을 하면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창의력과 연구를 수행하는 손재주 재능이 매우 중요하지요. 저 또한 이런 다른 재능들 덕분에 창의적인 연구들을 많이 하게 되었고, 이른 나이(만30세)에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후배님들도 자신의 재능을 잘 찾아서 각 분야 최고의 인재가 되시길 바랍니다.


⊙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

 

행복?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제가 좋아하고 재미있게 연구를 하는데 돈도 벌 수 있으니까요. 제 와이프와 아이와도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기에 언제나 감사합니다.